‘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하도급업체 대표의 눈물

대기업에 치이고 공정위에 까이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은 이미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받아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갑질 병폐를 없애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하도급업체의 피해 사례는 여전히 끊이질 않고 있다.
 

▲ S사 공장 기계 및 가구 등에 붙은 압류딱지

정말 절박합니다.” 지난 23일 저녁 서울 시내 한 카페서 만난 중소기업 S사의 A 대표는 연신 땀을 흘렸다. 에어컨이 가동 중인 카페는 습도가 높은 야외에 비해 시원한 편이었다. 그는 변호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관, 대기업,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이미 수차례에 걸쳐 한 이야기를 다시 풀어내기 시작했다.

사업 시작
4년 만에…

사업을 시작한 건 2015년이었습니다.”

휴대전화는 배터리, 액정 등 여러 업체서 만든 부품을 조립해 완성된다. A 대표의 S사는 휴대전화 조립과정서 사용되는 자동화 장비에 들어가는 부품을 생산한다. 201535세의 나이로 사업에 뛰어든 A 대표는 4년여 만에 파산 직전에 몰렸다. A 대표의 현 상황은 사면초가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심각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S사는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이하 LG전자 생기원)의 협력업체인 풍산시스템 등으로부터 하청을 받아 부품을 생산하는 하도급업체다. 2017년 기준 2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직원 수는 14명이었다.


불과 몇 년 새 자금이 말라붙으면서 사업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다. 직원 수는 4명으로 줄었고 그마저도 월급을 챙겨주지 못한 지 오래다.

월급이 밀리면서 그만둔 직원들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다음 달 20일까지 월급을 챙겨주지 못하면 구류 처분을 받게 된다. 거래하던 업체에도 대금을 주지 못해 이제 몇 건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의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공장 기계는 물론 가구에도 빨간 압류 딱지가 덕지덕지 붙었다.

현재 저는 신용불량자 상태입니다. 의료보험료를 내지 못해 병원도 갈 수 없습니다. 아내가 제3금융권서 돈을 빌렸습니다. 장모님께 빌린 돈도 있습니다. 저 하나면 상관없는데 가족들도 다 엮여 있어서 막막합니다. 딸들에게도 미안하고요.”

물품 납부했지만 발주서 주지 않아
대금 밀리면서 신용불량자 신세로

A 대표에게는 다섯 살, 3개월 된 딸이 있다. A 대표의 아내는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빌린다. 50만원, 100만원씩 빌린 건 이제 셀 수도 없는 지경이다. 주변서 파산 신청을 하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A 대표는 그럴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사업을 하면서 알고 지낸 분들이 아직 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서 한번 접으라고들 하세요. 폐업을 하고 다시 시작하라는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저를 믿고 함께해준 직원들은 어쩌고, 거래해왔던 대표님들은 어쩌겠습니까. 또 저 개인적으로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A 대표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풍산시스템의 갑질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풍산시스템은 휴대전화 조립 자동화 장비를 개발하고 만드는 업체다. S사 등에서 부품을 받아 자동화 장비를 만들어 현대케피코, LG전자 생기원 등에 납품한다. 지난해에는 LG전자 최우수협력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S사는 20168월부터 201712월까지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한 물품을 제작해 납품했다. A 대표는 이 과정서 풍산시스템의 거래 방식이 비정상적이었다고 주장했다. S사가 속한 업계에선 일반적이지 않은 거래방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풍산시스템을 제외하고는 해당 방법으로 거래한 업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보통 물건을 납품하거나 업체와 계약할 경우 공급받으려는 쪽에서 공급자에게 제작을 의뢰한다. 그러면 공급자가 견적서를 작성해 보내고 이를 수령한 쪽에서 발주서를 통해 금액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최우수협력사
갑질 업체?

이 과정서 정해진 공급 금액과 발주조건에 따라 납품이 이뤄지면, 공급 받은 쪽에서 일정 기간 내에 대금을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다. 견적서는 공급하는 쪽에서, 발주서는 공급받는 쪽에서 보내는 문서로 A 대표에 따르면 S사가 속한 업계에선 이 두 문서가 계약서에 가까운 기능을 했다.

하지만 풍산시스템과의 거래는 달랐다.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를 하면 S사가 견적서를 보내는 것까지는 같다. 이때 주문의뢰는 대부분 이메일로 진행됐다. 문제는 풍산시스템서 보내야 하는 발주서가 제 날짜에 날아오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S사는 발주서를 받지 못한 채 풍산시스템이 주문의뢰를 하는 과정서 정한 납기일에 맞춰 납품했다. 발주서는 납품 이후에야 S사로 넘어왔다. 이때 발주서에는 S사가 견적서에 기재한 금액보다 낮은 액수가 기재돼있었다. 실제 대금도 감액된 금액으로 지급됐다.
 

예를 들면 1월에 납품한 제품의 발주서가 7개월 뒤에 오는 식이다. 20161228일 풍산시스템은 S사에 201712일까지 제품을 보내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S사는 메일을 받은 당일 견적서를 보냈고 납품 완료 후 거래명세서도 받았다. 발주서는 그로부터 7개월 뒤인 201774S사로 넘어왔다. 당초 견적서에 기재한 가격보다 낮은 금액이 기재돼있는 상태였다.

이메일로 주문의뢰를 받을 때마다 저희는 견적서를 보냈는데, 풍산시스템은 발주서를 주지 않았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런 상황이면 견적금액을 계약금액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풍산시스템서도 견적금액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습니다. 만약 견적금액이 부당하다고 여겼다면 제작 단계서 발주서를 보내 금액에 대한 논의를 했으면 되는 거거든요.”

A 대표는 감액된 금액이 기재된 발주서가 납품 이후 날아오는 일이 수차례 일어나면서 6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20168월부터 201712월까지 거래하는 동안 풍산시스템서 S사에 지급해야 하는 돈은 266150여만원에 이르는데, 실제 S사가 받은 돈은 206180여만원에 그쳤다는 주장이다.

조사한 지 1년 6개월 ‘감감무소식’
결과 기다리다 민사소송도 스톱

A 대표는 발주서가 제품 납품 시기보다 늦게 오는 문제가 반복되는 사이에도 밀려드는 주문의뢰를 처리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제품은 제작해서 납품되는데 대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됐다. 먼저 직원들의 월급이 밀리기 시작했고, 거래업체와의 대금 지급 기한을 계속 어기게 됐다.

풍산시스템과 정한 대금 지급 기한은 60일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120일에 제품을 납품하면 320일 이전에 대금이 들어와야 합니다. 하지만 발주서가 늦게 오다 보니, 발주서가 온 날짜에서 또 60일을 기다려야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들도 그 지급 기한에 맞춰 회사를 꾸리고 있는데, 저희가 계속 돈을 밀리다 보니.”


풍산시스템의 행위가 하도급법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4(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 금지)에 따르면 협조요청 등 어떤 명목으로든 일방적으로 일정 금액을 할당한 후 그 금액을 빼고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낮은 단가에 의해 하도급대금을 결정하는 행위등을 부당한 하도급대금의 결정으로 보고 있다.
 

11(감액금지)에는 원사업자는 제조 등의 위탁을 할 때 정한 하도급대금을 감액해서는 안 된다고 돼있다. 특히 위탁할 때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조건 등을 명시하지 않고 위탁 후 협조요청 또는 거래 상대방으로부터의 발주취소, 경제상황의 변동 등 불합리한 이유를 들어 하도급을 감액하는 행위 등을 막고 있다.

다만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하도급대금을 감액할 수 있다. 이때도 감액사유와 기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을 해당 수급업자에게 미리 주도록 하고 있다. 또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감액한 금액을 목적물의 등의 수령일부터 60일이 지난 후에 지급하는 경우, 그 초과기간에 대해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이 많아서 ”
바쁜 조사관

실제 공정위는 지난 51일 하도급업체들에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등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남해종합건설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2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남해종합건설은 201511부터 201612월까지 36개 하도급업자들에게 법정 지급기일을 최대 528일 초과해 대금을 지급하면서 지연이자 11138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A 대표는 전화나 이메일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풍산시스템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다 지난해 1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하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했다. 공정거래조정원은 공정위 산하기관으로 불공정거래행위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를 당사자 간의 자율적인 조정을 통해 신속하게 해결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공정거래조정원서 3개월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위로 사건이 넘어간다. A 대표의 사건은 지난해 4월 공정위로 넘어갔다. 문제는 A 대표의 사건이 13개월째 공정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담당자가 바뀌면서 결론이 언제쯤 날지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A 대표는 답답한 상태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하면서 함께 제기한 물품대금 청구 민사소송은 공정위 결론이 늦어지면서 진행되지 않고 있다.

A 대표의 사건을 맡고 있는 공정위 관계자는 접수된 사건 순서대로 진행하고 있다. 담당자가 바뀐 것은 통상적인 인사이동이었다. 전임자가 있었다고 해도 결론을 내고 보고서를 쓰기 위해서는 후임자가 직접 사건자료를 다시 다 봐야 한다. 일부러 사건 처리를 지연한다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지난 2015년 만든 내부지침에는 사건 접수 뒤의 처리기간을 6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담당자가 사건 처리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대개 1명의 조사관이 맡고 있는 사건의 수는 15건이 넘는다. 나도 현재 16건의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다. (A 대표의 사건보다)더 이전에 접수된 사건도 있다고 덧붙였다.

“월급도 못 주고 …
감옥 가게 생겼다”

A 대표가 풍산시스템과 대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는 회의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공정거래조정원에 사건을 접수하고 다음 날인가 풍산시스템서 연락이 왔습니다. 협의를 하고 싶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직원들 급여가 밀려 있었고, 일부 거래업체로부터 물품대금 지급명령신청을 당했습니다. 거래 계좌도 압류당한 상태였습니다. 말 그대로 한 푼이 아쉬운 때였습니다.”

​​​​​​​A 대표는 2018117일 풍산시스템 관계자와 대금 지급과 관련해 논의를 진행했다. A 대표에 따르면 이날 논의서 다뤄진 부분은 20179월과 11월의 마감분 물품공급, 201711월 말일(9월분)20181월 말일(11월분) 정기결제돼야 할 금액에 대한 선지급 협조요청과 지급완료 확인, 201712월 마감분으로서 20182월 말일 정기결제 될 금액에 대한 선지급 협조요청과 풍산시스템의 조기결제 요청의 수락 등이었다.

2017년 풍산시스템이 발주 처리를 하지 않은 건에 대해 5600만원을 받기로 한 점, 상호 간 처리되지 않은 대금에 대한 협의는 이날 완료돼 추가 잔금은 없다는 점, 대금 조기 결제가 이뤄진 후 회의와 관련된 미처리 대금에 대해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다는 점 등이 논의됐다. A 대표는 이날 회의와 관련돼 작성한 회의록에 서명했다.

회의록에 서명을 해야 대금을 지급해준다고 했습니다. 회의 때 논의된 5600만원도 실제로는 5694만원이었습니다. 풍산시스템서 94만원을 깎은 거죠. 그마저도 20182월에야 들어왔어요. 풍산시스템은 제가 서명한 회의록을 근거로 과거 거래의 대금까지 전부 지불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른 피해업체?
엄벌해 주길

풍산시스템은 저 같은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를 착취해 250억원 상당의 사옥을 짓는 등 호위호식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족도 직원도 챙기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로 전락했습니다. 저 말고도 아직 나서지 못하는 피해업체 관계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도급업체에 대한 갑질을 엄벌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강화됐으면 합니다.”

이와 관련해 풍산시스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현재 공정위 조사나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따로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돈 안 주는 기업 손 본다’ 하도급 신고센터 운영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를 추석 연휴 전날인 911일까지 운영한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명절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중소기업이 하도급대금을 제때 받지 못하면 자금난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 설 320억원 지급

지난 설 연휴 기간에도 공정위는 47일간 신고센터를 운영했다. 그 결과 총 286, 320억원이 지급 조치됐다.

불공정 하도급 신고센터는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광주·전라권, 부산·경남권, 대구·경북권 등 전국 5개 권역에 10개소가 설치된다.

통상적인 방식과는 달리 하도급대금 조기 지급에 중점을 두고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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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