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승유-윤석금 기막힌 인연 막전막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7.26 18:10:13
  • 호수 12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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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4대 천왕’ 통하는 수상한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웅진그룹이 결국 코웨이를 토해냈다. 무리하게 빚을 내 인수한 게 탈이 난 것이다. 웅진의 자금상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인수자금 지원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한국투자증권의 책임론도 만만치 않다. 이번 인수전 내막에 샐러리맨 신화와 금융계 4대 천황의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었던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이 그동안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자식 같은 기업을 되찾게 돼 감회가 새롭다. ‘실패한 사람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드리겠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코웨이 인수 기자간담회서 이렇게 말했다. 2012년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후 매각한지 5년7개월 만이었다. 

자식 같은 코웨이  
3개월 만에 재매각 

하지만 인수 3개월 만인 지난달 27일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판다고 밝혔다. 재무리스크 때문이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되사는 데 1조9835억원을 썼다. 인수자금 중 80%인 1조6000억원가량은 빚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조1000억원을 인수금융(인수합병용 대출)을 지원했고, 5000억원 규모의 웅진씽크빅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웅진그룹이 투자한 3735억원마저도 2000억원 이상이 차입금이다. 웅진그룹이 직접 부담한 자금은 10% 미만에 불과했다.

결국 차입금이 발목을 잡았다. 보유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고, 막대한 금융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다. 코웨이의 주가 하락에 따른 채권단의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웅진그룹은 ‘선제적 재무부담 해소’ 차원서 코웨이를 재매각한다고 설명했지만, 인수 실패나 다름없다. 


이번 M&A 실패로 인수 금융을 주선한 한투증권도 대주단(투자자)으로부터 상당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증권은 웅진그룹의 차입금 규모가 상당해 유동성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을 알았지만, 무리하게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한투증권은 코웨이 재매각 주관사로 재선정됐다. 

한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IB업계서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회의적이었다. 한투증권이 아니었으면 웅진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를 선정하는 데 애를 먹었을 것”이라며 “웅진에게 받을 금용비용이 쏠쏠하다고 해도 한투증권이 웅진의 재무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의아했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M&A 자금 수조원 마련 어떻게? 
인수전 내막에 아른거리는 그의 그림자

‘예고된 저주’였음에도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를 주관한 배경은 무엇일까. 금융권에선 금융계 4대 천황 김승유 한투증권 고문(전 하나금융 회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특별한 인연’이 이번 인수전에 작용한 게 아닐까 의심하고 있다.

코웨이 인수 때와 마찬가지로 앞서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에도 웅진그룹이 인수합병 때마다 수천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이력이 있어 이런 의심에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두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인 것으로 전해진다. 나이대도 비슷하며, 같은 충청도 출신이다. 김 전 회장은 1943년생으로 청주 출신이며, 윤 회장은 1945년생으로 공주서 태어났다. 
 

▲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둘의 첫 만남은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전 회장이 한국투자금융(하나은행 전신) 전무이사였을 때 직원들 영업 마인드를 고취하기 위해 윤 회장을 초청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윤 회장은 샐러리맨 신화 불리며 성공가도를 달리던 기업인이었다. 


1990년대 후반 IMF를 거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대외 활동 및 행적이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2002년에는 나란히 제1회 서울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 AMP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투증권 고문
지금도 절친? 

김 전 회장은 윤 회장의 자서전에 추천사도 썼다. 윤 회장이 2009년 8월 자서전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를 출간했다. 이 자서전에 김 전 회장은 “오늘날 웅진이 국내 굴지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윤 회장의 철학과 실천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며 “이 책은 윤 회장의 경험을 담은 경영서지만, 긍정적인 생각이 갖는 위대한 힘을 기록한 철학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썼다. 

2009년 9월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은 세계경영연구원이 개설한 ‘리더십스쿨’서 중소기업 멘토링 봉사도 함께했다. 더불어 2010년도 <매경이코노미>가 주최한 ‘제2회 CEO 소장품 전시회’서도 두 사람은 각각의 소장품을 내놓기도 했다. 윤 회장은 대지 미술의 대가로 불린 크리스토의 미술품을 출품했으며, 김 전 회장은 60년대 신사실주의 예술인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작품을 내놨다. 

윤 회장은 김 전 회장이 하나금융 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하나금융으로부터 사실상 인수자금 전액을 주선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극동건설 인수에 하나IB증권이 주관사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웅진의 2007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하나IB증권(현 하나금융투자)은 극동건설 인수자금 6600억원 중 5000억원의 인수자금을 주관했다. 또 하나은행은 웅진그룹이 극동건설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법인 경정(웅진의 100% 자회사)에도 1900억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대출금을 관리하는 대리은행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윤 회장은 하나금융 등을 통해 100%가 상회하는 극동건설 인수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극동건설 인수 당시에도 뒷말이 끊이질 않았다. 극동건설은 론스타가 운영하면서 ‘먹튀’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껍데기만 남은 회사였다. 극동건설의 시장가치는 2000억원 정도였지만, 윤 회장은 막대한 빚을 내 시장가보다 3배에 달하는 금액을 들여 인수한 것이다. 더군다나 인수자금 전액이 사실상 빚이었다. 

가는 곳 마다 
자금이 술술∼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폭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양광 사업도 어려워졌다. 극동건설를 인수하면서 발생한 금융비용 또한 웅진에겐 큰 부담이었다. 결국 2012년 웅진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이 과정 윤 회장은 계열사 자금을 불법 유용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웅진플레이도시도 인수 당시(2009년) 하나금융 측이 1300억원의 자금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전의 당사자였던 한 인사는 “웅진이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하는 과정서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 이 불법에 조력한 곳이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웅진플레이도시를 인수할 때 대리은행이었으며, 하나IB증권이 인수 주관사였다”고 귀띔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웅진플레이도시 인수 과정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직원을 비롯해 인수 실무자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과 윤 회장의 오랜 인연, 하나금융이 김 전 회장이 재직하던 시절 매번 웅진에 수천억원의 인수자금을 주선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한투증권이 코웨이 인수 주관사로 나선 게 단순한 우연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이 그동안 윤 회장의 자금줄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투증권과 웅진 측은 코웨이 인수·매각 주관사 선정 배경에 김 전 회장과 윤 회장 연관성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30년 인연 두 사람…자서전에 추천사
극동건설 인수 자금 하나금융 주선도?

한투증권 관계자는 “하나금융 회장이던 시절 윤 회장과 어떤 관계가 있었는지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김 전 회장은 단순히 고문일 뿐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코웨이 인수건은 한투증권의 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셀다운 형식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경영진에 보고도 안 된 사안이다. 한투증권의 고문이 보고도 안 된 사안에 대해 관여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전 회장은 MB정부서 ‘금융계 4대 천황’으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다. 이번 정부서도 금융권에선 김 전 회장의 ‘보이지 않은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한투증권이 지난 2017년 6월 김 전 회장을 고문으로 영입한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까지 나서 김 전 회장 영입에 심혈을 기울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은 1997년 하나은행장을 맡은 뒤 2012년 퇴임 전까지 무려 15년 동안 하나금융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이른바 ‘왕회장’으로 불렸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고대 경영학과 61학번으로 절친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금융컨선턴트 역할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서 김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세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검찰은 다스의 불법자금을 2008년 이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혐의로 하나은행을 두 차례 압수수색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하나은행은 다스 비자금이 관리되던 43개 국내 차명계좌서 빼낸 120억원을 마치 해외서 입금된 외상값인 것처럼 둔갑시켜줬다”며 “거액의 금액에 대한 자금세탁을 지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금융 김승유 회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융 영향력
여전히 막강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은 이번 정부서도 여전하다. 김 전 회장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기고-고려대 동문으로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 정부의 금융권 인사 추천을 두 사람이 한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실제로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최흥식 전 금감원장,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 회장 등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앉으면서 이른바 ‘김승유 라인’이 이번 정부 금융권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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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