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이상득 파문 관전 포인트 5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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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실세들 대몰락…SD 찍고 MB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권 내내 위태위태했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벼랑 끝에 몰렸다.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정국은 이미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특히 대선자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청와대도 바짝 긴장한 눈치다. 검찰은 과연 살아 있는 권력을 파고들 수 있을까. '대통령 형님' 사건의 파장과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그동안 각종 대형비리 사건에 자주 이름이 거론돼왔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을 잡혔다. 이 전 의원의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각 돈을 받은 의혹이다. 그 금액은 일단 수억원 정도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① SD 혐의는?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과 대기업에서 각종 청탁과 함께 7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대선 직전인 2007년부터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한창이던 지난해까지 수차례에 걸쳐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5억원 가량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첨부터 말 많더니 끝까지 말썽"

저축은행 수사 과정에서 '이상득'이란 이름이 처음 나온 것은 김 회장(구속)의 입에서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미래저축은행이 퇴출 전 정관계 로비용으로 임 회장에게 14억원을 건넸고, 이중 일부가 이 전 의원 로비에 사용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도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앞두고 '퇴출당하지 않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솔로몬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2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선 퇴출을 피했지만, 지난 5월 3차 구조조정에서 모두 영업정지를 당했다.

② 살생부 있나?

이후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을 수사하면서 이 전 의원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의원은 과거 사장으로 일했던 코오롱그룹에서 수년간 자문료로 1억50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이란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안팎에선 이 전 의원 외에도 거물 정치인 2∼3명 정도가 더 구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많게는 5∼6명까지 거론된다. 실제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현재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만 3명이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김덕룡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은 이 전 의원과 비슷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의 퇴출저지 부탁을 받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냐는 것이다. 검찰은 임 회장이 김 회장에게서 받은 '로비금'의 일부를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게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의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구체적인 확인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김 전 의원도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그가 이 전 의원에게 김 회장을 소개해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만간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이 김 회장과 임 회장을 구속했을 당시 로비 대상자가 적힌 이른바 '김찬경 리스트' '임석 리스트'가 존재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이 리스트가 정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었다. 정치권에선 김 회장과 임 회장이 이미 거물 중 거물인 이 전 의원을 지목한 이상 또 다른 로비 대상자를 부는 것은 시간문제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③ 대선자금 수사?


무엇보다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그 종착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지 여부다. 포인트는 이 전 의원이 돈을 받은 시점이다. 이 전 의원과 김 회장이 처음 만났던 시기는 2007년 당내 경선이 끝나고 대선 직전. 두 사람 사이에 오간 돈이 '보험'성격의 선거자금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MB캠프에 깊숙이 관여했던 김 전 의원이 '중간다리'역할로 이번 사건에 낀 것도 석연치 않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을 비롯해 이명박 대통령,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이재오 의원과 함께 MB캠프의 핵심그룹인 '6인회'멤버였다. 앞서 최 전 위원장은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와 관련 사업 시행사로부터 거액을 받았다고 시인하면서 "받은 돈을 대선 때 여론조사 비용 등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가 불똥이 대선자금으로 튀자 말을 바꾼 바 있다.

각종 의혹들 비켜가다 결국 저축은행에 발목
정관계 거센 후폭풍…대선자금 확대 가능성도

뿐만 아니다. 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이 전 의원에게 건넨 돈은 선거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란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 회장이 대선을 돕고 싶다고 해서 이 전 의원을 소개해 줬다"고 밝혔다.

MB 측이 역대 대선 후보들처럼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 사용했다는 구체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그 정황과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됐었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으나, 야당의 파상공세와 현 정권에 대한 불신 여론이 워낙 커 수사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개인비리 수사에 머물고 있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를 2007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해야 한다"며 "최 전 위원장도 다시 불러 그 전모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④ 검찰 의도는?

일각에선 이번 이 전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의혹 털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한 형식적인 수사로 끝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현 정권이 임기 이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선 전 대통령 측근들이 연루된 사건을 서둘러 정리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전 의원은 그동안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공천헌금 의혹 ▲포스코 회장 인사개입 의혹 ▲SLS그룹 로비 의혹 ▲한국수력원자력 인사개입 의혹 ▲BBK 가짜편지 의혹 ▲파이시티 인허가 의혹 등 숱한 의혹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제대로 수사 받은 적이 없다. 이번에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는 저축은행과 코오롱 혐의가 주된 부분으로 이외 의혹은 수사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만약 이 전 의원이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만 기소될 경우 나머지 의혹은 그대로 덮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⑤ 박근혜 표정은?

그간 검찰의 행보도 적당히 마무리 짓는 선에서 수사를 덮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최근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검찰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난을 받았다.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 전 의원 수사 역시 최대한 속전속결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가급적 대선 정국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할 계획. 사실상 수사의 정점인 이 전 의원을 다른 의원보다 먼저 부른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검찰은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한 것이란 이유를 달았지만, 모종의 노림수가 깔려있다는 의심도 떨치기 힘든 상황이다.

거물 정치인 2∼3명 추가 구속 관측
면죄부 주기 위한 '털기용'의혹도
여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 저울질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득실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외면상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현 정권 실세라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는 눈치다.

반면 야당의 시각은 다르다. 이번 의혹에 박 원내대표를 포함시킨 검찰의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박 전 위원장을 도우려고 각본에 의해 짜 맞추어진 정치검찰의 명백한 대선기획용 수사"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전 의원 수사에 대한 물타기 성격도 있지만 보다 감춰진 검찰의 정략적 의도는 분명하다"며 "박 전 위원장의 대선 상륙작전을 돕기 위한 상납의 도구로 저축은행 사건을 기획하려는 정치검찰의 대선 개입 신호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박 전 위원장도 마냥 안심할 수만 없는 처지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와의 접촉설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또 박 전 위원장의 동생 박지만-서향희 부부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회장의 '관계'도 속 시원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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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