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텃세’ LG화학의 두 얼굴

밥그릇 뺏길라 ‘안절부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LG화학이 ‘배터리 기술 및 인력유출’을 놓고 경쟁사와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업계 1위 기업의 전형적인 텃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영업이익마저 반 토막 났다. 일각에선 배터리 분야의 입지가 줄어들 것을 걱정해 후발주자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승승장구하던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위기에 직면했다. SK이노베이션과 전기차 배터리 ‘기술 및 인력유출’을 놓고 연일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 초 ESS 공장 화재로 영업이익마저 반 토막 나면서 당분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계속되는 악재
결국 소송전으로

최근 LG화학은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해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한 정황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곧바로 신학철 부회장이 사과문을 내놓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악화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15년부터 4년간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과 벤젠 등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이들 업체에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조사를 벌여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1·2·3공장 등 6곳이 카카오톡 메시지 등을 통해 측정대행업체와 공모한 정황을 확인했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이들 업체를 기소의견으로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송치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들 업체가 4년간 조작하거나 가짜로 발급한 대기측정기록부는 1만3096건이다. 이 중 8843건은 실제 측정조차 하지 않았고 4253건은 측정값을 축소했다.

환경부는 대기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기 위한 목적 등으로 측정치를 조작한 것으로 봤다. 현행법상 먼지와 황산화물의 측정치가 배출 허용 기준치의 30%를 초과하면 배출량에 비례해 부과금을 내야 한다. 

환경오염 조작 이어 배터리 소송전까지
매출 감소에 압박?…후발주자 발목 잡기

대기오염물질 조작 사실이 적발되면서 LG화학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 발표가 나오자마자 곧장 신 부회장 명의의 공식 사과문을 내놓은 것도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신 부회장은 “이번 사태는 LG화학의 경영이념과 또 저의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위해성, 건강영향평가를 지역사회와 함께 투명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G화학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됐다. 대기오염물질 수치조작 논란이 가라앉기도 전에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소송전이 벌어졌다. LG화학은 지난달 3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인력유출을 통한 영업기밀 침해로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에 따르면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SK이노베이션에 내용증명을 보내 인력유출에 따른 기밀침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이 이에 응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한 것이란 설명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LG화학이 소송을 통해 ‘발목 잡기’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년 전에 시장에 진출한 선발주자 LG화학이 후발주자가 성장세를 보이자 미리 기선제압을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직원의 채용방식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기밀유출도 LG 측의 억측이라고 말했다.

SK 측은 필요한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나가겠다는 자신감까지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이번 미국 법정 제소 건은 LG화학의 과한 문제제기며 국익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기선제압
발목 잡기?

이번 갈등의 주된 이유는 인력유출과 핵심기술 유출이다. LG화학은 자신들의 주장을 방증하기 위해 올해 초 국내서 열린 대법원 승소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올해 초에도 SK이노베이션 전직자 5명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열었는데, 법원이 ‘영업비밀 유출 우려’와 ‘기술 역량 격차’를 모두 인정해 최종 승소했다는 것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5명 전직자에 대한 법원 판결은 영업비밀 침해와는 거리가 있고 ‘전직자들이 당시 경쟁사와 맺은 2년간 전직금지 약정 위반에 대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양사는 국내 배터리 시장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증권가 내에서는 LG화학이 좀 더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품질과 안정성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한 선두주자라는 것.
 

▲ LG화학 배터리

지난달 24일 LG화학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시장서)경쟁사와의 가격 차이가 크다고 느끼는 상황이지만 대규모 프로젝트를 꾸준히 수주받고 있다”며 “단순 저가 공세가 아닌 제품 성능과 유연성, 안정성 등을 내세워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이번 법정 소송전은 예고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LG화학이 저가 공세를 언급한 것도 결국은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또 일각에서는 LG화학이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인 신 부회장을 선임하고 전기차 배터리 분야 투자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입지가 축소되는 것에 압박감을 느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내부서 역풍
직원 반응 냉담

실제로 LG화학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12.6%서 올 1분기 10.6%로 감소했다.


특히 신 부회장 선임 이후 남경 전기차 1배터리 공장 및 소형 배터리 공장 증설에 1조2000억원 투자가 결정되고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및 1조7800억원 상당의 그린본드 발행 등을 통해 사업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나, SK이노베이션과의 세계 시장 점유율 격차는 같은 기간 11.6%포인트서 8.7%포인트로 줄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동안 중국업체들이 성장하면서 사실상 중국시장 진입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과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 등 여러가지 악재서 시선을 떼놓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ESS 화재 4건은 모두 LG화학의 배터리서 발생했다. 이에 LG화학은 태양광 연계 배터리 충전 상한 감소 공문을 보내고, 올 1분기 ESS 관련 비용으로 1200억원을 지출했다.
 

▲ LG화학 공장

배터리 소송전에 대한 LG화학 내부 직원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익명으로 의견을 올릴 수 있는 모바일 앱 ‘블라인드’에는 연일 두 회사 간 소송전과 관련된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LG화학의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LG 측이 소장을 통해 ‘SK의 영업비밀 침해로 최대 59조원으로 추정되는 독일 폭스바겐사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서 패했다’고 주장한 것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LG 직원들은 회사편을 들기는커녕 처우 개선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다. 

사내 분위기도 냉담…경쟁사 응원하기도
고래싸움에 새우등…관련 업체들에 불똥


LG화학의 일부 직원들은 회사 측의 ‘핵심인력 빼가기’ 주장에 대해 “윗분들은 왜 이직하는지 진짜 모르느냐”며 “성과급도 부족하고 처우가 너무 안 좋은데 누가 열심히 하겠느냐”면서 소송 취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단순히 급여를 떠나 엔지니어에 대한 대우나 기업문화가 문제라는 의견도 섞여 있다. 

오히려 이번 소송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서 LG 출신 경력직 채용을 중단할까봐 우려하는 게시글까지 등장하고 있다.  

LG화학 등 LG그룹 내부 블라인드 게시판의 분위기는 더욱 냉담하다. 역으로 SK이노베이션을 응원하는 글들이 지속적으로 게재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업계 1위 LG화학서 2년간 SK로 76명이 옮겼으나 반대로 이직한 경우는 단 한 명도 없었다”라는 반박 내용에 관해 LG그룹 직원들은 “LG가 안 되는 이유를 SK가 알고 있다”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는 게 당연한 이치” “배터리 쪽이 얼마나 안 좋으면 현직자들이 SK이노를 응원하겠는가” “소송비용으로 성과급을 달라” “SK가 승소해도 사람 귀한 줄 모를 것” “직원을 미래가치로 보지 않고 소모품 취급한다” 등의 글을 쏟아냈다.

또한 LG그룹 직원들은 SK 측이 모든 구성원에 대한 철저한 보호 방침을 수립하고 대응한다는 방침을 수립하자, LG와는 반대되는 행보라며 부러워하는 눈치다. 이번 소송 관련 역풍이 LG그룹 내부서부터 불고 있는 셈이다. 

고래싸움에…
관련 기업 타격

업계 관계자는 “현재 두 업체의 인력·기술 빼앗기 논란에 2차전지 관련 중소기업 및 고객사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며 “양쪽 입장을 모두 들어봐야겠지만 LG화학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으니 경쟁사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어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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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