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모를’ LG화학의 두 얼굴

전 직장 동료 대상 소송 남발...총질 비난 받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CEO 회동은 갈등 봉합의 기대를 낳았지만 결렬됐다. 다음 날 경찰은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고소한 바 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LG화학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LG화학이 이들을 겨냥한 셈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양사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과 특허를 둘러싼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갈등의 핵심은 LG화학 전직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하면서 자사 배터리 기술을 유출했다는 것. 배터리 사업은 사업 특성상 인재풀이 한정적이다. 경력직 채용이 곧 ‘인재 유출’로 여겨지는 까닭이다. 업계 간 인력 유치 경쟁은 그만큼 뜨겁다.

정면충돌
언제까지?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섰다. LG화학은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성과급을 마련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그러나 상당수 LG화학 직원들이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LG화학은 지난 4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셀·팩·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금지를 요청했다. 동시에 LG화학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비밀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델라웨어주는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이 있는 곳이다.

LG화학은 자사 전지사업본부 핵심인력 76명을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가로챘다고 봤다. 특히 해당 인력 다수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 핵심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자동차 배터리 핵심기술까지 빼앗아 갔다는 주장이다.


LG화학은 전직 직원들이 SK이노베이션 입사지원 서류에 ‘배터리 양산 기술’ ‘핵심 공정 기술’ 등 주요 영업 비밀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추가 채용이 LG화학 핵심인력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회동 하루 뒤 압색…화해 분위기 ‘찬물’
전 직원들 겨냥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LG화학은 “이번 소송은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며 “정당한 경쟁을 통한 건전한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입장문을 통해 “국내 이슈를 외국서 제기해 국익 훼손 우려 등의 관점서 먼저 유감을 표한다”며 “배터리 사업은 투명한 공개채용 방식으로 국내외로부터 경력 직원을 채용한다. 경력직 이동은 당연히 처우 개선과 미래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한 당사자 의사에 따라 진행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사 갈등은 결국 맞소송으로 번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서울지방법원에 LG화학을 상대로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영업비밀 침해가 전혀 없었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10억원을 우선 청구했다. 이후 소송 과정서 구체적으로 손해를 조사, 손해배상액을 추가 청구하기로 했다.
 

▲ LG서산 배터리공장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1년 LG화학을 상대로 특허권과 관련해 승소한 바 있다. LG화학은 당시 리튬이온 분리막 특허권을 침해당했다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특허심판원과 서울중앙지법은 모두 LG화학의 패소를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일 LG화학과 미국 법인 LG화학 미시간, LG전자를 국제무역위원회와 연방법원에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윤예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는 “이번 제소는 LG화학이 지난 4월에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건과는 무관하다”며 “핵심 기술 및 지적재산 보호를 위한 정당한 소송”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LG전자는 LG화학으로부터 배터리 셀을 공급받아 배터리 모듈과 팩을 생산해 특정 자동차 회사에 판매하고 있어 소송 대상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전쟁
누워 침뱉기

LG화학은 즉각 반발했다. LG화학은 입장문을 통해 “LG화학의 특허 건수는 1만6685건인 반면, SK이노베이션은 1135건으로 14배 이상 격차를 보이고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면밀한 검토를 통해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인지하고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받아쳤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소송전’으로 이들 간 갈등의 골은 깊어져만 갔다. 업계 안팎에선 국내 배터리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력사 간 갈등이 하루 빨리 해소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추석 이후 양사 CEO는 회동을 갖기로 해 이목을 끌었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는 정도에 그칠 공산이 컸지만 이들의 만남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았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16일 서울 모처서 회동을 가졌다. 회동 결과를 두고 이목이 쏠렸다.

결과는 ‘결렬’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부회장과 김 사장은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추후 회동 일자 역시 잡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CEO 회동 바로 다음 날 경찰은 SK이노베이션을 압수수색했다. 화해 모드를 연출한 지 하루 만에 불이 붙은 셈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을 두고 여러 곳에서 우려를 표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CEO 회동 바로 이튿날 이뤄진 점을 두고 시기가 묘하다는 관측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7일, SK이노베이션 종로구 서린동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을 압수수색했다.

LG 화학은 지난 5월 SK이노베이션을 서울지방경찰청에 ‘산업 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 고소했다. 압수수색은 이틀째 이어졌다. 경찰은 다음날인 18일,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도 압수수색했다. 전날 압수수색 불가로 영장을 법원으로부터 다시 발부받은 뒤 이날 실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흙탕 싸움
화해는 없나

경찰의 이날 압수수색으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2차 회동 여부는 불투명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압수수색에 대해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지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일부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게 사실이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워낙 지원자가 많았을 뿐 특정 인력을 겨냥해서 채용한 적은 없다”고 맞섰다.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전직 LG화학 직원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LG화학이 자사 전직 직원을 사실상 정조준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직 직원을 소송전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LG화학의 ‘길들이기’라고 지적한다. LG화학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과 이직을 준비 중인 직원들을 비롯해 이미 이직한 직원에게까지 압박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안팎에선 개인까지 소송전에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과거 이직한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LG화학은 2017년 12월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긴 전기차 배터리 담당 핵심 직원 5명을 법원에 전직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LG화학은 이들의 SK이노베이션 이직을 기술유출로 봤다. 대법원은 지난 1월 영업비밀 유출 우려, 양사 간 기술 역량 격차 등을 모두 인정, 이례적으로 ‘2년 전직금지 결정’을 내렸다.

LG화학이 주장하고 있는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 등은 비단 SK이노베이션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히 해외 배터리 업체가 국내 인력에게 보내는 러브콜과 그에 따른 기술유출 우려는 놀랄만한 수준이다. 배터리 인력 스카우트서 중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유럽 등지서도 숙련된 국내 인력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빼가는 중국·스웨덴 그냥 두고
국내 기업 SK이노베이션만 시비

중국 헝다신에너지차는 전기차 배터리가 포함된 신에너지차 분야서 8000여명 규모의 글로벌 채용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헝다신에너지차는 중국 최고 부호 쉬자인 헝다 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올해 초 설립한 회사다. 채용 인력에 대한 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배터리 업체 비야디(BYD)는 지난 2017년 국내 배터리 인력을 모집하기 위한 공고를 낸 바 있다. 비야디가 내세운 건 연봉 외에 추가로 성과급과 연말 보너스, 관용차, 자동차 구입 보조금, 1인용 숙소 지원 등으로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업계 등에 따르면 생산량 기준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은 국내 배터리 기업 인재들을 기존 연봉의 3배 수준을 제안하면서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 배터리 업체 노스볼트는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여명 이상의 한국인과 일본인 기술자들이 일하고 있다”며 LG화학 인력을 스카우트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 제기 당시 LG화학 직원들은 익명 앱 블라인드서 ‘이직은 자의로 간 것’ ‘돈이 다가 아니다. 대우와 기업문화 차이가 크다’ 등의 냉소적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다툼이 계속되면서 인력 유출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 배터리 업체들이 제시하는 급여나 처우 등은 국내 업체가 사실상 따라오기 어렵다. 인력 유출 방지를 위한 방법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기에 국내 동종 업계 간 갈등은 오히려 인재 이탈 가능성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돈 때문 아냐’
‘이직은 자의’

LG화학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직한 직원들과 SK이노베이션의 기술유출 범죄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며 “피해를 입은 건 자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배터리 업체의 인재 유출 등과 관련해선 “해외 배터리 기업서도 기술유출이 발생하면 당연히 법적으로 대응한다”며 “해외기업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SK이노베이션에만 대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CEO 회동 불발, 두 회장이 나설까

신학철 LG화학 부회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간 회동이 불발되면서 회장 간 회동에 관심이 모인다. CEO 회동 하루 만에 경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됐고, 추후 회동마저 안갯속이다.

양측의 대립이 계속된다면 벼랑 끝 상황까지 이어지는 건 시간문제라는 해석도 있다. 구광모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회동이 언급되는 까닭이다.

두 그룹 회장이 직접 만난다면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합의를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반면 회장 회동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각각 LG그룹과 SK그룹 계열사이지만 양사 CEO가 적지 않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배터리 전쟁 전면서 다투고 있기도 하다. 그룹 총수가 직접 나설 여지가 그 만큼 줄어든다는 해석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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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