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는 공권력의 민낯

경찰은 나사 풀리고 검찰은 술에 취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경찰과 검찰은 시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붙잡는 동아줄이다. 공권력은 시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그 힘을 유지한다. 문제는 여러 사건으로 말미암아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 민갑룡 경찰청장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1031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에게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통령이 21.3%를 얻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 나왔다. 경찰은 2.7%, 검찰은 2.0%로 꼴찌를 간신히 면했다. 최하위는 국회(1.8%)였다.

신뢰도 조사
꼴지만 면해

한국갤럽에서 조사·발표한 ‘2017 사회통합실태조사신뢰 부문을 살펴보면 경찰과 검찰에 대한 신뢰도는 각각 41%, 31%였다. 조사는 201791일부터 10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17개 기관 중 경찰은 8번째, 검찰은 15번째였다. 경찰(38%41%), 검찰(27%31%) 믿는다고 답한 비율이 2016년 조사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믿지 않는다는 응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공권력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일련의 사건에서 드러난 경찰과 검찰의 대처, 혹은 태도서 비롯됐다. 경찰과 검찰의 수준이 시민들의 기대보다 떨어지는 일이 SNS나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불신이 쌓였다는 지적이다. 과거에 비해 스마트폰 사용률이 월등하게 높아졌고, SNS가 발달해 실시간으로 상황 전송이 가능해졌다. 또 일단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영상과 사진 등으로 상황을 촬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서울 강동구 암사역 인근서 벌어진 흉기 난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지난달 13일 오후 7시경 지하철 암사역 3번 출구 앞 인도서 흉기로 친구를 찌른 혐의(특수상해)A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은 흉기를 들고 친구인 B군과 싸워 허벅지에 상처를 입혔다.


B군은 사건 직후 근처 병원서 상처를 치료 받고 귀가했다. A군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을 위협하며 도망치다가 뒤쫓아간 경찰관에게 붙잡혔다. 근처에 있던 시민들은 A군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고, 해당 영상은 SNS와 유튜브를 통해 빠르게 퍼졌다. 영상이 확산되자 경찰의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테이저건(전자충격기)을 사용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A군이 흉기를 든 채 달아나게 만든 상황이 영상에 포착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A군이 시민들이 몰려 있는 쪽으로 도망가면서 제2, 3의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사건 다음날 기자간담회서 현장 출동 경찰은 흉기를 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국민의 우려와 궁금증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 “못 믿겠다”
망신살 경·검 불신

또 현장 출동 경찰이 테이저건을 명중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 테이저건은 발사된 전극 두 개가 꽂혀야만 전류가 흘러 효과가 있는데 전극 하나의 명중률이 애매한 상황이라며 사격 훈련을 자주 하기에는 예산상 한계가 있어 국산 테이저건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당산역 버스 흉기 난동 사건서도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비판을 초래했다. 지난달 19일 오후 10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시내버스서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다른 승객을 위협하는 일이 일어났다. 버스에 있던 한 승객은 이런 상황을 112에 문자로 신고했다.

문제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버스에 올라 신고자가 있느냐고 크게 물었다는 점이다. 신고자는 신분 노출을 꺼려 가만히 있다가 경찰이 버스서 내린 이후에 따라 내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경찰은 신고자의 설명을 듣고 흉기 난동을 부린 남성을 잡았지만 간단한 신원 조회 후 귀가 조치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이 빗발쳤다. 경찰은 승객의 112 문자신고 당시 시스템의 한계로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2012112시스템이 통합되면서 문자신고가 40자 이내로 제한됐는데, 승객의 신고 내용은 40자 이상이어서 제대로 내용 파악이 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칼을 가졌다는 부분은 신고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원경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서 신고자의 보안을 유지하고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데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신고자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를 제대로 전달받지 못한 출동 경찰관 입장에서는 누가 소란 행위를 했는지 몰라 부득이하게 (신고자를) 찾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앞으로 112 신고와 경찰관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고 교육을 강화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성기업 폭행사건서도 경찰의 초동 대처가 입길에 올랐다. 지난해 1122일 충남 아산시 둔포면 유성기업 본관 2층 대표실에 들어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10여명은 최철규 대표이사를 감금하고 김모 노무 담당 상무를 약 1시간 동안 폭행해 논란을 빚었다.

경찰 대응
도마 올라

최 대표는 아산경찰서에 보낸 항의 공문을 통해 “‘사람이 맞아 죽는다. 빨리 와달라고 신고하며 절박하게 애원했지만 출동한 경찰은 사람을 구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김 상무를 폭행한 노조원들을 현장서 체포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건 대응을 두고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은 자체 감사에 돌입했고, 일부 책임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서 “(유성기업 폭행사건서) 총괄책임자인 서장 등이 신고를 받고 상황에 대한 판단과 지휘부에 대한 보고 등에서 미흡했던 점이 있다”며 경찰서, 지방경찰청 등에서 상황을 보고 받고 전파하는 분들과 아산서장에 대해서는 감찰조사를 진행해 징계 절차에 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전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서도 경찰은 부실 대응 논란으로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1014일 오전 810분께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PC방서 일하던 아르바이트생이 손님으로 온 김성수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CCTV 공개로 범행의 잔혹함이 드러나자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1세 아르바이트생의 죽음에 전 국민은 애도를 표했다. 피의자 김성수가 심신미약으로 감형돼서는 안 되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이 넘는 국민이 동참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만들어진 이후 현재까지 가장 많은 국민이 동의한 청원이다. 당시 유족들은 심신미약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개선과 경찰의 초동대응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용의자 김성수

강서구 PC방서 처음 갈등이 불거졌을 때 경찰이 별다른 조치 없이 돌아간 점을 들어, 적극적인 대응이 있었다면 사건을 막을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김성수의 동생을 범행에 가담한 공범으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경찰은 처음 출동했을 때는 두 사람 사이에 폭력이 오간 것도 아니고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 돌려보냈다“(처음에는) 폭행 시비나 흉기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음주운전도
앞장서서?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의 대응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PC방을 방문해 싸움만 말리고 돌아가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며 경찰이 초동대응에 미흡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찰은 현장을 면밀히 파악했어야 한다. 그런 갈등이 있었다면 격리시켜 귀가 조처를 한다든지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서울경찰청장은 “PC방서 아르바이트생이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단순히 말싸움을 하던 중이었다“1차 신고를 받고 경찰이 현장에 나갔을 때는 격렬히 싸우던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이 끝난 뒤 피의자가 집에 가서 흉기를 들고 와 다시 2차 신고가 접수된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잇따른 사건서 대응 논란에 휩싸인 경찰은 기강 해이로 보일 법한 사건에 직접 연루돼 시민들의 신뢰를 깎아먹고 있다. 특히 여성 대상 범죄, 음주운전, 응급실 폭행 등 근절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사건에 경찰이 연루되면서 누가 누굴 단속한다는 말이냐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중부경찰서 소속 경장은 이날 오전 040분께 북구 모 대형마트 주차장서 술을 마신 채 운전하다가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자 자신의 승용차를 두고 도주했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서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경장을 붙잡았다.
 

지난달 17일에는 대리기사가 오지 않자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낸 현직 경찰관이, 지난달 14일에는 경남 창원서 현직 경찰 간부가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뒤 도주하다 시민들에 의해 붙잡힌 사건이 일어났다.

군대 휴가를 나왔다가 음주운전 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윤창호법 시행 이후 현직 경찰관이 음주운전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경찰이 집안단속도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실 대응 논란 이어 범죄까지
썩어가는 동아줄 …대책은 없나?

현직 경찰 간부가 병원 응급실서 소란을 피우다 이를 제지하는 의사를 폭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해당 경찰은 의사 등 병원 관계자 2명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경찰은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복통 환자에게 물을 주지 말라는 의사 지침대로 물을 주지 않은 간호사에게 욕설을 쏟아냈다.

검찰도 경찰 못지않았다. 올해 들어서만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고검 소속 김모 검사를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 검사는 전날 오후 545분께 술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된 다른 차량의 오른쪽 뒷부분을 긁고 지나간 혐의를 받았다. 경찰은 김 검사가 음주 측정을 거부하자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같은 검찰청 소속 정모 검사가 서초동 중앙지법 앞 도로서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앞차와 추돌하는 사고를 낸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에 해당하는 0.095%로 나왔다. 불과 나흘 새 두 명의 현직 검사가 음주운전에 적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검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박상기 법무부장관

여기에 수원지검의 권모 검사가 성매매를 요구하며 술집 직원을 폭행한 뒤 지난해 말 검찰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01711월 권 검사는 서울 강남의 모 술집서 직원과 시비가 붙었다. 권 검사는 당시 술집 여성에게 성매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검사가 이를 말리는 직원을 폭행하면서 싸움으로 번졌다. 권 검사는 피해자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지난해 말 사표를 내고 검찰을 떠났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검찰은 문재인정부 들어 청산해야 할 적폐로 지목된 기관이다. 이미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태. 이런 상황서 현직 검사의 비위가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민들의 믿음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달 31일 지휘 서신을 통해 전국의 검사들에게 공직 기강 확립을 당부했다. 박 장관은 이날 보낸 복무기강 관련 법무부장관 서신’을 통해 검사로서 몸가짐에 각별히 유의해주길 바란다음주운전과 그로 인한 사고, 과도한 음주 등에 의한 폭행 등 검사의 비위가 계속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누구도 아닌 법을 집행하고 범죄자를 처벌하는 검사가 비위 행위로 인해 언론에 보도된다는 것은 너무나 부끄러운 일이라며 검사 한 사람의 일탈이나 부적절한 처신은 해당 검사 개인의 불명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검찰 조직의 신뢰 저하는 물론, 국가·사회 공동체 기강의 근본을 뿌리째 흔들어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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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