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대 생활적폐’ 핵심은 사학비리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8:33:22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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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 대로 썩은 족벌사학 도려내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가 8대 생활적폐 청산 과제를 선정했다.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라고 입을 모았다.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점은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사학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 근무하며, 족벌사학의 뿌리를 그 누구보다 잘 안다. 최근 불거진 사립유치원과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은 시작일 뿐이다.
 

▲ 사학비리 해체 집회 갖는 시민단체 회원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부른 권력형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마무리 단계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 이후 1년 동안 권력형 적폐 청산에 집중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국정 교과서 정책 폐지,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사건 조사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됐다.

민정실 주도
8개 항목 추려

청와대가 적폐 청산 2기에 본격 돌입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분야 적폐 근절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서 “정부는 국민 요구에 응답해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여 기관들은 그동안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논의를 거쳐 8개 생활적폐를 추렸다.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불공정·갑질행위▲요양병원 보험금 수급비리 ▲안전사고를 유발하는 부패행위 ▲탈세 등을 8대 생활적폐 근절 과제를 확정했다.

채용·학사 비리는 출발선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차원서 선정됐다. 서울교통공사의 고용 세습 의혹이 가장 최근 부각된 사례다. 경제적 약자에 대한 불공정 갑질도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직원 폭행과 엽기 행각을 비롯해 그 사례가 넘쳐난다. 기득권 세력의 부정한 사익 편취에는 지역 토착 비리와 보조금 횡령 등이 포함된다.


최근까지 부동산 시장이 과열로 이어지면서 재개발·재건축 비리도 8대 청산 과제에 포함됐다.

안전에 쓰여야 할 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는 관행도 청산 대상으로 꼽혔다. 지난 9일, 7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종로 국일고시원 화재나 지난 1월 6명이 숨진 종로 서울장여관 방화사건 등은 모두 안전시설 미비로 인명 피해가 컸다.

선정한 청산 과제 목록 보니…
문제점 결국 사학비리로 귀결

사정기관과 정치권에선 8대 생활적폐의 핵심은 사학비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학사비리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곳이 사립학교다. 더불어 8대 생활적폐를 자세히 보면 그동안 사학재단서 자행한 비리들”이라며 “사립학교만 제대로 수사해도 8대 생활적폐의 모든 문제가 쏟아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8대 생활적폐들은 ▲채용비리 ▲학사비리 ▲공적자금 부정수급 ▲재개발·재건축 비리 ▲불공정·갑질행위 ▲탈세 등 대부분 사학재단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비리들이다. 

사립학교의 채용비리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이사장 친인척 낙하산은 기본이며, 점수 조작과 뒷돈이 일상처럼 여겨진다.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 적발 건수는 3년 새 2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 문재인 대통령

지난달 9일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7년 시도별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 적발 현황’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교원 채용 비리로 적발된 건수는 93건에 달했다. 박 의원은 “2014년 3건에 불과하던 사립학교 교원 채용 비리는 2015년 10건, 2016년 17건, 2017년 63건으로 20배 이상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소문만 무성했던 학사비리도 사립학교서 터졌다.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쌍둥이 자녀에게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정황이 드러났다. 전 교무부장은 구속됐으며, 쌍둥이 자녀는 퇴학 절차에 들어갔다. 이 사건은 학교 내신성적 관리에 경종을 울렸으며, 공교육 불신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도 대표적인 사례다. 정유라는 입학 취소가 됐으며, 정유라의 부정입학과 학점 특혜에 관여했던 교수들은 모두 실형이 선고 됐다. 

돈 제대로
쓰이고 있나

사립학교 공적자금 부정수급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2013년부터 올해 7월말까지 ‘사학연금 부정수급' 규모가 19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직 중 형벌이 확정됐지만 사실을 숨기고 부정수급한 사례 39건, 총 12억3600만원, 사망 등 수급권상실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부정수급한 사례 129건, 총 7억700만원을 잘못 지급했다.

사립 유치원들의 정부 지원금 횡령도 대표적 사례다. 정부 지원금으로 유흥업소 출입은 물론, 성인용품까지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밀 근정 방안을 담은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 십 만평의 부동산을 소유한 사학재단과 재개발·재건축 비리는 뗄래야 땔 수 없다. 2016년 동의대학교 내 건물 신축공사를 수주하려는 건설업자에게 2억원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법원은 김인도 동의학원 이사장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제주 사립학교 남녕고 부지를 수십업원의 뒷돈을 받고 아파트 건설 등 개발사업을 하는 건설사에 매각한 백모 남녕학원 이사장은 징역 4년에 추징금 6억8000만원을 선고받았다. 
 

사립학교의 불공정·갑질행위도 매번 도마에 올랐다.

최근 경북 구미의 한 사립 중·고교가 체육교사들에게 매년 하프마라톤을 뛰도록 강요해 교권침해 논란을 빚었다. 또 남교사들에게 교대로 기숙사 사감을 맡기고 밤샘근무 이후 다음날에도 휴식을 보장하지 않아 교사들의 반발을 샀다. 중앙대학교 이사장은 2015년 학내서 정당한 문제 제기를 했던 교수들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목을 쳐주겠다”는 폭언으로 충격과 사회적 공분을 샀다. 

교육부장관은
사실상 꼭두각시?

사립학교 탈세는 기업비리 못지 않은데 기숙사 불법 운영, 차명계좌 사용, 공금 횡령, 학교 회계 부당 집행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2016년 부산시교육청이 사립학교 B고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는데 해당고교는 2008년 3월부터 올 6월까지 재단 이사 S씨와 부인 K교장이 소유한 건물 2동을 무단으로 용도 변경해 학생 기숙사로 불법 운영했다. 기숙사비 총 11억여원을 행정실 직원과 친척 명의의 차명계좌로 받아 관리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학비리 척결은 문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며 족벌 사학들의 뿌리 깊은 문제들을 직접 목격했다.

2005년 12월9일 국회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반대를 무릎 쓰고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과 교육계는 환호했다. 하지만 박근혜 당시 대표를 선두로 한나라당이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고 거리로 나갔다.

영남대의 박근혜, 홍신학원의 나경원, 현대학원의 정몽준 등 한나라당의 여러 의원들이 사학의 직간접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예견된 일이었다. 한나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사학재단들은 신입생 모집 거부와 학교 폐쇄를 언급하고 나섰는데 특히, 보수적인 개신교 사학들이 앞장섰다.

이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은 위헌이고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는 음모라며 학생들을 사회주의 전사로 만드는 법안이라며 색깔론을 꺼내들었다. 

권력형 이어 민생으로 ‘2라운드’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

국회 올스톱이 장기화되자 예산안 처리에 비상이 걸린 열린우리당과 노무현정권은 예상보다 훨씬 거센 반발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나라당에 손을 내밀었다. 해를 넘긴 2006년 1월30일, 당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였던 김한길 의원과 한나라당 원내대표였던 이재오 의원이 북한산서 만나 ‘사립학교법 재개정 합의’에 이른다.


이른바 ‘산상합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략적 후퇴(?)를 택했다고 변명했지만 사실상 항복 선언이었다. 이렇게 해서 어렵게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해보지 못하고 그해 7월 재개정됐다. 
 

▲ 사학법 개정 반대 집회 갖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여권도 8대 생활적폐가 사학비리와 연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사립학교법 문제로 시끄러울 때 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다. 사립학교법이 누더기 되는 과정을 직접 본 사람이다. 그 학습효과가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처럼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교육 비전문가인 유은혜 교육부장관을 임명한 것도 이런 정부 기조에 이견 없이 따라올 인사이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참여정부 당시 당·정·청회의서 교육부장관이 ‘직’을 걸면서까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민정수석으로 회의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그럼 관두시죠”라고 말했다는 일화도 있다. 

참여정부 실패
이번엔 잡는다

사실 전임이었던 김상곤 전 교육부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에 실패했다. 김 전 장관은 사학비리 척결을 기치로 내걸며 사학혁신추진단 등을 설치했으나 성과가 미미했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사립학교 한 관계자는 “진보 교육인으로 꼽힌 김상곤 전 장관조차도 사학비리를 척결하지 못했다”며 “교육부 공무원들이 사학과 결탁돼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서 강도 높은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이상 사학비리는 청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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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