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받은 문재인 ‘대권플랜’ 대해부

박지원 ‘기획’ 이해찬 ‘연출’ 문재인 ‘주연’…2012 블록버스터 <운명>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정치권의 시계가 벌써부터 12·19 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잠룡들의 대선 출마 러시가 이어지면서다. ‘미래권력’들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자 대선불판 역시 서서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특히 민주당의 앞서가는 대권주자 문재인 의원은 ‘이해찬-박지원 기관사’가 운전하는 대선급행열차에 오르자 강력한 대권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발언 수위부터 180도 확 달라진 문 의원. ‘박지원 기획’ ‘이해찬 연출’ ‘문재인 주연’의 2012 초대형 블록버스터 '운명'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의 대권플랜을 세세히 뜯어봤다.

“내가 나서야 박근혜 이긴다.”
“안철수보다 내가 비교우위에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이 180도 달라졌다. 지난 12일 ‘대선주자초청간담회’에서 문 의원이 강력한 대권의지를 표명하고, ‘링 밖의 최강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해 첫 포문을 날렸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정치참여에 대해 극구 손사래를 치던 모습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권력의지가 없다던 문 의원의 옛 모습은 이제 어디서도 눈 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을 지경이다.

‘노무현 그림자’에서
‘비욘드 노무현’으로

이를 두고 정계 안팎에서는 ‘이해찬-박지원 기관사’의 대선급행열차에 오른 문 의원이 본격 대권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평이다. 실제로 문 의원은 지난 17일 이어진 대선 커밍아웃과 함께 본격적으로 대권플랜을 가동하는 모양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른바 ‘문재인 사단’이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의 싱크탱크 격인 ‘담쟁이포럼’은 지난달 30일 출범했다. 담쟁이포럼은 향후 대선정국에서 문 의원의 철학을 정립하고 정책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럼을 이끌 지도부 대다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로 채워졌다.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포럼 수장을 맡았다. 주요 의제를 총괄하는 연구위원장에는 노 전 대통령 시절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선임됐다.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장에는 문 고문의 4·11 총선 선거구호인 ‘바람이 다르다’를 쓴 카피라이터 정철씨가 맡게 됐다. 이외에도 공지영 작가, 김용택·안도현 시인, 차승재 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나는 꼼수다>의 탁현민 기획자 등이 참여한 상태다. 오는 6월 중순 이후에는 팬클럽 ‘문재인과 친구들’이 출범할 예정이다. 문재인과 친구들은 박범계 의원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특히 지난 4·11 총선을 통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한명숙·박남춘·김태년·홍영표·이상민·김경협 의원 등 민주당의 친노 직계 30명의 의원 등은 문 의원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이들은 대부분 담쟁이포럼이나 문재인과 친구들에 소속되어 대선정국서 문 의원에 대해 전방위적인 지원사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당권을 이해찬 대표가 장악한 것도 문 의원에게는 고무적인 대목이다. 이 대표는 극구 정치참여에 손사래를 치던 문 의원을 삼고초려 수준으로 현실 정치권에 입문시킨 당사자다. 게다가 킹메이커인 이 대표가 그리는 대권구상이 ‘이해찬-박지원-문재인 삼각연대’란 사실은 이미 경선과정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베일 벗고 윤곽 드러낸 ‘문재인 사단’ 외곽조직 본격 가동
“성장 동반한 복지·경제민주화로 나가야…일자리가 정답”

이 대표가 문 의원을 현실 정치로 끌어들인 데는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정략적 판단이라는 것이 측근인사들의 견해다. 때문에 문 의원에게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며 대권행보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멍석(?)이 깔리자 문 의원의 보폭도 넓어졌다. 친노세력을 아우른데 이어 ‘DJ 사람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한 것. 한 언론사에 따르면 DJ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 권노갑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게 식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 의원은 지난 12일 국립현충원 DJ 묘소 앞에 화환을 놓아두었다고도 언론은 전했다. 이는 동교동계 인사들이 매주 화요일 아침마다 DJ 묘소를 찾아 헌화하는 점을 겨냥한 구애작전이라는 분석이다.

문 의원의 판단인즉, 본격 대선정국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당의 원초적 지지기반인 호남계와 구민주계의 지지가 절실하다는 계산이 작용한 듯 보인다. 게다가 최근 당내 호남권 인사들이 자신과 잠재적 경쟁관계에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이 문 의원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발언 수위도 사뭇 달라졌다. 문 의원은 본격 대선 출마선언에 앞선 지난 12일 ‘대선주자초청간담회’에서 확고한 대권의지를 밝혔다. 자신이 정권교체의 적임자라고 누차 강조한 것.

문 의원은 “민주당내 경쟁력이 가장 높다”면서 “제가 (후보가) 돼야 새누리당의 박근혜 전 위원장을 이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대권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 왔던 것과는 상반된 발언인 셈이다. 이는 자신이 민주당내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압도적인 지지율을 점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문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책비전을 제시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친노세력 아우르고
DJ 사람들에 러브콜

먼저 문 의원은 대선출마 배경에 대해 자신의 경쟁력으로 정치권의 변화와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을 모두 충족시켜줄 수 있다고 밝혔다. 민심이 생산해낸 ‘문풍’으로 민심이 바닥을 치는 MB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얘기다.

앞서 정치권에 대한 근본적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은 제3의 인물이던 ‘문재인 신드롬’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MB정부는 서민경제 파탄과 양극화 현상 등으로 민심이 바닥을 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따라 자신에게서 희망을 찾은 것이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특히 MB정권의 국정파탄 속 국민 절망의 근본적 원인은 바로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이라고 문 의원은 지적했다. MB정권 탄생의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 대해 문 의원은 책임감과 정권교체에 대한 절실함이 남다르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때문에 그는 대선에 출마해서 반드시 정권교체로 민주정부 제3기를 열겠다는 각오다.

문 의원은 자신의 경쟁력으로는 국정경험을 꼽았다. 그는 “참여정부의 실패와 한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참여정부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문 의원은 민주통합당 간판으로 부산에서 당선된 것도 경쟁력으로 내세운 상태다. 이는 김두관 지사의 PK경쟁력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의 경우 무소속으로 당선됐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기간 중 여론조사를 보면 MB정권 실정으로 정부여당 공동 심판여론이 70%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얻지 못한 상태다. 여론조사 결과 민주당이 수권정당으로 자격이 없다는 여론도 64%가 될 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들에게 수권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난 6·9 전당대회처럼 역동적이고 흥미진진한 대선경선과 함께 정책·비전의 승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성장을 동반한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복지·경제민주화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위해 문 의원이 내놓은 해법은 일자리다.

참여정부 실패 성찰…보수가 씌운 친노 프레임 벗어나야
‘장외 최강자’ 안철수 향해 첫 포문 날려 “이길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노무현 정신 계승 외에 별다른 콘텐츠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현장 정책 간담회’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그가 본부장을 맡고 있는 ‘좋은 일자리 본부’ 활동을 통해서다.

이를 위해 문 의원은 노동계 전문가들의 ‘정책 브리핑’을 수차례 공부했고 토론준비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자신에게 쏟아질 국정운영 콘텐츠를 제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때문에 문 의원은 계속해서 ‘일자리 문제와 노동’을 주제로 정책토론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그는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서는 분열문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친노로 불리는 김두관·정세균·이해찬 등이 모두 각자의 정치를 하고 있다”며 “친노는 실체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보수 측에서 친노 프레임을 부각시켜 적전분열을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내부결속을 통해 각별한 노력으로 다 같이 벗어나자”고 피력했다. 

특히 문 의원은 “민주주의의 근간은 정당정치로 (원외인사에 대한 지지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외의 최강자 안철수 원장도 겨냥했다. 그는 스스로의 경쟁력에 대해 안 원장과의 비교우위에서 우세하다고 자평했다.

그는 “안 원장에 대한 국민 지지는 막연하다”면서 “당 후보가 단일화 시 전통이 깊은 민주당의 지지기반으로 안 원장에 지지 않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성장·복지·경제민주화
세 마리 토끼 잡을까?

하지만 본격 대선국면에 접어들면 ‘노무현 그림자’라는 꼬리표가 문 의원에게 따라붙어 참여정부의 과실을 뒤집어 쓸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그의 인적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친노 중심으로 재편되며 또다시 친노 프레임이라는 공세를 받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가 무너지며 기대이하의 성적과 함께 지속적으로 추락하는 지지율로 표의 확장성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대체제로 평가받는 ‘김두관 대안론’에 지속적으로 시달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실정이다.

본격 대권본색을 드러내고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대선플랜을 가동하기 시작한 ‘대망론의 주역’ 문재인 의원. 그는 과연 이러한 약점들을 무난하게 극복하고 당내 예선과 본선을 거쳐 대권고지에 오를 수 있을까? 그 과정과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