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살얼음판 당권전쟁 막전막후

싸움은 당권주자가 하는데 부채질은 대권주자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당권?대권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양상이다. 당권을 놓고 지역 경선의 판세에서 이해찬?김한길 두 후보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며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게다가 당권전쟁이 문재인?김두관 등 잠룡들 간의 대리전으로 확전되며 흥행대박을 친 것. 현재 표심의 향배를 가늠키 어려운 대규모 시민 선거인단과 당원 절반이 몰린 수도권의 경선이 남아 있어 당권은 더욱더 예측불허일 전망이다. 과연 당심과 민심을 사로잡고 절체절명의 과제인 정권교체를 이뤄낼 특급지휘봉은 누가 잡게 될까. 

민주통합당이 당권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역 경선에서 이해찬ㆍ김한길 후보 간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면서다. 특히 당권이 향후 대선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잠룡들까지 하나둘 뛰어 들며 전대 불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전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방통행 새누리
흥행대박 민주

지도부는 대의원 현장투표(30%)와 당원과 일반시민(70%)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모바일투표로 선출한다. 특히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당대표 경선이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된 것. 지난 5월20일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광주전남?대구경북?대전충남?경남?제주?세종충북?강원?전북 순으로 31일까지 지역순회를 통해 대의원 투표가 진행됐다.

이후 경선은 오는 5~6일 일반 시민과 당원 대상 모바일투표가 진행된다. 이어 6월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전대에서 수도권 대의원과 당원?시민 등 일괄적인 현장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누적된 득표율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 등 새 지도부가 구성된다.

당초 민주당 당권은 ‘이해찬 대세론’이 형성되며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갖가지 여론조사에서 이해찬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지키면서다. 이 후보는 다양하고 풍부한 국정경험과 과거 대선 승리경험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그는 당내에서 기획통으로 불리며 경륜과 지략 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당권 적임자로 이 후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난 4?11 총선을 통해 30명이 넘는 친노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다는 점도 이 후보에 힘을 실어주며 대세론을 굳히는 듯 했다.

‘이해찬-박지원 연대’ 역할 분담설에 무너진 ‘이해찬 대세론’
반사이익 ‘김한길-김두관 연대’도 진정성 논란으로 역풍 불수도

하지만 막상 뚜껑 열린 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는 김한길 후보와 혼전을 거듭하다 역전까지 당하며 대세론이 무너졌다. 지난달 31일까지 총 10회로 진행된 지역 경선의 대의원 투표 결과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대전충남과 부산 등 2곳에서만 이겼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텃밭인 충남 경선에서 투표인 360인 가운데 280표의 몰표를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달 26일 경남지역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래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 후보가 지역구를 둔 또 다른 텃밭 세종충북 경선에서 김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지난달 29일 세종충북 대의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전체 792표 중 22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 후보는 158표를 얻는 데 그친 것.

여기에 지난달 30일 강원지역 경선에서 김 후보가 누적득표율에서 이 후보를 역전하는 데 성공하며 민주 당권은 점점 더 안개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경선 누적득표율 1위는 김 후보로 총 2263표로 2053표를 얻은 이 후보와 210표 이로 벌려 논 상태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1ㆍ15 전대에 이어 친노의 지도부 독식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두 사람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대선정국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한다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다. 이는 즉각 당내 다른 잠룡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문 고문을 지원하는 이박 연대에 맞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박-이 역할분담론’에 맞선 
친문(親文) vs 반문(反文) 구도

현재 반문 진영에는 김 후보를 지원하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선두에 나선 상태다. 김 지사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친노와 PK지역이라는 같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둔 김 지사와 문 고문은 향후 대선정국서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지난달 26일 경남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승리한 데에는 김 지사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 경선에서도 김 지사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후보를 지원해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김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과거 두 번의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대표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ㆍ11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의 여세를 대선까지 몰고가야한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 후보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김 후보는 계파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최대강점이다.
때문에 반문 진영에서는 김 지사 외에도 손학규ㆍ정동영ㆍ정세균 등 구민주계 ‘빅3’가 뒤를 받치는 모습이다. 안 그래도 친노의 부활에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 친노의 거목인 이해찬 대세론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대망론은 더욱더 탄력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 전대는 대권주자들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되며 관전에 흥미를 불어넣고 있다.

당권전쟁 문재인 vs 김두관 대리전에 당?대권 쌍끌이 흥행대박
당심 절반 몰린 중원지역 맹주 ‘손학규 오더’가 변수로 떠올라

이제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경선과 표심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규모 일반시민 선거인단의 경선 참여는 더욱더 결과를 예측불허로 만들 전망이다.

절반의 당원투표가 남은 수도권 경선의 경우 빅3의 의중이 전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원의 맹주 ‘손학규 오더’가 큰 변수로 작용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가 세종충북에 이어 강원에서 1위를 하며 역전에 성공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원과 충북은 손 고문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특히 이전 경선까지 종합 6위였던 친손계의 조정식 후보가 116표로 3위로 오르며 저력을 발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이시종 충북지사가 손 고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또 이날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오제세 의원 등도 손 고문 쪽 사람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손 고문은 2009~2010년 춘천 칩거 시절부터 충북 쪽에 자주 다니며 지역 당원들과 깊이 접촉해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조차 세종충북 경선 연설에서 “손학규는 좋은 동지, 좋은 대선 후보다”고 치켜세운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것.

손 고문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앞으로 남은 수도권 등에서 손 고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발휘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히 경기지역은 손 고문의 절대 강세지역이다”고 전했다.

‘한길-두관’ 연대
역풍 불 수 있어

여기에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김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김 후보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밀었다.

때문에 정 고문이 현재 김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갚아야 한다는 인지상정 차원이다.

하지만 ‘김한길 역대세론’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김 후보의 추격전에 탄력이 붙으며 김 후보에 대한 견제가 부쩍 늘어나면서다. 현재 이박 연대의 역풍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KK(김한길ㆍ김두관) 연대 역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 후보가 과거 자당의 대통령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지사와의 연대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때문에 당권을 위한 급조된 연대라는 견제다.


종반전 치달으면
열기 더욱 고조될 것

이처럼 예측불허의 최종 결과를 놓고 당권전쟁은 종반으로 향할수록 열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대표에게는 대권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주어진다. 대야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대여공세를 활발히 펼칠 수 있는 강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지역주의 한계를 뛰어넘고 민심을 사로잡을 묘수를 마련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무엇보다 ‘장외의 최강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계설정 여부도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막중한 임무를 띤 차기 당권. 6월9일 운명의 날 지휘봉은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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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