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살얼음판 당권전쟁 막전막후

싸움은 당권주자가 하는데 부채질은 대권주자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통합당이 당권?대권 쌍끌이 흥행에 성공한 양상이다. 당권을 놓고 지역 경선의 판세에서 이해찬?김한길 두 후보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며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게다가 당권전쟁이 문재인?김두관 등 잠룡들 간의 대리전으로 확전되며 흥행대박을 친 것. 현재 표심의 향배를 가늠키 어려운 대규모 시민 선거인단과 당원 절반이 몰린 수도권의 경선이 남아 있어 당권은 더욱더 예측불허일 전망이다. 과연 당심과 민심을 사로잡고 절체절명의 과제인 정권교체를 이뤄낼 특급지휘봉은 누가 잡게 될까. 

민주통합당이 당권전쟁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역 경선에서 이해찬ㆍ김한길 후보 간의 순위가 엎치락뒤치락 뒤엉키면서다. 특히 당권이 향후 대선의 교두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잠룡들까지 하나둘 뛰어 들며 전대 불판을 더욱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는 ‘박근혜를 위한 박근혜에 의한’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전대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흥행에 성공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방통행 새누리
흥행대박 민주

지도부는 대의원 현장투표(30%)와 당원과 일반시민(70%)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모바일투표로 선출한다. 특히 민주당의 이번 전당대회는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경선과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았다.

당대표 경선이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된 것. 지난 5월20일 울산을 시작으로 부산?광주전남?대구경북?대전충남?경남?제주?세종충북?강원?전북 순으로 31일까지 지역순회를 통해 대의원 투표가 진행됐다.

이후 경선은 오는 5~6일 일반 시민과 당원 대상 모바일투표가 진행된다. 이어 6월9일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되는 전대에서 수도권 대의원과 당원?시민 등 일괄적인 현장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누적된 득표율로 당대표와 최고위원 5명 등 새 지도부가 구성된다.

당초 민주당 당권은 ‘이해찬 대세론’이 형성되며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갖가지 여론조사에서 이해찬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지키면서다. 이 후보는 다양하고 풍부한 국정경험과 과거 대선 승리경험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게다가 그는 당내에서 기획통으로 불리며 경륜과 지략 등을 두루 갖춘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당권 적임자로 이 후보가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평이다. 게다가 지난 4?11 총선을 통해 30명이 넘는 친노계 인사들이 대거 원내에 진입했다는 점도 이 후보에 힘을 실어주며 대세론을 굳히는 듯 했다.

‘이해찬-박지원 연대’ 역할 분담설에 무너진 ‘이해찬 대세론’
반사이익 ‘김한길-김두관 연대’도 진정성 논란으로 역풍 불수도

하지만 막상 뚜껑 열린 지역 경선에서 이 후보는 김한길 후보와 혼전을 거듭하다 역전까지 당하며 대세론이 무너졌다. 지난달 31일까지 총 10회로 진행된 지역 경선의 대의원 투표 결과 이 후보는 자신의 고향인 대전충남과 부산 등 2곳에서만 이겼다. 이 후보는 지난달 25일 텃밭인 충남 경선에서 투표인 360인 가운데 280표의 몰표를 받았다.  

김 후보는 지난달 26일 경남지역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이래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게다가 이 후보가 지역구를 둔 또 다른 텃밭 세종충북 경선에서 김 후보가 승리하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지난달 29일 세종충북 대의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전체 792표 중 226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세종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이 후보는 158표를 얻는 데 그친 것.

여기에 지난달 30일 강원지역 경선에서 김 후보가 누적득표율에서 이 후보를 역전하는 데 성공하며 민주 당권은 점점 더 안개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지역 경선 누적득표율 1위는 김 후보로 총 2263표로 2053표를 얻은 이 후보와 210표 이로 벌려 논 상태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지난 1ㆍ15 전대에 이어 친노의 지도부 독식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런 현상은 ‘이해찬-박지원 연대’의 역풍이라는 지적이다. 두 사람이 당대표와 원내대표로 대선정국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한다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다. 이는 즉각 당내 다른 잠룡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문 고문을 지원하는 이박 연대에 맞서 ‘문재인 대 반(反)문재인’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박-이 역할분담론’에 맞선 
친문(親文) vs 반문(反文) 구도

현재 반문 진영에는 김 후보를 지원하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선두에 나선 상태다. 김 지사 측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친노와 PK지역이라는 같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둔 김 지사와 문 고문은 향후 대선정국서 경쟁이 불가피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지난달 26일 경남지역 대의원 투표에서 김 후보가 승리한 데에는 김 지사의 영향력이 상당부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대구경북 경선에서도 김 지사와 가까운 이강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 후보를 지원해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이다.
김 후보 역시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과거 두 번의 대선을 승리로 이끈 경험이 있다. 특히 여야를 막론하고 수도권 대표론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ㆍ11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의 여세를 대선까지 몰고가야한다는 분위기다. 여기에 김 후보가 적합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김 후보는 계파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 최대강점이다.
때문에 반문 진영에서는 김 지사 외에도 손학규ㆍ정동영ㆍ정세균 등 구민주계 ‘빅3’가 뒤를 받치는 모습이다. 안 그래도 친노의 부활에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 친노의 거목인 이해찬 대세론이 그대로 이어질 경우 문재인 대망론은 더욱더 탄력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민주 전대는 대권주자들 간의 대리전 양상으로 확전되며 관전에 흥미를 불어넣고 있다.

당권전쟁 문재인 vs 김두관 대리전에 당?대권 쌍끌이 흥행대박
당심 절반 몰린 중원지역 맹주 ‘손학규 오더’가 변수로 떠올라

이제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경선과 표심의 향배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규모 일반시민 선거인단의 경선 참여는 더욱더 결과를 예측불허로 만들 전망이다.

절반의 당원투표가 남은 수도권 경선의 경우 빅3의 의중이 전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원의 맹주 ‘손학규 오더’가 큰 변수로 작용될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가 세종충북에 이어 강원에서 1위를 하며 역전에 성공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손학규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강원과 충북은 손 고문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특히 이전 경선까지 종합 6위였던 친손계의 조정식 후보가 116표로 3위로 오르며 저력을 발휘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설명이다.

우선 이시종 충북지사가 손 고문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또 이날 충북도당 위원장으로 추대된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 오제세 의원 등도 손 고문 쪽 사람으로 꼽힌다.

당 관계자는 “손 고문은 2009~2010년 춘천 칩거 시절부터 충북 쪽에 자주 다니며 지역 당원들과 깊이 접촉해온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후보조차 세종충북 경선 연설에서 “손학규는 좋은 동지, 좋은 대선 후보다”고 치켜세운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는 것.

손 고문 측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앞으로 남은 수도권 등에서 손 고문의 영향력이 더 크게 발휘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특히 경기지역은 손 고문의 절대 강세지역이다”고 전했다.

‘한길-두관’ 연대
역풍 불 수 있어

여기에 정동영 상임고문 역시 김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것이 당 안팎의 중론이다. 김 후보는 지난 17대 대선 당시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밀었다.

때문에 정 고문이 현재 김 후보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도움을 받았으니 당연히 갚아야 한다는 인지상정 차원이다.

하지만 ‘김한길 역대세론’이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김 후보의 추격전에 탄력이 붙으며 김 후보에 대한 견제가 부쩍 늘어나면서다. 현재 이박 연대의 역풍으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지만 KK(김한길ㆍ김두관) 연대 역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김 후보가 과거 자당의 대통령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섰던 전력이 있다는 점에서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 지사와의 연대가 진정성이 있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때문에 당권을 위한 급조된 연대라는 견제다.


종반전 치달으면
열기 더욱 고조될 것

이처럼 예측불허의 최종 결과를 놓고 당권전쟁은 종반으로 향할수록 열기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당대표에게는 대권후보를 도와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주어진다. 대야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고 대여공세를 활발히 펼칠 수 있는 강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특히 지역주의 한계를 뛰어넘고 민심을 사로잡을 묘수를 마련하는 것도 주요 임무다. 무엇보다 ‘장외의 최강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관계설정 여부도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막중한 임무를 띤 차기 당권. 6월9일 운명의 날 지휘봉은 과연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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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