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비밀 대해부

알고 있잖아? 모든 길은 BBK로 통한다는 걸!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가 미국 앞에만 서면 유난히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쳤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강행에 이어 한미FTA를 기어이 밀어붙여서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됐는데도 안전하다며 되레 미국의 대리인까지 자처하는 양상이다. 대체 왜 그럴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밀약’을 맺은 탓에 옴짝달싹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킬레스건을 보호하려다 단단히 외통수에 걸린 MB정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미국산 쇠고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또다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붙잡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것. 6년 만에 발병한 광우병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다시 의혹의
중심에는 ‘BBK’

이에 여야 정치권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일 열린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즉각적인 검역중단과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농식품위는 이날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의 (광우병)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검역중단 정도도 미국에 요구할 수 없느냐”고 날을 세웠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미국에서 답변서가 오기도 전인 지난달 26일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현재 미국도 역학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소의 정확한 연령이라도 파악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4년 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던 정부는 국민들의 깊은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자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7일 ‘미국 쇠고기 개방 국회청문회’에서 당시 정운천 농림부장관은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통상마찰이 발생해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튿날에는 농림부와 복지부 공동명의로 신문광고까지 냈다.

하지만 실제로 광우병이 발생한 현재 정부는 검역강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때문에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실정이다. 특히 당시 정부의 발언이 촛불집회로 표출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임기응변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발하자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참여정부 역시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던 전례가 있다.

검역중단 결의안 채택한 국회…보수?진보 초월 수입중단 촉구
뭇매 맞아도 미국 앞에만 서면 자꾸 쪼그라드는 MB정부…왜?

MB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두고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에도 안전하다며 미국의 대리인까지 자처하며 과잉충성(?)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MB정부의 미국에 대한 저자세를 두고 ‘밀약’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상태다.

그 의혹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는 ‘BBK 주가조작사건’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전부터 불거진 BBK문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이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무엇보다 BBK사건은 2003년 이래로 미 연방법원에서도 꾸준히 관할해 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게다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를 통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정황들도 곳곳에서 포착되며 한미 간의 밀약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BBK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송환을 미뤄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지난 2007년 대선정국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BBK사건은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특히 당시는 미국 법원이 한미 양국 간 체결된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에 2007년 10월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이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 “김씨의 한국 송환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면서 “미국이 김씨를 대선기간에 송환한다면 이는 내정간섭이 될 것이다”며 송환을 미뤄줄 것을 호소한 사실이 밝혀져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선자 신분임에도
쇠고기 개방 약속

여기에 이 대통령이 채 취임하기도 전에 정권 핵심인사들이 미국 측에 쇠고기 개방을 약속했던 사실도 폭로됐다. 전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 중순경 MB정부 인수위에서 활동하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현인택 전 통일부장관이 당시 버시바우 주미대사와 점심식사를 하며 4월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4월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당시 당선자 신분으로 물밑에서 급하게 쇠고기 협상을 추진한 배경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2008년에도 미국에서는 BBK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정황을 감안하면 미국산 쇠고기와 BBK의 연관관계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한미 쇠고기 협상타결 과정도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폭 양보하며 졸속으로 이뤄진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당시 촛불집회에 비판적이던 <조선일보>마저 지난 2008년 5월8일자 보도를 통해 이례적으로 졸속협상 과정을 낱낱이 보도하며 의혹제기에 동참했다. 정부는 당시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물성 사료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합의 내용은 당초 우리 쪽 입장을 대폭 양보한 연령 제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 이 같은 정부의 수입 강행은 즉각 대규모 촛불집회가 발생한 계기가 됐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이미 협상타결이 된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은 “이런 정황은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려고 한국 정부가 뭔가 양보했다”면서 한미 간의 이면협상 내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정황들을 근거로 MB정부가 전국민적인 거센 저항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배경 이면에는 BBK사건 처리에 대한 미국과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상태다. 

되살아난 ‘광우병 망령’ 재점화 된 ‘촛불집회’ 탈출구 전면봉쇄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 뚫려…과연 무사히 아킬레스건 지켜낼까?

게다가 MB정부는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이어 한미FTA까지 거세게 밀어붙였다. 미국과 엮이는 사안만 생기면 저자세로 급선회하는 정부의 태도 탓에 또다시 미국과의 밀약설이 불거졌다.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는 이른바 ‘빅딜설’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안이 강행처리 됐다. 특히 불평등한 ISD조항은 이 대통령이 발효 후 3개월 내에 재협상의지를 피력할 만큼 문제가 있음을 자인했고, 피해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한 국민적 설득도 없이 FTA를 강행한 것을 두고 ‘청와대 지령’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BBK사건은 미국 검찰 손으로 넘어가며 다시금 사태가 재점화 됐다. 당시 미국 검찰의 수사가 발표될 경우 정치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검찰이 진실이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다급해진  MB정부가 미국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저자세로 한미FTA 협상에 속도를 냈다는 의혹이 증폭된 상태였다. 한미FTA가 협상과정에 돌입하며 실제로 지난해 7월8일로 예정됐던 미국 검찰의 BBK 수사발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됐다. 때문에 한미 간이 빅딜설에 대한 의혹이 들끓으며 정국을 달궜다.


현재도 MB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음에도 당초 약속과 다르게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성난 민심은 4년 만에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식품안전과 광우병위험 감시를 위한 국민행동(광우병국민행동)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과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0여 명이 참석해 미국 광우병 소와 관련된 정부 대응을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이 옳았다. 촛불이 옳았다. 이명박이 틀렸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MB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무너진 최전선 방어막
재점화 된 제2의 촛불

게다가 현재 MB정부는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까지 뚫리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인 이상득?최시중?박영준 실세 3인방이 검찰에 줄줄이 불려가며 철창신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트라우마였던 ‘광우병 망령’이 되살아나 여?야?보?혁을 막론하고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어 탈출구가 전면 봉쇄된 것.

아킬레스건 하나 지켜내려다 되레 외통수에 걸린 이 대통령. 촛불이 환하게 타오를수록 MB정부의 앞날은 더욱더 어두워지는 양상이다. 과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고 무난하게 퇴임식을 치를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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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