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절자’ 의심 받는 김문수의 대권행 ‘자충수’ 내막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4.30 11: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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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리 걸치려다 가랑이 찢어질라~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4·11 총선 직후 김문수 경기지사는 총선의 최대 피해자(?)로 급부상했다. 당은 과반의석 확보로 압승을 거두며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대세론을 더 확고히 굳혔고, 일부에서는 “대선 경선은 무의미 하다”며 ‘박근혜 추대론’까지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 총선 후 대선행을 공식화 할 것으로 예상된 김 지사로서는 그야 말로 ‘사면초가’에 처했었다. 하지만 김 지사는 여·야를 통틀어 가장 먼저 대권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의기양양하게 첫 스타트를 끊은 김 지사지만 대권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대권가도는 먹구름만 잔뜩 낀 상황이다. 그 이유는 뭘까?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12일 밤, 서울시내 모처에서 자신의 측근들과 비밀회동을 가졌다. 이후에도 김 지사는 측근들과 유달리 잦은 회동을 가졌다. 그만큼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부분이다.

특히 김 지사가 대선 도전 시 당내 기반이 될 수 있는 최측근인 차명진·임해규 의원 등이 낙선한 것이 그의 고심을 더하게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총선 최대 피해자
김문수 경기지사?

하지만 김 지사는 장고 끝에 국회의원 3번, 도지사 2번 등 5번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승부사적 기질을 살려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저 김문수는 자금, 인력, 조직이 없고 대세론도 없다. 그래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만류하는 분도 많았다”면서 “제가 과연 이 시대가 요구하는 대통령의 자격을 갖고 있는지 번민도 했지만 국민 여러분과 함께 대한민국을 더욱 위대하게 바꾸어 나가는 그 길에 나서기로 결단했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와 함께 지사직 사퇴의사도 밝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본선 경쟁력은 박 위원장보다 내가 우위에 있다”며 “내가 대선후보가 돼야 새누리당이 대선에서 필승한다”고도 밝히며 대권 도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그러나 김 지사는 ‘말 바꾸기 비난’을 뻔히 예상하고도 단 하루 만에 “당내 경선에서 최종후보가 되면 지사직을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경선에 올인하기 위해서는 지사직 사퇴가 필수조건이었음에도 말이다.


한 발 더 나아가 “국회의원들은 직을 유지한 채 예비후보등록도 하고 선거에서 이기면 대통령 취임할 때 사직을 하면 된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자치단체장이 예비후보등록을 할 수 없는 현행 선거법은 경선과정에서 수많은 제약을 주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며 헌법 소원 추진의사를 밝혔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53조는 정무직공무원 즉 지방자치단체장은 사퇴를 해야 예비후보등록이 가능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헌법 소원뿐만 아니라 당내 경선룰 변경도 주장하고 나섰다. 당헌당규를 개정해 현재의 동원경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로의 변경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김 지사를 향해 ‘변절자’라는 비난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지사직 사퇴” 하루 만에 말 바꾸고 헌법소원 제기까지
경선룰 수정 제안도, 대권 욕심 위해 법과 룰은 상관없다?

정치권에서는 김 지사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고 연일 친박계와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김 지사는 출마 선언 직전 이재오 의원 등 비박계 대표주자(친이계)들을 만나 ‘경선룰’ 변경과 ‘지사직 사퇴’ 등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계가 ‘사퇴카드’를 만류했다는 말은 일절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친이계와 청와대가 지사직 사퇴 카드를 용인했을 것이라 짐작이 나왔다.


또한 입장 번복 배후에 청와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지사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통령과는 최근에 몇 달 동안  전화 한 통 한 적도 없고, 청와대 사람하고 만난 적도 없다”며 ‘청와대 배후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하지만 친이계와 청와대는 ‘서울의 정몽준, 경기도 김문수, 충청권 정운찬, 영남 김태호를 앞세워 바람몰이를 하고 박 위원장을 집중공격한 후 막판에 단일화하여 승리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배후설’에 무게가 실렸다.

이 전략의 기획자이자 선봉장에는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총선 전 몸을 사렸던 친이계의 움직임을 생각한다면 크나큰 변화임에 틀림없다. 당내 지분을 5분의1정도 밖에 확보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 경선룰 변경과 공격들은 의외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친이계가 ‘박근혜 X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총선 전 터진 ‘민간인 사찰’이 그 실체다.

많은 논란이 되며 비난의 칼날을 받아야 했던 청와대와 친이계지만 불법사찰로 X파일을 확보해 박 위원장을 옥죌 수 있는 약점을 잡은 성과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결국 ‘지사직 사퇴’를 접은 것은 무리수를 둘 필요 없다는 판단아래 친박계의 거센 반발을 유도한 것으로 풀이되고 ‘헌법소원’ 제기는 일종의 출구전략으로 해석되고 있다.

민간인 불법사찰
친이계의 성과?

또한 친이계의 이러한 전략 외에도 김 지사의 ‘숨겨진 의도’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의석수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하며 승리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 실상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실제 4·11총선이 대선이었다면 유효 득표수에서 야권연대에 뒤져 새누리당은 패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경기 지역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것이 김 지사의 ‘숨겨진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 김 지사는 “수도권에서 박 위원장이 패배한 것에서 미래를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수도권 위기론’ 속에 자신의 거점인 경기도의 지지율을 높여 ‘박근혜 대안론’으로 자리 한다는 속내를 밝힌 김 지사였다.

‘청와대 배후설’ 제기됐지만 김 지사는 적극 부인 
친이계, ‘박근혜 X파일’ 가지고 있다는 주장 제기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아 보인다. 야심차게 첫 테이프를 끊으며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뜻하지 않은 ‘최시중 사건’으로 관심을 이어가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친이계와 청와대는 분위기를 이어가기는커녕 사태를 수습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에 급급한 양상이다. 친이계의 대권플랜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친 셈이다.

각계의 비난도 거세다. 민주통합당은 “지사직 유지는 결국 양다리 걸치겠다는 것으로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면서 “당장 사퇴하라”고 촉구했고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SNS에서도 비난의 목소리는 높아만 갔다.

<와주테이의 박쥐들>의 저자 이동형 작가는 국회에서 사라져야 할 우리시대를 대표하는 변절자로 김 지사를 지목했다.

 그 이유로 김 지사는 공장에 노동자로 입사하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하다가 전두환 정권에 의해 구속돼 2년6개월 동안 옥살이까지 했던 노동운동가였다. 하지만 민중당을 거쳐 민자당, 신한국당에 입당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되자 ‘노동자의 대부’로 불렸던 김 지사가 1996년 국회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날치기 하는 과정 중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거수기로 당당히 찬성표를 던졌던 것을 이유로 들었다.

또한 한 유명 파워블로거는 김 지사의 자서전 <김문수의 청>에서 “그래 혁명을 통해서만 만인이 평등하고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지, 정치를 통해 이 땅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면 되는 거야”라는 부분을 발췌하며 “그는 변절의 순간부터 기회주의자로 탈바꿈해 철저히 권력의 성공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했던 인물”이라며 “김문수는 노동자를 위해 정치에 입문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재벌, 친기업, 친삼성을 입에 달고 사는 인물”로 평가했다.


또한 이 블로거는 2010년 행정안전부 국정감사 자료를 공개하며 김 지사가 2006년 취임한 이후로 경기도 재정자립도가 매년 떨어진 사실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실제 경기도의 자립도는 김 지사 취임 전 70.3%에서 매년 하락하며 2010년 59.3%까지 떨어졌다. 이는 서울시의 92.0%의 반토박 수준이었다.

블로거는 경기도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진 이유로 “김 지사가 이명박 정권의 ‘부자감세’ 정책을 찬양하며 부동산 취등록세 인하에 주도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방세의 대부분은 부동산 취등록세인데 김 지사가 스스로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를 무너뜨리는 정책을 펼쳤다는 것이다.

또한 “4대강 사업을 적극 옹호한 탓에 복지분야 재원이 고스란히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되는 사태까지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지사의 소방서 전화 사건과 함께 ‘김문수의 7대 망언’이 인터넷을 비롯한 각종 SNS를 통해 퍼져 나가 김 지사를 괴롭히고 있다.

경기도 재정자립도
6년 간 지속적 하락

이처럼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사퇴압박’까지 받고 있는 김 지사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처지가 아닐 수 없다. 김 지사는 지난달 27일 “사표를 내고 하려 했는데 너무 반론도 많았다”고 사퇴 번복 이유를 밝히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어서 주저없이 “제가 감히 작은 역할(대통령)을 해보려 한다”며 출마 배경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아시는 것처럼 제 지지율이 아주 낮다. 그래서 주위에서 저 사람이 정말 되려는 거냐, 그냥 해보는 거냐 하시기도 한다”며 “어쨌거나 도전하는 자에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앞장서서 대권행을 택한 김문수 경기지사. 그의 갈짓자(之) 대권행보가 향후 전개될 대권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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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