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저격수’ 자처한 박원순의 ‘작심행보’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5.02 17: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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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대통령 잡는 소통령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저격수’로 분한 모양새다. 박 시장이 계속해서 이명박 대통령의 심장을 정조준하면서다. 박 시장은 MB일가가 맞닿아 있는 ‘맥쿼리 인프라’ 특혜의혹 조사에 강한 드라이브를 내걸었다. 앞서 박 시장은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에 대해 MB의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그간의 서울시 재정악원 원인을 이유로 과거 행적에 대한 조사에도 돌입한 상태다. 맹렬한 기세로 밀어붙이는 박 시장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숨통을 점점 옥죄는 양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작심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어제의 동지’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폐부를 향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댄 까닭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임시절 월급을 박 시장이 이끌었던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하며 훈훈한 인연을 맺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호연은 여기까지였다. 서울시에 입성한 박 시장이 반칙과 특혜, 의혹이 난무했던 정부에 반기를 들기 시작한 것.

기부로 맺은 호연
대통령-소통령 악연

먼저 박 시장은 호주계 금융그룹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이하 맥쿼리) 특혜의혹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서울메트로9호선㈜(이하 9호선)은 요금 500원 인상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며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바로 요금 인상 배경에는 이 대통령과 맞닿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05년 맥쿼리에 특혜에 가까운 과도한 수익보장 계약을 한 당사자가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맥쿼리 IMM 자산운용 대표를 지낸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통요금을 한꺼번에 50%나 인상하는 것을 두고 맥쿼리 이자수입을 보전해주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호선은 연간 영업손실이 26억원에 불과하지만 맥쿼리 등 금융자본에 물어주는 이자는 461억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맥쿼리가 투자한 도로, 터널, 교량은 대부분 교통예측량 수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주변에 경쟁시설이 들어설 경우 지자체가 수익을 보전해주는 최소수익보장(MRG)으로 합의된 상태다. 맥쿼리로선 교통량이 많아 수익이 나면 그만이고, 적자가 되면 지자체가 수입을 보전해주니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는 셈이다.

서울시의 또 다른 민간자본투자사업인 우면산터널도 9호선과 마찬가지로 대주주한테서 차입한 자금에 치르는 고율의 이자 때문에 적자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최대주주가 맥쿼리로 알려져 논란이 거센 상태다.

특히 서울시가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를 적용한 곳은 맥쿼리가 관련된 우면산터널과 지하철 9호선 두 곳뿐으로 나타나 특혜 의혹을 더욱더 증폭시키고 있다. 즉 서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맥쿼리의 배만 불린다는 얘기다.

MB일가 맞닿은 ‘맥쿼리 인프라’ 특혜의혹 집중조사
무차별 민간인 사찰 논란에 MB의 대국민 사과 요구    

하지만 맥쿼리 특혜 의혹은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맥쿼리는 대한민국 국토의 노루목마다 투자를 해 20%대에 이르는 대출 이자수익으로 국민의 혈세를 쭉쭉 빨아들이고 있다. 맥쿼리가 이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만 한 해 수천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맥쿼리는 대한민국에 단 한 푼의 법인세도 안 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 시장은 지난달 23일 MBC의 한 라디오에 출연해 맥쿼리 특혜 의혹에 대해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시민옴부즈맨을 통해 도대체 그 당시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을 면밀히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이어 “(맥쿼리 관련) 굉장히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 문제는 경실련이 감사원에 특별감사청구를 했고, 감사원에 의해서 아마 객관적인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박 시장은 시대착오적인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과 관련해 이 대통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3월2일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로 MB정부를 초토화시켰다.

장 주무관이 한 언론사의 방송에 출연해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의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맥쿼리 특혜의혹
감사원 감사청구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은 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폭로가 더해지면서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지난달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찰은 개인의 비밀을 탐지하고 그것을 정치적 의도에 사용하려고 하는 명백한 헌법위반이고 중대한 인권유린이다”고 성토하며 사과를 촉구했다.

박 시장은 이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 것은 우리 국민 모두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개탄했다.

이 대통령을 향한 박 시장의 포격은 이게 끝이 아니다. 박 시장은 지난 2월28일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시절 청계천 복원에 대해 “복원과정에서 생태나 역사적 시각이 결여됐다는 점이 문제”라며 유적과 유산이 있는 곳임에도 “신중한 계획이 없이 (복원이) 진행돼 바람직하지 못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박원순 “이명박의 청계천, 상태나 역사적 시각 결여”
서울시 재정악화 원인 조사로 MB 과거행적 조사 돌입

이에 박 시장은 청계천의 생태와 역사를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3월22일 ‘청계천시민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청계천 문화재 복원, 청계천 생태 및 수질관리에 대한 자문 기능을 맡게 된다. 박 시장은 전문가들의 연구나 검토 없이 일을 진행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계천 재복원을 신중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보다 조금 더 앞선 지난 2월5일 박 시장은 이명박·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재임 기간에 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된 원인을 분석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 10년간 예·결산 흐름, 사업별 예산 투입 현황 등이다. 조사 결과는 시 재정 악화의 책임 소재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채무는 지난 2002년 고건 전 시장이 퇴임할 때 6조8000억원이었다. 뒤를 이은 이 전 시장이 물러날 때인 2006년에는 11조7100억원으로 취임 당시보다 약 2배로 급증했다. 이후 오 전 시장 때인 2010년에는 19조6100억원으로 폭등했다.

MB 과거행적
파헤치는 박원순

서울시는 조사 주체로 예산·재정을 담당하는 경영기획부서가 아닌 감사관실을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출연·투자기관의 예산까지 몽땅 뒤질 방침”이라며 “대상기관이 자료제출 요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감사관실 소관으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연구는 서울시 예·결산 흐름 전체를 큰 틀에서 분석하는 작업과 사업별 예산 투입 현황을 개별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 등 ‘투트랙’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시민을 위해 쓰여진다는 점에서 채무가 많다고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증가 추세가 너무 가팔러 원인이 무엇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조사 연구 결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시정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한때 이 대통령과 박 시장은 기부의 끈으로 인해 훈훈한 인연을 맺었고, 공생관계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봇물처럼 쏟아지는 정권의 악재들에 박 시장이 이 대통령을 향해 칼을 빼든 형국이다. 때문에 이 대통령은 임기 말 더욱더 사면초가의 상황으로 몰리는 양상이다.

갖가지 비리들에 이 대통령의 심장을 정조준하며 저격수를 자처한 박원순 시장. 박 시장이 휘두른 칼날이 이 대통령에게 얼마만큼의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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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