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푸릇푸릇 신토불이 오일장터 탐방-구례오일장

“오메 반갑소!” 전통 가옥 사이로 약초·봄나물 풍성

산수유, 벚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지리산 자락의 봄기운도 한창 무르익는다. 구례오일장은 산수유, 당귀, 더덕 등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봄 풍경을 만들어낸다. 장터는 싸전·채소전·잡화전·어물전 등 구역이 정갈하게 구분돼 있다. 쏟아지는 사투리와 직접 농기구를 달궈내는 대장간 풍경은 장터의 흥을 돋운다. 섬진강 자락의 오일장으로 명맥을 이어 온 구례장터는 끝자리가 3, 8로 끝나는 날 들어선다. 오일장 나들이는 산수유, 벚꽃길이나 화엄사 등 고찰산책과 함께하면 더욱 풍성해진다.

위치: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봄에 떠나는 구례 나들이는 한결 신바람이 난다. 산수유, 벚꽃이 줄지어 피어나고 지리산 자락의 봄기운도 무르익는다. 구례로 가는 봄길이 더욱 들뜨는 것은 오일장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에 온갖 산나물까지 쏟아져 시끌벅적한 봄 풍경을 만들어낸다. 

구례오일장은 여느 장터와는 분위기부터 다르다. 구례읍 봉동리 장터는 한식 장옥들로 ‘구수’하게 단장돼 있다. 오일장하면 번잡하고 남루한 모습만 떠올렸다면 이곳에서는 편견이 사라진다. 차가운 시멘트 담벼락과 차양막 아래 골목사이로 난전들이 펼쳐져 있는 퇴색한 모습이 아니다. 장터는 예전에 성했던 모습을 재현하듯 번듯한 장옥내 점포와 좌판들, 정자 앞 골목에 산나물을 늘어놓은 촌부들이 조화를 이룬다. 모습은 깔끔하게 바뀌었지만, 투박한 사투리가 오가고 덤으로 나물 한줌 얹어주는 살가운 정과 풍취만은 예전 그대로다.

번잡하고 남루한 모습의
오일장터 편견은 버리쇼잉

구례오일장은 끝자리가 3, 8로 끝나는 날 들어선다. 장이 서는 날이면 읍내 분위기부터 떠들썩하다. 이른 아침 버스정거장에서 만난 마을 할머니들은 장 보는 것은 뒤로 한 채 안부부터 묻느라 여념이 없다.


장터 초입 골목길로 들어서면 은은한 약재와 산나물 향기가 코를 감싼다. 구례오일장은 예부터 지리산에서 나는 약재들이 모이는 곳이었다. 산수유부터 당귀, 더덕, 칡, 생지황 등 약초들이 한가득이다. 듣기에도 생소한 약초를 넌지시 물으면 약재상 주인장은 큰숨 한번 몰아쉬고는 다락 깊숙한 곳에서 한줌 떡하니 꺼내다 준다.

여기에 봄이 무르익으면 지리산 일대의 기름진 땅에서 나는 고사리, 쑥, 냉이 등 산나물들이 곁들여져 골목길이 풍성해진다. 할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에 한 번씩 다듬어진 나물들은 한결 먹음직스럽다. 뜨내기손님들이 이것저것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에는 수줍은 미소가 봄 햇살 만큼이나 한 가득이다. 묘목을 파는 나무장수는 “요즘은 매화나무를 심어야 제격이다”며 한 마디 거든다.

구례오일장은 구역이 정갈하게 구분돼 있다. 약재를 파는 곳과 쌀을 파는 싸전이 어우러져 있고 또 다른 골목으로 접어들면 채소전, 잡화전과 어물전이 이어져 있다. 어물전에서 풍겨내는 비린내는 장터 고유의 텁텁한 향기를 만들어낸다. 구례오일장의 어물전은 규모도 제법 크다. 홍어, 민어에서 낙지, 굴비까지 남도에서 나는 해산물이 총집결했다.

골목 사이사이 감초 같은 상점들 역시 분위기를 돋운다. 구례오일장은 특히 대장간이 볼거리다. 시뻘건 불에 낫과 호미를 달구고 두들겨 대느라 이른 아침부터 열기가 후끈하다. 장터에 놀러 온 꼬마들에게는 투닥거리는 대장간 풍경이 마냥 신기하고, 본격적인 밭일을 앞둔 아주머니들은 호미 자루를 꼼꼼하게 쥐어보며 흥정을 하느라 바쁘다.

산나물과 약초는 기본
홍어·민어 등 해산물도 즐비

장터풍경에서 빠질 수 없는 뻥튀기 점포도 세 곳이나 나란히 늘어서 있다. 점포 안은 겨우내 말린 옥수수 등을 간식거리로 튀겨가려는 할머니들의 정담이 정겹게 오간다.

옛 정취가 가득한 구례오일장은 200년 가까이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하동포구에서 시작된 섬진강 물길은 구례까지 닿았고, 조선시대에는 섬진강 뱃길을 따라 타지 상인들도 이곳 구례오일장까지 와서 물건을 거래했다고 한다. 봉동리 장터는 한때 구례 상설장쪽으로 터를 옮겼다가 1950년대 후반 다시 봉동리에 정착해 마을 주민들의 왁자지껄한 만남의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구례오일장은 과거에는 목기시장으로도 유명했다. 


인근 화개 오일장이 상설 장터로 변한 이후로는 구례장이 섬진강 줄기에 들어서는 오일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난전으로 유지되던 오일장은 2000년대 중반 전통 오일장을 되살리는 취지에서 30여 동의 한식 장옥과 4동의 정자를 갖춘 모습으로 새롭게 재단장됐다. 최근에는 오일 장터 나들이 코스 때 빠지지 않는 명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장터 구경을 끝냈으면 구례의 봄꽃을 만끽할 차례다. 3월 말 본격적으로 꽃망울을 터뜨린 산동마을 산수유는 4월 초까지 노란 자태를 뽐낸다. 만복대 아래 위치한 산동면 상위마을은 마을을 감고 도는 계곡을 따라 산수유나무들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산수유 마을’로 불린다. 엄지 손톱만한 산수유 꽃은 한 그루에 수만 송이의 꽃이 빼곡하게 매달리고 가을이면 붉은 산수유 열매를 맺는다. 마을 산책을 끝낸 뒤 주민들이 파는 따뜻한 산수유차 한잔 마시면 몸은 봄날처럼 노곤해진다. 산수유가 시들 무렵이면 섬진강 벚꽃길이 17, 19번 국도를 따라 수를 놓는다. 4월 초, 중순이면 하얀 벚꽃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오래된 사찰과 한옥에서도
완연한 봄기운 묻어나

 
오래된 사찰과 한옥에서도 완연한 봄기운은 묻어난다. 지리산 자락의 화엄사는 백제 성왕 때 창건된 1500년 세월의 고찰이다. 경내에는 국보 4점, 보물 5점 등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으며 템플스테이가 가능하다. 토지면의 운조루, 곡전재 등 구례의 옛 한옥들 역시 풍취를 더한다.

조선 후기 양반 고택의 멋을 잘 살려낸 운조루는 대청마루 앞에는 동백꽃이, 대문밖 연못에는 소나무 한그루가 단아하다. 운조루 건너편, 높은 돌담과 대나무숲이 인상적인 곡전재는 하룻밤 묵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구례읍내 농업기술센터에는 야생화 압화전시관, 잠자리생태관, 농경유물전시관이 있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신비로운 세계를 함께 관찰할 수 있다. 지친 여행의 피로는 산동마을 초입의 지리산 온천에서 풀면 좋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구례오일장 → 산동면 산수유 마을 → 화엄사 → 운조루

♣1박2일코스
첫째날 : 구례오일장 → 운조루 → 곡전재 → 화엄사(템플스테이)
둘째날 : 산동면 산수유 마을 → 지리산 온천 → 압화전시관

♣대중교통
[기차] KTX : 서울역↔구례구역 1일 2회 운행 3시간 소요(새마을호 4회, 무궁화호 18회 운행)
[고속버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구례행 버스 하루 7~8차례 운행(3시간 소요)

♣자가운전
천안논산고속도로 → 호남고속도로 → 순천완주고속도로(27번) 이용 → 구례화엄사IC → 읍내터미널 방향

♣축제 및 행사
산수유축제 : 매년 3월 말
섬진강변 벚꽃축제 : 매년 4월 
지리산 남악제 : 매년 4월 
피아골단풍축제 : 매년 10월 말 또는 11월 초

♣주변 볼거리
사성암, 천은사, 섬진강 어류생태관, 동편제전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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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