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불감증’ 극심한 MB정부 실태

‘촛불’ 보고 놀란 MB, 저항의 불씨만 보여도 짓밟았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의 무차별 사찰 논란이 정국을 휘감으면서다. 국기를 뒤흔든 불법사찰 파문에 ‘MB개입설’까지 더해져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진실규명과 사과 한마디 없이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려는 양상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사례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난여론이 거세다. MB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 실태를 들여다봤다.

무차별 불법사찰 파문으로 MB정권이 초토화된 모양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메가톤급 폭로가 계속되면서다. 총체적 국기문란으로 규정된 사찰파문에 현 정부의 민주주의 불감증은 최고조에 이르렀단 목소리까지 나온다.

특히 정권에 날을 세운 인사들의 사생활 밀착감시가 두드러져 반MB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치밀하게 사찰했음을 방증하고 있다. 때문에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MB정부에 비난여론이 빗발치는 실정이다.

무차별 사찰파문
MB정권 초토화 

장 전 주문관의 첫 양심고백이 시작된 것은 지난달 2일 한 언론사의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하면서다. 그가 민간인 불법사찰의 증거가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강력한 자력으로 파괴하는 디가우싱 작업에 참여했다고 밝힌 것. 계속해서 장 전 주무관은 녹취록과 돈다발 사진 등 증거물과 함께 MB정부의 치부를 낱낱이 들춰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무차별 불법사찰에 청와대와 검찰 등 권력기관이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했다는 증언까지 내놓은 상태다. 그는 지난 2010년 7월 국무총리실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 당시 상황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에서) 서류를 거의 가져가지 않았다.

검찰은 압수물을 담을 박스가 텅텅 비자 신문지를 구겨서 채워 넣었다”고 폭로했다. 장 전 주무관은 또 “지휘라인에 ‘EB(당시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가 포함된 업무분장표가 책상 유리 밑에 깔려 있었는데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윗선’들이 돈으로 장 전 주무관의 입을 막으려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이어 장 전 주무관은 “(이 사건이) VIP에 보고가 됐다”는 증언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충격을 배가시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개연성이 높다는 얘기다.


여기에 KBS 새노조가 사찰정황이 담긴 문건 2619건을 공개하며 파문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감찰은 공직 비위에 대한 추적 수준을 넘어 사생활 밀착감시 내용이 기록됐다.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의 불륜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도청과 미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나며 불법적 요소가 다분한 상태다.

MB맨들 줄줄이
수사라인 요직에

당시 현 정권에 각을 세웠던 KBS?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21> 편집장 등 언론인과 김유정?남경필?정태근 의원 등 여야 국회의원,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서갑원 전 의원 등 이전 정권의 인사들도 모두 사찰 대상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사찰 대상에 순수 민간인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사립학교 이사장?서경석 목사?서울대병원 노조?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공직과 상관없는 민간인임이 명백한 사람과 기관이 포함된 것.

이 같은 무차별적 사찰은 MB정권 출범 초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촛불시위 이후 두드려졌다. 당시 청와대는 정보부재와 상황판단 미숙으로 촛불사태를 키웠다고 보는 시각이 강했다. 때문에 촛불정국이 한창이던 지난 2008년 7월 설치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무차별 사찰을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즉 촛불사태의 트라우마로 인해 MB정부가 저항의 불씨를 짓밟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장진수?KBS새노조 메가톤급 폭로에 MB정권 치부 드러나
MB정권에 날 세운 인사들에게 무차별적 사생활 밀착감시

야당은 맹공을 퍼부으며 총공세에 나선 상태다. 특히 불법사찰에 국정원과 기무사까지 관여했다는 것과 드러나지 않은 불법사찰 문건이 두 군데 대량으로 있다고 밝히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청와대가 계속해서 사찰은 있어왔다고 강조하면서 이전 정부로 화살을 돌리며 논점을 흐리는 양상이다. 설령 과거 정부의 잘못이 사실이라 해도 그것이 현 정부의 잘못을 덮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참여정부 시절에는 불법계좌추적까지 이뤄졌다는 말까지 흘렸고 통장사본이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청와대는 추가 폭로를 통해 맞불까지 놓겠다는 입장을 정리하며 이전 정부 끌어들이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사찰파문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에 돌입한 상태지만 불법사찰을 지시한 몸통을 밝힐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1차 수사 당시 부실 수사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의혹이 제기됐던 권재진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재 법무부 장관으로 있고, 당시 수사라인이 여전히 요직에 앉아 있는 상황에서 재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MB정권의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행보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반정부적인 입장을 지닌 인사들의 불법사찰에 이어 전 국민적 눈과 귀를 장악하려는 종편 출산 역시 방송의 공공성 훼손으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평이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현 정권 들어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귀띔했다. MB의 막강한 아군 생산에 종편은 최대의 과제였던 것. 때문에 MB정권이 여론 편중을 위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해 종편출산에 매진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에 정부는 지난2009년 거센 국민적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법을 날치기 시키며 종편의 단초를 마련했다.

꼼수와 반칙, 특혜가 난무한 막강한 정부의 지원과 비호 아래 지난해 12월 종편이 탄생했다. 하지만 정권과 보조를 맞춘 보수신문들의 방송진출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여론을 장악하려 한다는 이유에서 대국민적 외면을 받는 실정이다. 개국 100일이 넘도록 0%대의 경이로운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방송 출산에 이어 여론의 쏠림을 기대했던 MB정부는 기존의 방송장악 역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의 언론특보였던 김인규?김재철?구본홍 등의 인사가 줄줄이 KBS, MBC, YTN에 내려 보냈다.

정권과 보조 맞춘 종편 출산…국민의 눈귀 막고 여론편중 노려
‘미네르바’ 구속으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 정점 찍어

게다가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없애거나 압박을 가했고, 노조원은 물론 진행자와 아나운서까지 해고하거나 좌천시켰다. 이 같은 무리한 방송장악에 어느 시기보다도 방송노조와 많은 갈등을 빚었다. 

특히 MBC의 경우 김재철 사장이 2010년 취임한 후 지금까지 두 번째 총파업으로 반쪽짜리 방송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MBC 뉴스 기자들과 함께 MBC직원 대부분은 이런 조롱 받는 뉴스와 우편향적인 방송사를 가만히 보고 있지 않겠다면서 올초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가 두 달 넘게 파행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KBS와 YTN 등 다수의 언론사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파업에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MB, 상습적인
민주주의 역행

MB정권의 민주주의 역행 행보는 이게 끝이 아니다. 촛불단체 누리꾼들을 이 잡듯 수사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누리꾼들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에 이르렀다. 또 집회현장에서 채증한 동영상과 사진을 근거로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소환장을 발부했다. 갖은 수단과 방법으로 저항의 싹을 자르겠는 의지다. 누리꾼 미네르바 구속이 단적인 예이다.

지난 2008년 7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가진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는 아고라 경제토론방에 글을 게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리먼브라더스의 위기를 예측했다. 실제로 보름 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신청 소식이 들려오는 등 실제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지자 ‘인터넷 경제대통령’이라는 칭호까지 얻으며 미네르바에 대한 누리꾼들의 관심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미네르바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서울중앙지검은 2009년 1월7일 인터넷상에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국제신인도와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친 혐의로 박씨를 긴급체포 구속수감하였다. 이 사건은 2009년 4월20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미네르바가 풀려나면서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촛불에 크게 데여 놀란 MB정부는 애초에 저항의 불씨를 짓밟으려 국민의 눈과 입을 막으려 갖가지 꼼수들을 부렸다. 하지만 다시금 경제위기 및 날치기로 밀어붙인 한미FTA의 발효 등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최고조에 이르렀고, 제2의 촛불의 암운이 드리워진 실정이다. 수세에 몰려 민심을 짓밟으려 하기 전에 민심이 천심임을 알고 떠받들려는 자세가 MB정부에게 절실해 보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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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