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국면 치닫는 4ㆍ11총선 5대 관전포인트

  • 홍정순 jshong@ilyosisa.co.kr
  • 등록 2012.04.09 15: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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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재미있는 막판 판세 “130석 넘으면 사실상 승리?”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4ㆍ11 총선이 그야말로 바짝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올해 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확인할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총선 결과에 따라 임기 말에 접어든 MB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이 바뀔 수 있는데다, 대권을 향한 잠룡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여야의 총선 성적표에 관심이 쏠린다. 불꽃을 튀기며 안개 속으로 치닫는 4ㆍ11 총선의 5대 관전 포인트를 살펴봤다.

불꽃 튀는 여야 경쟁…원내 제1당 누가 차지할까?
적진에 뛰어들고 무소속 출사표 던지고…성적표는?

여야 지도부는 사활이 걸린 4ㆍ11 총선에서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전국을 돌며 ‘전방위 유세’에 나선 상태다. 이제 총선 승리로 정권재창출을 거머쥐려는 새누리당과 정권심판론을 통해 정권교체를 노리는 민주통합당의 불꽃 튀는 승부에 총선정국은 뜨겁다 못해 불이 날 지경이다.

“상대방이 압승”
여야 모두 엄살

초박빙의 판세로 점점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이번 총선에서 최대 관심사는 어느 당이 원내 제1당이 될지 여부다. 새누리당이 ‘여대야소’를 수성할지, 민주당이 16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지가 주목된다.

올 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야권의 점수가 깎이며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각 당이 바라보는 승부처는 130석 내외다.


하지만 여야는 서로 판세가 불리하다며 엄살을 부리고 있다. 선거운동 첫날 여야는 서로 ‘상대방이 압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기감을 조성해 지지표를 결집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이혜훈 새누리당 총선 종합상황실장은 지난달 29일 ‘4ㆍ11 총선 종합상황실 일일현안회의’에서 “언론에서 한 판세 분석과 자체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승산 지역은 70석”이라며 “새누리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비교적 우세한 지역이 47개 정도로 분석되며 경합 중에서도 경합우세 지역이 23개, 열세 지역이 115개, 경합 열세가 31개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반면에 “야권이 이기는 곳은 146개이며, 만약 야권이 선전한다면 비례대표를 포함해 190석을 가질 것으로 초반 판세가 전망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 민주당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실장은 야권이 190석을 확보할 수 있고, 새누리당이 70곳에서 우세하다고 했는데,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고 반박했다. 박 총장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신들은 현재 우세 38개, 경합우세 21개, 경합열세 18개, 열세 87개, 무공천 37개, 혼전 45개라고 밝힌 뒤 “우리가 지역구 전망을 104석으로 제시한 건 경합지역에서 다 이길 때의 이야기”고 말했다.

적진 심장에 뛰어든
선수들의 성적표는?

양당의 이 같은 엄살은 지지층의 결집을 겨냥한 것이기도 하지만 12월에 있을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든 야든 총선에서 압승할 경우 국민의 특유의 견제심리의 발동으로 정작 본선 격인 대선에서 질 수 있음을 고려한 것이다. ‘총선 승리-대선 패배’의 시나리오는 여야 모두 피하고 싶은 구도다.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적진의 심장에 뛰어든 선수들의 생환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인 광주 서구을 출사표를 내던졌고, 민주당에서는 김부겸 후보가 대구 수성갑에 뛰어들어 이들이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특히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는 각종여론조사에서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결과 예측이 어려워진 상태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TK(대구ㆍ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아성이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 ‘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해야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한구 새누리당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무소속 출마를 강행한 여야 공천 탈락자들의 생환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무소속 후보는 전체 후보 927명 중 257명으로 2008년 18대 총선 무소속 출마자 127명에 비해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여야의 공천자를 누르고 1위에 오르면서 ‘무소속 돌풍’이 여야 승패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연대 복원으로 통합진보당 원내교섭단체 이룰까?
불법사찰 파문 속 부동층 표심 향배가 승부 가를 것

부산ㆍ경남 지역의 주요 격전지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중앙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산 부산진갑에서 부산시의사회장 출신의 정근 무소속 후보가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경남 진주갑에서는 박대출 새누리당 후보가 앞섰지만, 새누리당을 탈당한 최구식 후보가 맹추격중이다.

광주ㆍ전남 지역도 무소속 돌풍이 거세다. 전체 19개 지역구 가운데 최대 7곳에서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 민주당 후보와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2008년에도 4명의 무소속 후보가 당선된 경력이 있다.

광주 서구갑과 북구을도 공천에서 탈락한 조영택ㆍ김재균 의원이 각각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다. 전남지역에서 최인기 의원(나주ㆍ화순)과 김충조 의원(여수갑)도 민주당 현역의원들과의 격전을 벌이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진보정당으로 사상 첫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지도 이번 총선의 포인트다. 이번 총선에 총 55명 지역구 출마자를 낸 통합진보당은 ‘20명(지역구 12+ 비례 8) +알파’ 를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13.18%의 정당 지지율로 비례대표 8석을 얻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상승세를 이어 비례 12번으로 배수진을 친 유시민 공동대표의 원내 입성까지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조준호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은 “노동자나 농민 등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아 실제 정당 지지율은 보통 여론조사보다 4~5%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례 2번 이석기 후보의 ‘북 조직원’ 논란과 경기동부연합에서 비롯된 색깔론들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진보정당 사상 처음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할까

부동층 표심의 향배도 주요 관심사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 이후 여야 지지층 결집이 뚜렷해지면서 약 25%의 부동층 향배가 수도권을 비롯한 박빙지역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때문에 야권은 연일 불법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정권심판론을 부채질하고 새누리당은 민생 챙기기를 다짐하며 사찰 파문과 거리를 두려는 상태다.

민주당은 사찰 폭로전을 이어갔다. 정권심판론 불씨가 되살아나면서 이슈에 민감한 40대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총리실이 청와대 하명을 받아 대한적십자사 이세웅 총재ㆍ국가시험원 김문식 원장ㆍ이완구 충남지사 등을 뒷조사해 사퇴하도록 했다”며 공직윤리지원관실의 ‘2008년 하명사건 처리부’에 기록된 사건에 대한 원충연 전 조사관 수첩 일부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민주당이 예로 든 이 총재 등 다섯 명은 모두 민간인이 아니다”며 “청와대가 지시, 하명했다는 증거가 없는 민주당의 일방적 주장이다”고 반박한 상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선거대책위원장이 ‘전·현 정권의 사찰 피해자’임을 부각시키며 “정쟁에 휩쓸리지 않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 힘쓰겠다”고 분위기 반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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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