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특집>치고받고 불꽃 뿜는 격전지 총정리(下)

달아오른 총선불판 어디가 가장 뜨거울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4ㆍ11 총선이 코앞으로 바짝 다가오자 정국의 긴장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공천도 마무리되며 대진표의 윤곽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곳곳에서 치열한 혈전이 예고되며 총선판세는 점점 더 안개국면이다. 링 위에 올라온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해진 민심을  사로잡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벌써부터 치열해진 신경전으로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화제의 격전지를 지난호(846호)에 이어 두 번째로 살펴봤다.

새누리 제1당 예측 못해, 민주 압승 전망 어려워 비상
은평을 ‘친이’ 이재오 ‘친노’ 천호선 대결…혈전지 급부상 

제19대 총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여야 모두 선거대책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전환했다. 여야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선대위 진용을 갖추고 승리를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다. 진통 끝에 완료된 공천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되며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 가운데 각 후보자들은 사활이 걸린 총선에 ‘올인’하며 비장감마저 감도는 상태다.

특히 올초까지만 해도 ‘내곡동 사저’ ‘돈 봉투 살포’ 등 대형악재가 맞물리며 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 전망됐다. 하지만 야권연대의 불협화음과 공천 잡음으로 다시 여야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양상이다. 이처럼 안개국면으로 치닫는 판세 속 혈전지로 관심도가 높아진 지역들은 어디일까?

여야 선거체제로 전환
잔인한 4월 누가 웃을까?

이번 4ㆍ11 총선에서는 246개 선거구 중 112개가 몰린 서울과 수도권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증명하듯 수도권의 대다수 지역구가 혈전지로 급부상 중이다.


지난호에서는 여야 거물급들의 출사표로 단숨에 격전지로 떠오른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된 강남을, ‘BBK 맞수’들이 격돌하는 동대문을 지역 등을 살펴봤다. 또 4번째 대결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서대문갑과 안개지역구로 꼽히며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구로갑ㆍ영등포을 격전지도 들여다봤다.

이들 지역 못지 않은 지역이 바로 친이와 친노의 대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서울 은평을이다. MB정부 실세인 이재오 새누리당 후보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천호선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붙었기 때문이다.

특히 현 정권의 실세가 공천을 받은 만큼 이 지역구는 MB정부 레임덕 가속화와 친이계 와해, 정권심판론 등이 복잡하게 얽히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때문에 이 후보가 지역구 수성에 성공할 경우 야권의 정권심판론에는 타격을, 임기말 MB정부에는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반면 수성에 실패할 경우 MB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는 물론 여권 내 친이계 몰락이 불가피하다.

반면 천 후보가 깃발을 꽂는다면 총선정국 이후 정권심판론이 대선정국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뿐만 아니라 통합진보당 내 구 국민참여당의 조직 확대는 물론 유시민 공동대표의 입지도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천 후보가 낙선할 경우 통합진보당의 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고, 유 대표의 대선가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때문에 MB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리전으로 치닫는 두 후보 간의 팽팽한 맞대결은 혈투가 예고된 상태다.

서울 중구 역시 정치인 2세들의 맞대결이 성사되며 격전지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7선의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와 함께 정계은퇴를 선언하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양강구도가 형성됐다.


새누리당에선 6선의 정석모 전 내무장관의 아들이자 3선 의원인 정진석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통합당에서는 8선의 정일형 박사 손자이자 5선의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진석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이란 풍부한 국정경험을, 정호준 후보는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워 팽팽한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구는 지난 6차례 총선에서 3승 3패의 무승부를 기록할 만큼 바람의 영향을 받는 접전지역이다. 이처럼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혈투가 총선정국을 더욱더 뜨겁게 가열시키는 양상이다.

여야 텃밭은 이제 옛말?
더욱 치열해진 샅바싸움

서울 마포을에서는 김성동 새누리당 후보, 정청래 민주통합당 후보, 무소속의 강용석 후보가 3파전을 벌이게 됐다. 세 후보의 피 튀기는 혈전이 총선판세를 가늠하기 어렵게 만들며 격전지에 이름을 올린 지역구다.

역대 전적은 지난 17대 총선에서는 정 후보가, 18대 총선에서는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강 후보가 각각 승리를 거머쥐었다. 현재 판세는 지난 10년간 지역 기반을 탄탄히 닦아놓은 정 후보가 앞서는 가운데 지난해 마포을에 자리를 잡은 김 후보가 뒤쫓는 양상이다.

무소속으로 두 후보를 뒤쫓는 강 후보는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 의혹 제기 등으로 잇단 구설에 올랐지만 동시에 인지도도 상승해 선거막판에 의외의 선전을 보일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천 남동갑은 공천에 탈락한 무소속 후보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내던지며 선거 판세를 좀처럼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윤태진 새누리당 후보와 박남춘 민주통합당 후보가 뛰고 있는 가운데 4선 중진인 이윤성 후보와 성하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

친이계 핵심이었던 이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권 지지층이 갈리면서 친노계인 박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막판에 성 후보가 뛰어들면서 남동갑은 이제 네 명의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며 선거 막판까지 혼전양상을 띌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천 남동갑은 소래포구와 남동공단, 논현신도시 등이 함께 있어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돼 왔지만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노동당 출신인 배진교 구청장이 당선됐고,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불붙고 있는 상태다.

윤 후보는 3차례 구청장 경험으로, 높은 공약실천력을 박 후보는 참여정부서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지낸 경력을, 이 후보는 KBS 앵커 출신으로 국회 부의장까지 지낸 경력을 각각 앞세웠다. 특히 박빙 구도로 선거가 치러지면서 당세와 인물론보다는 지역개발 공약의 차별화가 판세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며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역인 장세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북의 전주 완산을 지역구는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해졌다.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는 현정부에서 농식품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전북도지사로 출마해 지역 내에서 상당한 인지도를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이광철 후보는 이 지역에서 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정치신예인 이상직 후보가 나섰다.


불모지 개척에 도전하는 새누리 이정현과 민주 김부겸
대구 중구·남구 ‘현역’ 배영식-‘왕차관’ 박영준 성적 관심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무소속 후보가 20% 안팎의 득표력을 보이며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도청과 경찰청 등 공공기관이 밀집해 있고 신도시 개발로 젊은 유권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이 반영된 탓이다. 때문에 후보들 간의 샅바싸움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불모지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후보가 혼전양상을 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에 출사표를 내던졌고 야권연대 후보인 오병윤 통합진보당 후보가 맞선다.두 후보는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판세 결과가 어려워진 상태다.

때문에 일찌감치 서구을에 출마선언을 한 뒤 ‘호남예산지킴이’를 자처하며 지역기반을 닦아 온 이 후보가 지역 구도를 깨는 이변을 연출할 수 있을지가 전국적 관심사다. 무엇보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는 단순한 새누리당 의석 1석의 추가가 아니라 정치권의 견고한 지역 구도를 깨뜨리는 그야말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 후보 역시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 간판’을 들고 세 번을 광주에서 출마한 경력이 있는 만큼 지역 기반에 대해서도 이 후보 못지않다는 평이다. 지난 1985년 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오 후보는 진보정당 당원으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힘써온 점이 강점이다.

대구 수성갑 역시 이번 총선에서 ‘빅매치’가 예고된 상태다. 새누리당 경제통인 이한구 후보와 적진에 뛰어든 3선의 김부겸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특히 새누리당에선 광주의 이정현 후보가 불모지 개척에 나섰다면 민주당에서는 대구의 김 후보가 지역타파에 도전하며 역시 전국적인 시선이 쏠려있는 지역구다.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동시에 TK(대구경북)의 정치적 상징지역으로 새누리당의 세가 강한 지역구다. 하지만 최근 새누리당의 대구 공천 결과에 대해 ‘돌려막기 공천'‘계파 공천’ 등 비난이 잇따르고 있는데다 대구의 발전을 위해 여당과 야당이 서로 경쟁하면서 대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여론조사 결과 여전히 이 후보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그 격차가 눈에 띄게 줄고 있어 새누리당 텃밭에서 야권의 돌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무소속 출사표가
4ㆍ11 변수로 부상

대구 중구·남구 선거구는 대구지역 12개 선거구 중에서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며 격전지로 떠올랐다. 새누리당이 김희국 후보를 공천하면서 탈락한 현역 의원인 배영식 후보와 박영준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김동열 민주통합당 후보와 무소속 이재용 후보가 모두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이번 새누리당의 공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사표가 줄을 이으며 총선 판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된 상태다. 배 후보는 새누리당의 이번 공천을 밀실야합 등에 의한 ‘사천’이라고 규정하고 공천 심판을 지역 주민들로부터 직접 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MB정부 왕차관으로 불리며 텃밭을 다졌던 박 후보 역시 새누리당의 공천을 수용할 수 없다며 무소속 카드를 선택했다. 두 후보는 단일화에 협의한 상태다.

때문에 이들이 약진할 경우 여당의 표심이 분산되며 야권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돼 단숨에 격전지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공천 역시 수차례 번복을 거듭하며 막바지에 후보자를 발표했다. 이에 대한 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때문에 배ㆍ박 두 후보의 무소속 연대가 얼마만큼 선전하는지가 최대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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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