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통령-재벌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 폭로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3.26 19:5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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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 미국 법원에 MB재산 7천억 원이라 진술”

[일요시사=이해경 기자] 최근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와 ‘BBK 대표이사 이명박’ 명함 등 ‘BBK관련 핵심 증거’를 제시해 파장을 몰고 온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다시 한 번 파장을 몰고 왔다. 지난 20일 펴낸 ‘대한민국 대통령-재벌의 X파일’ <시크릿 오브 코리아>라는 책에서 또 다시 폭로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향후 휘몰아칠 후폭풍에 정치권은 노심초사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MB재산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 진술, 구체적으로 언급
“박근혜 언니, 미국집 불법매입해 다음해 한국정부에 매도” 폭로

<시크릿 오브 코리아>는 총 9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3부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사돈기업인 한국타이어와 효성그룹 일가의 비밀을 다뤘다.

4부는 전임 노무현,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비밀을, 5부는 유신정권 2인자의 비밀을 싣고 있다.

6부와 7부는 SK 해외 비자금 5억 달러의 비밀을 입증하고, 미국에서 ‘마약 운반녀’로 화제를 뿌렸던 리제트 리가 ‘삼성 상속녀’라는 항간의 소문을 추적했다.

8부는 해외부동산 불법매입, 9부는 김병국 전 청와대 수석, 신한은행 100조원 사건, 대한항공-한진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전쟁물자 수송, FBI의 국정원 요원 추적 전말 등을 밝혔다.


331억이라더니?

안씨는 5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에서 김경준씨가 미국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MB 재산이 6억 달러, 7000억 원에 달한다”고 진술하는 등 MB재산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을 공개했다.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의하면 BBK 의혹을 제기했던 김씨가 미국에서 진행된 주식회사 다스의 투자금 반환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기술했다.

주식회사 다스는 이명박 대통령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회사로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가 회장인 회사다.

2007년 경선 때 이 대통령과 경쟁 관계였던 박근혜 당시 후보 측은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이며 주식회사 다스와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도 이명박의 차명재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곡동 땅을 포함해 수도권 각지에 분포돼 있는 이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의 땅, 그리고 주식회사 다스의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세간에서는 김씨가 이 대통령의 재산을 7000억원으로 추정한 근거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이 대통령의 재산 규모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2년차인 2009년 8월 331억원을 출연해 청계재단을 설립했다. 청계재단 출연 전 이 대통령의 ‘2009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은 356억9182만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11년 3월에는 ‘2010년 고위 공직자 재산변동 신고내역’에 54억9600만원을 신고했다. 안씨가 7천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나는 액수다.

안씨는 책에서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이 일었던 다스 사건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실소유주는 아닌가?’ 의심케 하는 증거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의 ‘집사’였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MB를 대리한다면서 지난 2002년 7월 에리카 김에게 팩스를 보내 다스 투자금 반환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었다”는 사실을 밝히며 “김백준이 자신이 다스를 대리한다며 장용훈 옵셔널벤처스 사장에게 접근해 미국소송에서 다스와 공동보조를 취할 것을 요구했었다. MB집사 김백준이 MB가 단 한주의 주식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다스를 대리한 것은 다스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의심케 한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한 지난해 2월 김씨 측이 다스 측으로 140억 원을 송금한 사실이 공개된 배경도 밝혔다. 안씨는 “늘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로 으르렁거리던 김경준 측 변호인과 다스 측 변호인 사이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흐르는 것을 감지한 옵셔널벤처스 변호인이 ‘아차, 뭔가 있구나’ 눈치를 채고 조사를 한 결과 140억 원 송금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재판부에 알렸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이 대통령과 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의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안씨는 “익명을 요구한 모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에리카 김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한데다 결혼 뒤 남편의 성씨를 따르지 않은 것 등 두 가지가 이들 부부의 결정적 이혼사유였으며, MB와의 관계는 결정적 사유가 아니라 마이너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법원 기록 등을 조사한 결과 에리카 김 남편이 2000년 말 500만달러 배상판결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사실은 이 판결이 둘 사이를 갈라놓은 결정적 원인이었으며 MB와의 관계는 큰 변수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안씨는 이 책을 통해 한국 재벌과 군부가 불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사들인 정황도 여럿 공개했다. “노태우, 전두환, 박정희 전 대통령 가족들의 미국 부동산 불법매입 사실들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고 소개하며 “특히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당시)의 언니 박재옥이 1976년 미국에 집을 구입했다가 그 다음해 이를 한국정부에 되팔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대통령 딸이 불법으로 미국 집을 구입한 것도 모자라 이 집을 한국정부에다 매도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안씨는 이 집에 대해 <뉴욕타임스>가 “박정희 대통령의 피난처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보도한 사실도 함께 공개했다.

또한 이 대통령의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과, 이 대통령의 사돈가인 효성이 미국 부동산을 불법 매입한 과정을 추적했다.

조 사장은 18살 때와 MB 직계가족이 된 이후인 2004년(하와이에 고급 콘도를 구입) 등 지금까지 모두 2차례 하와이 부동산을 불법 매입했고 어머니인 홍문자씨로부터도 불법 매입한 또 다른 하와이 부동산의 지분 일부를 19세 생일에 넘겨받아 등기를 마쳤다고 주장했다.

또 조 사장의 형 현식씨는 20세 때인 1990년 하와이에 단독주택을 불법 매입하는 등 조 사장 일가가 1990년 3채, 2004년 1채 등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하와이 부동산 4채를 불법 매입했다고 폭로했다.

안씨는 또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마약 운반녀’ 리제트 리의 재판 속기록을 입수해 “리제트 리 가족들이 미국법원에서 위증의 죄를 받겠다는 선서를 한 뒤 리제트 리의 할아버지가 이병철이라는 사실을 증언했고 리제트 리 할머니의 이름까지 밝혔다”고 말했다.

선거 앞두고 폭로


안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13억원 환치기 의혹이 제기되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가 미국에 나타났다는 내용도 담았다.

안씨는 “노정연 환치기 의혹이 2010년 9월12일 폭로되자, 사흘 뒤인 18일 권씨가 돌연 미국에 들어왔다”며 “권씨가 검찰수사를 우려해 미국으로 몸을 피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씨는 또 노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이던 2006~2007년까지 노정연씨와 남편 곽상언 변호사의 실제 주소지는 미국 뉴저지 주 고급 빌라가 아닌 뉴욕 맨해튼의 12평짜리 원룸 스튜디오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안씨의 책은 한국 사회에 예민한 사항들을 많이 담고 있어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예민한 사항들이 대부분이라 선거정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여겨진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의 폭로에 청와대와 여권이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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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