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이명박-박근혜 ‘밀월관계’ 속내

‘이심박심(李心朴心)’ 궁합 척척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껄끄럽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관계가 매끄러워진 모양새다. 그간 한 이불을 덮고 있으면서도 서로 선을 그어왔던 두 사람.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심산이었을까.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에 나선 양상이다. 이제 ‘아’하면 ‘어’하고 찰떡공조까지 선보이고 있는 것. 서로에게 손을 뻗치는 두 사람의 속내를 캐봤다.

총선 패하면 MB 만신창이 박근혜 대권가도 빨간불
공천파동 진화나선 MB…낙천 친이계 불출마 선회

임기 말 레임덕과 함께 민심이 바닥치기 시작하면 대통령의 탈당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어 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랬고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랬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달라 보인다.

‘미래권력’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부양을 자처하면서다. 계속해서 이 대통령의 탈당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 이 대통령 역시 박 위원장에 대해 “아주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화답했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다급해진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다.  

야권 역습 나선 MB
박근혜 가세로 공조

그간 이 대통령은 잇따라 터진 악재로 인해 레임덕에 빠져 수난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이 대통령의 역습이 시작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본격 정국 현안에 정치권을 비판하고 입법에 제동을 거는 등 공세를 취하면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등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날을 세웠다. 참여정부시절에는 찬성하더니 지금은 반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참여정부에서 총리를 지냈던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던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의 과거 발언록을 직접 낭독까지 하며 입장번복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묶어서 “이전 정부에서 국가경제와 미래안보를 위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이다”며 “지금 반대하는 분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한 분들인데 이제 와서 같은 분들이 반대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야권의 입장변화에 대해 “선거철이라 전략적인 부분도 있을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여기에 박 위원장도 가세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연이어 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춰 야권에 맹공을 퍼부은 것.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노무현정부 당시 국익과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자신들이 앞장서 주장하고 추진했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이제 와서 당리당략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고 공격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국가안보가 걸린 중대 현안에 대해 야당일 때와 여당일 때 입장이 다르면 책임 있는 공당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해군기지 건설을 당리당략에 이용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민주당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친이 낙천자들 불출마
MB 입김 작용했나?

여기에 청와대를 비판하거나 거리를 두던 보수언론들도 힘을 보탰다. 야권의 말 바꾸기에 대해 십자포화를 퍼붓기 시작한 것. 특히 20대 청년 비례대표 후보의 ‘해적기지’ 발언으로 보수세력은 한목소리로 맹공을 펼치며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어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를 놓고도 두 사람은 찰떡공조를 선보였다. 박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탈당에 대해 지난 7일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역대 정부 말기 때마다 대통령이 탈당하는 일이 반복됐는데, 그래서 국민 삶의 어려운 점이 해결됐는가? 그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탈당 압박을 받는 이 대통령을 두둔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2일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으로서 당직을 갖고 있으면 공정한 선거를 할 수 없고 탈당해야만 공정한 선거를 할 것이라고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이랬으니까 이렇게 하고 저렇게 했으니 저렇게 하는 식으로 대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탈당 가능성을 부정했다.

이 대통령은 게다가 “박근혜 대세론은 들어봤는데, 한계론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박 위원장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새누리당의 공천 명단은 여기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후보가 서울 중구에 출마하고,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이 서울 노원병에 낙점되는 등 친이계 인사들의 전진배치가 이뤄진 것. 앞서 김희정·정진석·김연광 등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도 공천장을 따내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힘을 실어주게 됐다.

한미FTA·제주해군기지 말 바꾸기 야권에 날선 공방 
박 치켜세운 MB, MB 부양나선 박…보수결집 효과 

그간 ‘친이학살’이라고 주장하며 공천을 받지 못한 친이계 인사들의 집단탈당 예고로 시끄러웠던 당도 일순간에 정리됐다. 친이계가 조직적으로 반박(反朴)의 깃발을 들 것이라는 예측은 무위로 돌아간 것. 여기에는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인 이재오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역할이 컸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분석이다. 탈당과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결기를 보였던 친이계의 진수희·권택기·이경재 의원 및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불출마 선언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새누리당 공천탈락자들의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전 총리와 청와대에서 독대를 했고, 이후 정 전 총리는 “‘비박(非朴)연대’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사실상 그동안 박 위원장은 ‘과거 청산’ 발언을 시작으로 이 대통령에게 선을 그어왔다. 실제로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 구성은 MB정권에 반하는 인물이 다수 포진됐다. 이어 비대위는 출범하자마자 이 대통령을 옥죄기 시작했다.

외부 출신 비대위원들이 현 정부 정책노선 수정과 그동안 당내에서 거론하기 껄끄러웠던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한 특별검사 도입과 정권 실세에 대한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위원장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해 인선한 비대위원들의 출범 초기 모습은 박 위원장의 의중을 그대로 담았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코앞의 총선에
손발 척척 맞아

이어진 새누리당 초기 공천에서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다. 야권에서 공격하던 정권심판론이 상당히 희석됐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을 두둔하고 나서자 야권에서는 다시금 정권심판론을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현 정권에 대한 바닥치는 민심에 박 위원장이 휩쓸려 갈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이처럼 미묘한 시점에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이유에 대해 정치전문가들은 각기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 공천에 MB측근들이 철저히 배제되면서 ‘공천학살’ 반발로 무소속 출마 및 연쇄탈당이 예고된 바 있다. 이는 당의 분열 위기와 더불어 박 위원장의 대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때문에 한 전문가는 박 위원장으로서는 공천 후유증인 탈당 도미노를 막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새누리당이 내친 친이계가 공천학살이라는 명분으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대거 생존할 경우 박 위원장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이다.


가뜩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상임고문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깨진 상황이라 박 위원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또 박 위원장은 대선의 전초전인 이번 총선에서 밀리면 대선가도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재권력이 정권재창출은 장담 못해도 미래권력을 방해하면 필패구도라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아직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쥔 칼자루의 향방에 따라 권력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도 농후하다.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계속해서 선을 그으며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경우 이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박 위원장을 끌어내릴 수 있는 카드 정도는 쥐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임기 마지막 해에 총선필패로 여소야대 상황이 벌어지면 각종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처럼 이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손발을 맞췄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밀월

또 두 사람은 정권심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한미FTA와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띄워 보수와 진보가 확연히 갈리는 쟁점으로 보수진영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압박하는 두 마리 토끼몰이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의도대로 총선정국이 무난히 전개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최근 다시 불거진 MB정권의 악재 탓이다. 특히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사건 수사 당시 청와대가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구체적 정황과 진술이 튀어나오면서 야권의 치열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이 지난 14일 사찰 증거인멸에 대해 입막음용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고 폭로해 재수사가 불가피해진 상황이다.

현재로선 형님 이상득 의원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는 점 역시 모처럼 손발을 맞추고 있는 두 사람에겐 불리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총선이 불과 한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권심판론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인 셈이다.

총선 승리가 절실한 두 사람의 밀월관계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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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