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기획>박근혜 vs 한명숙 공천명단 대해부

달아오른 총선불판…정가는 ‘활활’ 민심은 ‘썰렁’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공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대진표의 윤곽이 점차 또렷해지며 출전을 앞둔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패기로 총선정국은 그야말로 뜨겁다. 하지만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은 어쩐지 냉랭하다 못 해 살얼음판이다. 그간 정치권은 공천혁명에 핏대를 높여왔지만 막상 뚜껑열린 명단은 계파 간 잇속 챙기기로 구태공천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다. 공염불로 돌아간 여야의 공천명단을 세세히 들여다봤다.

아버지 대척점 솎아낸 ‘박’ 친노 부활에 힘 실어준 ‘한’
공천혁명 외치더니 구태공천 되풀이만…공염불 공천

그간 줄줄이 터진 악재 탓에 국민의 정치권에 대한 피로도와 불신은 어느 때보다 깊어진 상태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탈하는 민심을 사로잡으려 여야 모두 공천혁명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전국 246개 지역구를 대상으로 공천 심사와 경선, 전략공천 등의 공천혁신으로 새로운 피 수혈에 경쟁적으로 나섰다.

공천명단 열리자
‘그 나물에 그 밥’

현재 여야 모두 약 200여 명의 공천자 명단이 확정됐지만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현역의원들이 대거 생존하면서다. 여기에 논란을 빚거나 비리 전력 등이 있는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공천을 줬다 뺏는 일도 반복되며 부적절 인사 추천에 대한 책임론으로 시끄럽기까지 하다.

새누리당의 공천은 대체적으로 ‘박근혜 대선용 공천’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권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친박계의 공천율은 두드러지고, 대척점에 섰던 인사들은 제거되면서다.

먼저 과거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던 YS계 중진인사들이 줄줄이 낙천했다. 대표적으로 안상수·김무성 의원이 공천장을 받지 못했다. 여기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을 내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향후 박 위원장 흔들기에 나설 만한 인사를 사전에 제거한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주계 투사로 활약한 이재오 의원은 본인 공천장은 받았지만 수족이 잘려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이다. ‘이재오 공천’을 용인한 것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 의원은 집단탈당할 수 있는 친이계의 좌장격 인물이다”면서 “때문에 공천학살로 인해 친이계가 집단탈당을 불사할 경우 당내 분열로 박 위원장의 대선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즉 친이계 구심점인 이 의원에 대한 공천으로 집단탈당과 정치보복을 차단했다는 분석이다.

줬다 뺏기도 하고
검증 없이 주기도

이에 비해 친박계 인사들의 공천율은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박 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출신인 이종훈 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과 친박계인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각각 서울 분당갑과 성동갑에 전략공천됐다.

김 교수는 특히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의 최측근 진수희 의원을 제치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이자 불출마를 선언한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경북 포항남·울릉)에는 지난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언론특보단장을 지낸 김형태 후보가 지지율 등에서 뒤쳐지는 경쟁력에도 공천을 따냈다.

새로운 인물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대항마로 주목받고있는 손수조(부산 사상) 후보나 문대성(부산 사하갑) IOC 선수위원 등만 눈에 띌 뿐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산사상의 손 후보를 낙점한 것도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지더라도 사전에 문풍을 차단할 수 있는 고도의 방편이란 얘기다.

서울 지역의 한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이번 총선에서 지면 책임론이 나올 것 아니냐, 그때 막아줄 사람들을 꽂은 것이다”며 “경선에 대비해 자신을 흔들지 않을 사람을 모으다보니 총선 경쟁력은 별로 신경을 안 썼다”고 평가절하 했다.


강남갑과 강남을에 각각 공천했던 박상일 한국벤처기업협회 부회장과 이영조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공천도 논란에 휩싸였다. 박 후보는 지난해 8월 펴낸 저서 <내가 산다는 것은>에서 독립군을 ‘테러단체’에 비유하고, 한일 강제병합을 한국인 민간단체가 청원했으며 한국 내각 대부분이 이를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 역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재임 시절인 지난 2010년 국제학술회의 발제에서 ‘제주4·3사건’을 공산주의자가 주도한 폭동으로,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민중반란으로 표현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해 5월 미국 하버드대가 출간한 <박정희시대>의 집필진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선 공천이라는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역사관 논란을 빚으며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새누리당은 두 후보에 대해 부랴부랴 공천취소에 나섰지만 공천대상자로 추천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책임론이 불거진 상태다. 

새누리당 공천에 ‘박근혜 대선 안전가도용 공천’ 비판
정부여당이 던진 자살골도 내쳐버린 밀실공천 민주당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은 조금 더 심각하다. 정부여당이 차 넣은 ‘자살골’도 못 받아먹으면서다. 그간 MB정권에는 대형악재가 연달아 터졌다. ‘내곡동 사저’ ‘디도스 파문’ ‘돈 봉투 살포’ 등의 폭탄은 총·대선을 앞둔 민주당에 천재일우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공천 뚜껑이 열리면서 민주당에 비판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의 공천은 ‘친노 공천’과 ‘돌려막기 공천’ ‘비리공천’으로 '총체적 난국'이란 지적이다.

때문에 민주당은 ‘구태공천’이란 혹평을 받으며 지지율까지 새누리당에 역전당한 상태다.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의 공천이 못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먼저 새 인물이 아닌 기존 노무현계 인사를 대거 채워 넣으며 특정계파의 부활을 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까지 이뤄진 민주통합당 공천자 202명 중 절반 이상이 친노계 출신이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게다가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신인을 대거 기용하겠다며 의욕적으로 실시한 국민참여 모바일 경선은 일부 지역에서 기존 정치인들의 조직력만 확인시켜주며 오히려 경선비용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무엇보다 모바일 국민참여 경선 준비 과정에서 발생한 투신자살 사건은 민주통합당에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동시에 새누리당에 공격거리를 안겨주었다. 게다가 청년비례대표 외에는 딱히 새 인물이라고 부를 만한 후보가 전무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또 도덕성 논란이나 비리?기소전력 인사들에게 줄줄이 공천장을 안겼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임종석?이화영 전 의원과 전혜숙 의원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의 공천박탈은 새누리당의 공천취소에 따라 마지못해 결정한 '뒷북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논란이 컸던 신계륜·오영식 전 의원의 공천은 취소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다른 후보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눈높이 맞춘다더니
한참 아래만 봤나?


여기에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 후보를 같은 나꼼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공천한 것을 놓고도 시끄럽다. 지역구 세습과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것. 또 김 후보가 노원구에 아무 연고도 없는데다 검증도 거치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간 여야 모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천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감동도 없고, 새로움도 없다는 비판이 잇따른다. 결과적으로 시선은 한참 아래를 보고 있었던 셈이다. 공천 막바지까지 오락가락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여야가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후보를 냈다는 부실검증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여야 모두 앞 다퉈 정치쇄신과 공천쇄신을 주장했던 모습은 결국 표를 얻기 위한 쇼에 불과했다는 방증이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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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