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수상한 잠행의 비밀

남들은 급행열차 타는데…어디서 뭐하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수상하다. 손 고문은 그간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고 추락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이쯤 되면 손 고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 초 1·15 전당대회 이후 일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려 두 달째 잠행중인 것. 손 고문은 바닥 치는 지지율에도 만만치 않은 내공 탓에 ‘저평가 우량주’로 분류된다. 그의 조용한 행보가 흡사 폭풍전야의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과연 그는 잠행 끝에 어떤 용트림을 쏟아내려는 것일까?

야권통합 산파역할 이후 언론 노출 꺼리며 이상한 잠행
물밑에서 ‘산행정치’로 지지세 결집하며 ‘때’ 기다리나?

너무 조용하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 ‘안풍’의 지속세와 ‘문풍’의 성장세에 밀려 손 고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손학규계 공천 가뭄으로 당내 입지까지 좁아지게 생겼다. 손 고문의 대권행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처럼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한 손 고문이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여전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풍?안풍 직격탄
‘첩첩산중’ 대권행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 이후 손 고문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언론에 노출을 꺼리는 기색도 역력하다. 지난 7~10일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과 독일 NGO가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세미나에 초청받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손 고문의 자세한 방미일정은 측근들의 입이 아닌 외신들에 의해 알려졌을 정도였다.

바닥을 치는 지지율에도 왜 손 고문은 잠행하고 있는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손 고문이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고문이 지금처럼 친노의 약진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총선정국 이후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총·대선은 MB정부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이 짙은 선거임에 틀림없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재는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가진 친노세력이 약진한 상태다.

하지만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경우 향후 보수세력들의 집요한 공세가 불을 보듯 빤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해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도 문 고문만으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태다. 또 친노세력은 다가오는 4·11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입지가 재정립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듯 손 고문은 잠행하는 동안 ‘산행정치’를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며 물밑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물밑에서 줄기차게
대선 준비해온 ‘손’

손 고문의 측근은 “손 고문은 두 달간 푹 쉬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지지자들과 산행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 고문은 지난 1월28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했다. 무등산 등반은 손 고문이 연초마다 지지자들과 함께한 연례행사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손 고문의 무등산행에는 팬클럽 및 총선 예비후보자 등 무려 1000여 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학규 대통령”이란 연호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정도로 모두 결기가 대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무등산 서석대까지 선두로 등반한 손 고문은 이 자리에서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또 “2013년은 통합의 시대”라며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을 새 시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은 손 고문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중심개념이다.

이어 손 고문은 지난 2월5일 대구 팔공산도 등반했다. 당시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과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임대윤 전 동구청장, 그리고 ‘손학규를 사랑하는  대구모임’ 팬클럽회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손 고문은 이어 2월26일에는 자신의 사조직인 ‘민심산악회’와 함께 충남 계룡산을 오르는 산행정치를 이어가며 지지세 결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선은 자체적인 조직으로만 치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손 고문의 행보는 지극히 자위적인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결국 손 고문에게 뭔가 숨은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년여도 남지 않은 시기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가 되면 손 고문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손 고문의 노림수라는 것. 잠시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결정적 한방(?)을 준비하는 게 손 고문으로선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우량주’로 불리는 손 고문의 화려한 스펙은 그를 밑받침하며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 고문은 20년에 걸친 민주화 투사 경험과 정치학 교수·3선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에 당 대표까지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흔히 전문가에서 정치인, 또는 운동권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이 정치입문의 일반적 경로다. 손 고문은 운동권, 전문가(학자), 정치인을 다 거친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숱한 검증을 통해 이미 맷집도 단련된 상태다.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몰두…청년 일자리 만들기 주력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면 손학규 재평가?

게다가 경기도지사 시절의 손 고문의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지사 시절 110개가 넘는 외국 첨단기업에서 총 141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거기서 파생된 일자리 8만개를 도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이미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정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다시 한 번 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손 고문은 잠행기간 동안 분야별 정책개발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 미래재단’과 함께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매진한 것. 특히 그는 각 분야의 교수들과 스터디를 통해 오래전부터 정책을 구상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국민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서민 실생활에 도움 되는 공약 마련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그의 측근은 “경제정책과 외자유치 경험, 대북관계 등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공적인 경험을 살려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했다.

손 고문은 특히 산행도중 지지자들에게 “청년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일자리다”면서 “고용창출을 위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일자리 확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이슈인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와 복지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그간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단수후보 지역으로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을 만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그의 정무특보인 강훈식(충남 아산) 후보를 비롯해 박수현(충남 공주ㆍ연기)ㆍ노영민(청주 흥덕을)ㆍ홍제형(청주 상당)ㆍ오제세(청주 흥덕갑) 후보의 지역구를 조용히 방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손 고문의 측근은 현재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공천 잡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용한 유세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은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대권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등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자 손 고문은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진 당내 정체성 논란 및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 자존심을 구겼다.

정책비전 검증단계
손학규표 정책 뜰까?


그는 특히 야권통합이라는 옥동자 탄생의 산파 역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계속해서 5%대 미만을 맴돌며 고착상태를 보이고 있다.

손 고문의 측근은 “공천 명단이 모두 발표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후보자들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지원을 시작으로 손 고문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지율 답보상태로 손 고문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손 고문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점에서 그의 또 다른 승부수가 기대되고 있다. 잠행기간 동안 손 고문이 준비한 대권플랜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한 번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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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