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수상한 잠행의 비밀

남들은 급행열차 타는데…어디서 뭐하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수상하다. 손 고문은 그간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고 추락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이쯤 되면 손 고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 초 1·15 전당대회 이후 일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려 두 달째 잠행중인 것. 손 고문은 바닥 치는 지지율에도 만만치 않은 내공 탓에 ‘저평가 우량주’로 분류된다. 그의 조용한 행보가 흡사 폭풍전야의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과연 그는 잠행 끝에 어떤 용트림을 쏟아내려는 것일까?

야권통합 산파역할 이후 언론 노출 꺼리며 이상한 잠행
물밑에서 ‘산행정치’로 지지세 결집하며 ‘때’ 기다리나?

너무 조용하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 ‘안풍’의 지속세와 ‘문풍’의 성장세에 밀려 손 고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손학규계 공천 가뭄으로 당내 입지까지 좁아지게 생겼다. 손 고문의 대권행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처럼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한 손 고문이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여전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풍?안풍 직격탄
‘첩첩산중’ 대권행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 이후 손 고문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언론에 노출을 꺼리는 기색도 역력하다. 지난 7~10일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과 독일 NGO가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세미나에 초청받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손 고문의 자세한 방미일정은 측근들의 입이 아닌 외신들에 의해 알려졌을 정도였다.

바닥을 치는 지지율에도 왜 손 고문은 잠행하고 있는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손 고문이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고문이 지금처럼 친노의 약진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총선정국 이후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총·대선은 MB정부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이 짙은 선거임에 틀림없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재는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가진 친노세력이 약진한 상태다.

하지만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경우 향후 보수세력들의 집요한 공세가 불을 보듯 빤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해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도 문 고문만으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태다. 또 친노세력은 다가오는 4·11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입지가 재정립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듯 손 고문은 잠행하는 동안 ‘산행정치’를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며 물밑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물밑에서 줄기차게
대선 준비해온 ‘손’

손 고문의 측근은 “손 고문은 두 달간 푹 쉬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지지자들과 산행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 고문은 지난 1월28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했다. 무등산 등반은 손 고문이 연초마다 지지자들과 함께한 연례행사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손 고문의 무등산행에는 팬클럽 및 총선 예비후보자 등 무려 1000여 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학규 대통령”이란 연호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정도로 모두 결기가 대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무등산 서석대까지 선두로 등반한 손 고문은 이 자리에서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또 “2013년은 통합의 시대”라며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을 새 시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은 손 고문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중심개념이다.

이어 손 고문은 지난 2월5일 대구 팔공산도 등반했다. 당시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과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임대윤 전 동구청장, 그리고 ‘손학규를 사랑하는  대구모임’ 팬클럽회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손 고문은 이어 2월26일에는 자신의 사조직인 ‘민심산악회’와 함께 충남 계룡산을 오르는 산행정치를 이어가며 지지세 결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선은 자체적인 조직으로만 치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손 고문의 행보는 지극히 자위적인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결국 손 고문에게 뭔가 숨은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년여도 남지 않은 시기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가 되면 손 고문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손 고문의 노림수라는 것. 잠시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결정적 한방(?)을 준비하는 게 손 고문으로선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우량주’로 불리는 손 고문의 화려한 스펙은 그를 밑받침하며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 고문은 20년에 걸친 민주화 투사 경험과 정치학 교수·3선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에 당 대표까지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흔히 전문가에서 정치인, 또는 운동권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이 정치입문의 일반적 경로다. 손 고문은 운동권, 전문가(학자), 정치인을 다 거친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숱한 검증을 통해 이미 맷집도 단련된 상태다.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몰두…청년 일자리 만들기 주력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면 손학규 재평가?

게다가 경기도지사 시절의 손 고문의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지사 시절 110개가 넘는 외국 첨단기업에서 총 141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거기서 파생된 일자리 8만개를 도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이미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정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다시 한 번 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손 고문은 잠행기간 동안 분야별 정책개발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 미래재단’과 함께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매진한 것. 특히 그는 각 분야의 교수들과 스터디를 통해 오래전부터 정책을 구상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국민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서민 실생활에 도움 되는 공약 마련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그의 측근은 “경제정책과 외자유치 경험, 대북관계 등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공적인 경험을 살려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했다.

손 고문은 특히 산행도중 지지자들에게 “청년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일자리다”면서 “고용창출을 위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일자리 확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이슈인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와 복지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그간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단수후보 지역으로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을 만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그의 정무특보인 강훈식(충남 아산) 후보를 비롯해 박수현(충남 공주ㆍ연기)ㆍ노영민(청주 흥덕을)ㆍ홍제형(청주 상당)ㆍ오제세(청주 흥덕갑) 후보의 지역구를 조용히 방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손 고문의 측근은 현재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공천 잡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용한 유세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은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대권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등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자 손 고문은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진 당내 정체성 논란 및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 자존심을 구겼다.

정책비전 검증단계
손학규표 정책 뜰까?


그는 특히 야권통합이라는 옥동자 탄생의 산파 역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계속해서 5%대 미만을 맴돌며 고착상태를 보이고 있다.

손 고문의 측근은 “공천 명단이 모두 발표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후보자들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지원을 시작으로 손 고문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지율 답보상태로 손 고문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손 고문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점에서 그의 또 다른 승부수가 기대되고 있다. 잠행기간 동안 손 고문이 준비한 대권플랜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한 번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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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