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3월의 맛있는 여행 - 전남 나주

맑은 국물에 넘쳐 나는 넉넉한 ‘남도의 인심’ 후루룩~

뜨끈한 국밥 한 그릇과 깍두기, 묵은 김치의 조화는 여행객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데 더없이 좋은 상차림이다. 전남 나주시에 가면 ‘나주곰탕’이라고 하는 쇠고기국밥이 있다. 나주읍내에서 오일장날이 되면 소의 머릿고기, 내장 등을 푹 고아 우려내 팔던 장국밥에서 유래됐다. 곰탕의 ‘곰’이란 푹 고아서 국물을 우려낸다는 뜻을 지녔다. 나주곰탕은 소의 내장 가운데 맛이 좋다고 하는 곤자소니(소의 창자 끝에 달린 기름기가 많은 부위), 아롱사태, 양지머리 등의 고기를 넣고 오래 곤 국이다. 쇠뼈를 쓰는 다른 지역의 곰탕과 달리 고기로 육수를 내고 맛을 살리는 점이 나주곰탕의 가장 큰 특징이다. 그 밖의 나주 별미로 홍어와 장어구이가 있다. 영산포에 가면 홍어삼합이, 구진포나루에 가면 장어구이가 미식가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위치 : 전남 나주시 금계동 등

나주시로 가족여행을 간다면 별미기행에 앞서 시내의 나주목문화관부터 들러 역사를 공부해보자.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나주가 발달해온 변천사를 살펴볼 수 있다. 나주는 예로부터 곡창 호남의 상징이며 교통, 군사, 행정의 중심지였다. 조선시대의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나주를 서울(한양)과 닮았다 하여 작은 서울이란 뜻으로 ‘소경(小京)’이라 기록하기도 했다.

고려를 건국한 왕건이 나주에 10여 년간 머물면서 오씨처녀(장화왕후)를 만나 2대 임금인 혜종이 태어났는데 후에 임금이 태어난 마을이란 뜻으로 ‘흥룡동(興龍洞)’ ‘어향나주(御鄕羅州)’라는 명칭이 생겼다.

나주 3대 별미 중
으뜸은 ‘나주곰탕’

나주는 고려 성종 2년(983), 전국에 처음으로 12개의 목(牧)을 두었을 때 목이 된 후 조선시대로 넘어와서 1895년 나주관찰부가 설치될 때까지 목사가 천여 년 동안 재임, ‘목사고을’이라 불리기도 한다. 전라도에서는 전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고을이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장이라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나주곰탕, 영산포홍어, 구진포장어가 나주의 3대 별미로 손꼽힌다.

우선 금성관 앞 나주곰탕거리를 찾아가서 나주곰탕에 대한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나주읍성 안의 오일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보러 나온 백성들에게 국밥을 팔던 것이 나주곰탕의 시초라고 한다. 흔히 곰탕 국물이 뿌연 것으로 알고 있는 데 나주곰탕은 말갛다.

나주곰탕의 국물이 다른 지방의 곰탕처럼 뽀얗지 않고 맑은 것은 소의 뼈 대신 양지나 사태 등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물이 맑고, 달고, 시원하다. 쇠뼈는 갑자기 많은 손님이 몰려 육수가 다소 부족할 때 비방으로 사용될 뿐이다.

나주목문화관에서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금성관이라는 나주객사가 있고 그 앞에 나주곰탕집들이 있다.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남평할매집에 들어가면 커다란 가마솥에서 하얀 김이 피어나는, 모든 손님에게 시원하게 공개된 주방이 눈길을 끈다. 곰탕이 주문되면 주방장은 미리 밥을 담아놓은 뚝배기를 집어 든다. 그 다음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국물을 떠서 밥이 담긴 뚝배기를 서너 차례 토렴한다. 곰탕의 제 맛이 바로 이 ‘토렴’ 과정에 숨어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렴이란 무슨 뜻인가. 동아새국어사전에는 ‘건진 국수나 식은 밥 따위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그 국수나 밥을 데우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잘 삶아진 고기를 토렴한 뚝배기에 넣고, 노란 달걀 지단을 올리고, 대파를 한 국자 더 넣으면 국물이 식을 새라 손님상으로 재빨리 가져간다.

반찬이라고 해야 침이 절로 도는 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이지만 진하고 고소한 곰탕에 이보다 더 잘 맞는 궁합은 없다. 뜨끈한 국밥 한 숟가락을 떠서 그 위에 빨간 김치나 깍두기 한 점을 얹어 먹으면 느끼한 맛은 전혀 없고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곰탕의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나주곰탕 전문 식당에서는 곰탕 외에 고기가 더 많이 들어간 수육곰탕과 수육도 맛볼 수 있다.

이번에는 나주시가지 남쪽의 영산포로 이동해서 나주의 두 번째 별미인 홍어를 맛보자. 홍어는 흑산도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영산포가 삭힌 홍어로 유명해진 사연은 이렇다.


임금님께 진상됐던
영산포 홍어도 별미

조선시대에 홍어는 임금님께도 진상됐다. 흑산도 홍어는 진상되기 위해 나주 영산포까지 뱃길로 운송됐다. 그런데 날씨가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운반과정에서 홍어가 변질됐다. 영산포 사람들은 변질된 홍어를 버릴까 하다가 깨끗하게 씻어 먹어봤다. 부패가 아니라 발효가 잘 된 홍어의 그 맛이 너무나도 묘했다. 이것이 바로 영산포 홍어의 유래가 되었다.

옛 영산포 선창 주변에는 나주만의 독특한 숙성법으로 삭힌 홍어 맛을 보여주는 홍어 거리가 조성되어 코끝을 자극한다. 자연 발효되어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내는 웰빙식품인 홍어회는 코를 찌르는 냄새, 알싸한 맛부터 계속 씹으면 박하향까지 퍼지는 독특한 맛이 매력이다. 알칼리성 음식이라 체질개선, 다이어트,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홍어요리 중 인기메뉴는 홍어회다. 홍어회와 돼지고기, 김치를 함께 먹는 것을 ‘홍어삼합’이라 한다. 여기에 막걸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홍어찜은 홍어요리 초보자들이 홍어회에 도전하기 전에 먹기 좋은 요리다. 이밖에 홍어의 애를 보리싹과 함께 넣고 끓인 홍어애보리탕은 맛이 깊고 시원하다.

나주의 세 번째 맛은 장어이다. 영산강의 열두 구비 중 아홉 번째 구비에 해당하는 곳이라는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으로 옛날에는 민물장어가 많이 잡혔다. 구진포에 장어음식점이 밀집한 것도 그런 사연 때문이다. 그러나 1981년 목포와 영암 사이에 영산강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막힌 후로는 구진포의 장어는 매우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구진포 특유의 조리법은 여전히 살아 장어 맛의 명성을 오늘도 이어나간다.
구진포에서는 장어를 반으로 가르고 뼈를 제거한 뒤 석쇠에 올린다. 거의 다 익을 때쯤 장어를 집게로 집어서 양념장에 휙 담갔다가 다시 석쇠에 놓는다. 집게로 뒤집고 붓으로 양념장 찍어 바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입 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장어의 느끼한 맛은 가볍게 바른 양념장으로 없애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다.

구진포 장어 먹고
나주영상테마파크 관광

곰탕과 홍어, 장어로 나주 별미기행을 즐기는 틈틈이 나주의 명소들을 탐방해보자. 영산강을 근간으로 하는 여행지들이 많다. 나주평야의 젖줄인 영산강은 담양군 용면 가마골에서 발원, 목포시 영산강하굿둑 사이의 131km 거리를 흐르는 하천이다.

광주광역시와 나주시가 만나는 곳의 영산강 위에는 승촌보가 놓여있다. 승촌보는 차로 건널 수 있으며 나주평야의 쌀알을 형상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보의 전망대에서는 광주 무등산, 영암 월출산, 나주 금성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보와 전망대 주변으로 소수력발전소, 어도, 축구장, 오토캠핑장, 옛날의 물길 등이 들어서 운동, 산책, 자전거타기, 캠핑 등을 즐길 수 있다.

나주영상테마파크 방면으로 내려가면 죽산보에 닿는다. 이곳에도 소수력발전소와 어도가 설치되어 있고 옛 물길도 복원되어 있다. 산책데크는 물론 자전거길도 시원스럽게 닦여 있어 초보자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달려 볼 수 있다. 전망대를 겸한 통합관리센터 옆으로는 죽산보공원이, 반대편 강변 모래밭에는 계절 따라 꽃이 피어나는 대지예술공원이 조성되어 여행객들에게 편안한 쉼터를 내어준다.

나주영상테마파크 인근의 영산강 황포돛배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석관정이라는 정자가 들어선 이별바위까지 내려갔다가 이곳 죽산보 수문 아래까지도 오를 수 있다.

드라마 <주몽> <일지매> <바람의 나라> 등의 촬영지였던 나주영상테마파크에는 ‘손끝으로 느껴보는 명화-즐거운 미술관’도 들어서 있어 어린이들이 좋아한다.


나주시의 체험학습 명소로는 천연염색문화관이 있다. 염색의 역사, 천연염색 이야기 등을 배운 뒤 천연염색법을 체험한다. 손수건과 티셔츠를 갖고 염색을 해본다든지 천연비누 만들기, 전통매듭 목걸이 만들기, 조각보 액자 만들기 등을 전문가로부터 배울 수 있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코스
① 승촌보 → 나주목문화관 → 나주목사내아 → 금성관 → 천연염색문화관 → 나주영상테마파크 →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 → 죽산보
② 불회사 → 도래한옥마을 → 승촌보 → 금성관 → 나주목문화관 → 천연염색문화관 → 나주영상테마파크 → 죽산보

♣1박2일코스
① 첫째 날 :  불회사 → 도래한옥마을 → 승촌보 → 금성관 → 나주향교 → 나주목문화관 → 나주목사 내아(숙박)
② 둘째 날 : 나주향교 → 정렬사 → 완사천 → 영모정 → 천연염색문화관 → 영상테마파크 → 영산강 황포돛배 체험 → 죽산보

♣대중교통
KTX : 용산-나주(하루 4회 운행)
열차 :  용산-나주(하루 8회 운행)
고속버스 : 서울-나주(하루 6회 운행)

♣자가운전
① 무안-광주 간 고속도로 나주나들목 → 동신대학교 앞 → 목문화관과 목사내아 → 금성관 → 곰탕골목 → 영산포
② 호남고속도로 산월나들목 → 송정교 → 승촌보 입구 → 목문화관과 목사내아 → 금성관 → 곰탕골목 → 영산포

♣음식점
나주곰탕 전문
남평할매집(금계동, 061-334-4682)
나주곰탕노안집(금계동, 061-333-2053)
나주곰탕하얀집(중앙동, 061-333-4292)
탯자리나주곰탕(과원동, 061-332-3377)
미향곰탕(성북동, 061-334-2550)

홍어 전문
영산홍가(영산동, 061-334-0585)
영산포대박홍어(이창동, 061-335-5544)

장어 전문
대승장어(다시면, 061-336-1265)
신흥장어(다시면, 061-335-9109

♣주변 볼거리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 나주배박물관, 나주호, 금성산, 남고문, 동점문, 구 나주역사, 나주향교, 도래전통한옥마을, 불회사, 운흥사, 죽림사, 남평향교, 경열사, 정렬사, 반남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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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