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선정 2월에 가볼만한 곳 : 경북 문경

사격하고 짚라인 타고~ 문경의 겨울은 즐겁다

쌀쌀한 날씨 때문에 몸이 움츠려드는 계절. 진부한 운동보다 이색적인 레포츠로 몸과 마음을 동시에 깨우는 활력을 되찾기 위해 경북 문경으로 떠나보자. 문경관광사격장은 우리나라에서는 몇 안 되는 클레이사격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클레이사격을 주 종목으로 하는 문경관광사격장은 일반초보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최신식 장비를 갖춘 곳이다.


클레이사격이란 날아가는 새를 맞추는 영국 귀족들의 사냥에서 유래됐다. 귀족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은 비둘기를 날려 사격을 했다. 이것이 동물학대라는 비판이 일자 점토로 만든 접시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비둘기 대신 점토접시를 맞추는 클레이사격은 인기 높은 스포츠로 발전해왔다. 클레이사격은 트랩방식과 스키드방식 두 가지가 있는데 문경관광사격장에서는 이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영국 귀족들 사냥에서
유래된 클레이사격 만끽

문경관광사격장은 풍광이 아름다운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겨울 경치를 즐기면서 주황색 클레이접시가 날아가는 순간 집중력을 발휘해 방아쇠를 당긴다. 접시가 공중에서 분해되는 순간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감싼다. 그동안 몸 안에 숨어있던 각종 스트레스도 함께 분해되는 듯한 쾌감이 느껴진다. 클레이사격은 계절의 구애를 받지 않고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전천후 스포츠지만 차가운 겨울 공기를 마시며 할 때 더욱 상쾌하다.

문경관광사격장은 클레이사격 외에도 권총사격, 공기총사격을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다. 사격장에서는 반드시 귀마개와 조끼를 착용하고 안내인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이번에는 짚라인체험장으로 이동해보자.
‘아~아~아~’ 밀림의 왕자 타잔이 나무줄타기를 하며 밀림 속을 공중 질주한다. 이것은 더 이상 만화나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문경의 불정자연휴양림 내에 위치한 짚라인체험장을 찾으면 사계절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다. 백두대간의 중심인 해발 487m의 불정산 정상에서부터 시작,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을 지나 수많은 수목 위를 날아다니는 짜릿한 공중비행. 짚라인에 몸을 실으면 모험이 넘치는 흥분과 자연을 즐기는 해방감에 흠뻑 빠진다.

짚라인이란 열대 우림지역의 원주민들이 정글 바닥에 있는 뱀이나 독성식물을 피하기 위해 나무와 나무 사이를 줄로 타고 다니며 이동한 것이 기원이다. 줄을 타고 이동할 때 ‘지잎~’하고 소리가 난다고 하여 ‘짚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자연을 새롭게 즐기는 신개념 레포츠인 짚라인은 고가의 장비나 극기훈련이 따로 필요치 않다. 탑승 시 주의사항과 탑승방법에 대한 설명을 10분 정도만 듣게 되면 누구나 쉽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짚라인문경의 장점은 계절이나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우가 내리는 날을 제외하고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문경에서 만나는
새로운 레포츠 ‘짚라인’

 
짚라인은 가족과 친구는 물론 연인들, 직장동료와의 원활한 소통과 친목도모가 필요할 때 안성맞춤인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다. 짚라인문경의 프로그램은 총 9개의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몸풀기 단계인 초급코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스피드와 난이도를 높여가며 다이내믹한 쾌감을 증대시키도록 구성돼 있다. 2인의 가이드가 동행해 더욱 안전하고 각 코스마다 재미있는 퀴즈풀기 코너가 있어 한층 즐겁다.

걷기를 좋아하는 여행객들은 문경새재 트레킹에 나선다. 백두대간 조령산을 넘는 문경새재는 사계절 어느 때나 좋지만 하얗게 얼어붙은 계곡과 앙상한 가지 사이로 산의 속내가 드러나는 겨울도 좋다.

주흘관(제1관문)에서부터 조곡관(제2관문), 조령관(제3관문)에 이르기까지 흙길을 걷다보면 옛 선비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많은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단순히 겨울 공기만 마시는 산행이 아니라 새재길 군데군데 남아있는 선비들의 자취와 명망 높았던 옛 학자들의 시까지 음미하며 걷는 길이라서 재미가 쏠쏠하다.

눈썰매타기는 겨울놀이의 대명사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이라면 눈 내린 다음날부터 동네 뒷산에 올라 비닐 장판을 깔고 내리막을 달리던 추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문경새재 입구 왼편에 위치한 사계장썰매장은 슬로프의 길이가 120m나 된다. 눈썰매타기는 동심으로 돌아간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여름이면 이곳은 물썰매장으로 변신하여 시원함을 선사한다.

문경의 철로자전거는 석탄을 실어 나르던 철길이 쓸모 없게 된 것을 관광자원으로 변모시킨 사례이다. 진남역과 불정역, 가은역이 철로자전거 타기의 출발지이다. 제1코스는 진남역∼불정역(왕복 4km), 제2코스는 불정역∼주평(왕복 3.6km), 제3코스는 진남역∼고모산성(왕복 1.6km), 제4코스는 가은역∼먹뱅이역(왕복 4km) 구간에서 운행된다. 계절에 따라 일부 코스는 운행하지 않는다.

문경 여행 중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온천욕이다. 문경종합온천에서는 지하 900m의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분출되는 칼슘중탄산 성분의 온천수와 지하 750m의 화강암층에서 뿜어진 알칼리성 온천수를 이용한 온천욕을 함께 즐길 수 있다.


칼슘중탄산천은 산소와 접촉되면서 붉고 끈끈한 황토색으로 변하는데 이 온천수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각종 질병인 통풍, 심장병, 알레르기성 피부염, 관절염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알칼리성 온천수 역시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소화기 및 비뇨기 질환에 효과가 있는 보양온천수다. 겨울철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아 만성 류마티스나 동맥경화, 만성피로가 심해질 때 부모님과 함께 찾는다면 효도여행으로 더없이 좋다.

온천욕도 즐기고
상설재래시장도 들르고

 
문경에서 전통시장을 가보고 싶다면 점촌중앙시장을 찾아간다. 문경과 상주, 영주 등지의 주민들이 즐겨 찾던 상설재래시장이다. 1950년대에 문을 연 점촌중앙시장은 몇 번의 개량을 거쳐 현재 최신식 아케이드 형식으로 말끔히 단장했다.

120여 개에 이르는 점포에서는 일상생활용품인 옷, 그릇, 이불, 공산품과 문경사과, 오미자, 산나물 등 문경시의 특산물을 주로 판매한다. 봄이면 신선한 산나물이 쏟아져 나오고 가을이면 맛좋은 사과와 곶감 등을 살 수 있어 주변 사람들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문경시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시장 안 어느 점포에서나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

점촌역도 문경의 새로운 나들이 명소 반열에 들었다. ‘아롱이’라는 이름의 강아지가 명예역장을 맡아 방문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점촌역에는 2010년 이색적인 기차전시공간도 들어섰다. ‘아트 트레인-예술과 기차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점촌역 2층에 3개의 전시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점촌역을 방문하는 가족들에게 기차여행과 예술의 꿈을 함께 안겨주려는 뜻이 담겨있는 곳이다.

제1전시관은 ‘명화와 함께 떠나는 기차여행’, 제2전시관은 ‘장난감들의 숨겨진 비밀’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세계 명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패러디한 디오라마를 감상하면서 기차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덜어낼 수 있다. 전시관 관람을 하려면 역무실에 문의하면 된다.


자료출처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정보>
♣당일 코스
문경관광사격장 → 짚라인체험 → 철로자전거체험 → 고모산성 답사
문경새재 트레킹 → 눈썰매장체험 → 문경도자기전시관 → 문경관광사격장

♣1박2일 코스
①첫째 날 :  문경관광사격장 → 짚라인체험 → 철로자전거체험 → 문경종합온천
②둘째 날 : 문경새재트레킹 → 눈썰매장체험 → 문경도자기전시관 → 점촌역 아트트레인 관람

♣대중교통
동서울터미널-점촌 30분 간격 버스 운행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나들목 → 문경관광사격장
경부고속도로 김천분기점 →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나들목 → 문경관광사격장

♣먹거리
소문난식당 : 문경읍, 묵조밥, 054-572-2255 새재할매집 : 문경읍, 산채비빔밥, 054-571-5600
목련가든 : 문경읍, 두부, 054-572-1940 진남매운탕 : 마성면, 민물매운탕, 054-552-7777
문경온천한우 : 문경읍, 한우, 054-572-0824

♣주변 볼거리
대야산자연휴양림, 용추계곡, 선유동계곡, 쌍룡계곡, 운달계곡, 봉암사, 김룡사, 대승사, 의병대장 이강년기념관, 문경석탄박물관, 가은오픈세트장, 전통문화마을 성보촌, 경천호, 고모산성, 하늘재, 문경활공랜드, 문경도자기전시관, 유교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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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