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그룹 직원 ‘회장님 기쁨조’ 전락한 사연

일은 뒷전에 놓고 회장님 ‘재롱잔치’서 “딸랑딸랑~”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A그룹은 매년 사내 합창대회를 연다. 이 회사의 간판급 문화행사로 공연도 규모도 ‘프로급’이다. 도저히 사내행사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이 대회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얼굴이 이상하다. 어딘지 모르게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일까.

반강제 차출돼 일 뒷전 밀어놓고 피나는 노력
불만 많지만 인사고과에 영향 미처 ‘울며 겨자’

A그룹은 매년 성탄절을 전후로 성대한 사내 합창대회를 연다. 이 회사의 가치와 한해를 마무리 하는 즐거움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다. 이 대회는 그룹의 간판 문화 행사로 오너인 B회장도 적지 않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별과 직급을 분물하고 다함께 율동과 노래 연습에 열을 올리다 보면 회사 업무를 할 때와는 또 다른 끈끈한 동료애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들의 말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행사의 취지에 공감을 할 수 없다는 것. 오로지 B회장 한 사람만을 위한 ‘재롱잔치’에 불과하다는 게 직원들의 시각이다. 당연히 직원들은 이런 얘기를 입 밖에 꺼낼 수 없다. 그저 자신들은 ‘회장의 기쁨조’라는 자조 섞인 불만만 조용히 읊조릴 뿐이다.

회장도 많은 신경

직원들의 불만을 이해하려면 먼저 이 행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행사에 참가하는 팀은 모두 회사 임직원들로 구성된다. 각 사업부별로 30~40명씩 차출돼 200~300명 단위로 조를 짠다. 자발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상사의 눈총에 마지못해 참여하는 게 대부분이라고 한다.

공연팀에 참여하는 이들은 행사 20일 전부터 업무에서 제외된다. 물론 쉬는 건 아니다. 전문 강사의 지도 아래 하루 8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연습이 진행된다. 행사 10일 전이 되면 훈련의 강도는 더욱 높아진다. 아예 회사 대신 정해진 연습실로 출근한다. 당연히 연습시간도 늘어난다. 일과가 끝나는 6시 이후까지도 연습은 이어진다. 밤 10시를 넘어서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 심지어는 주말에도 연습을 하러 나온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대에서 입을 복장이나 소품 등도 직접 제작해야 한다.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직원들이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는 공연을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대회에서 직원들의 보여준 군무는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다. 거의 프로급이다. 북한 주민들의 군무를 방불케 한다는 평가다. 무대장치나 소품 등도 도저히 사내행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급이라는 전언이다.

지난해 말 이 행사를 관람했다는 한 재계관계자는 “관람료를 내야 볼 수 있는 뮤지컬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며 “직장인들이 하기엔 과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행사로 인해 다수의 직원들은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싫은 내색은 절대 할 수 없다. 이 행사에 각 사업부 대표들의 인사고과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B회장의 재롱잔치에 동원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한편, 직원들 사이에선 이 공연이 B회장이 평소 강조하는 검소와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B회장은 재계에서 알아주는 ‘짠돌이’로 통한다. 아직도 오래된 구형 차량을 타고 출퇴근을 하며 비행기도 이코노미석만 이용한다. B회장은 또 매년 ‘김밥 송년회’를 연다. 직원들이 서민의 음식인 김밥을, 그것도 단무지만 넣고 싸서 나눠 먹으면서 검소의 의지를 다지자는 취지에서다.

그런 B회장은 이 행사에 수십억대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창·안무 전문가를 초빙해 안무제작, 작곡, 편곡, 직원 교육을 시키는가 하면 유명인을 심사위원으로 초대하기도 한다. 장소 대여료와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상금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직원들의 업무 공백에서 오는 손실을 환산하면 비용은 더욱 커진다.

이런 상황이지만 B회장에게 ‘직언’을 하는 이가 누구 하나 없다. B회장을 중심으로 군대를 연상케 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어서다. 군기가 바짝 든 최측근들은 B회장에게 아부하기 바쁘다.

적응하거나 사표


B회장에 대한 임원들의 충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사내에서 이른바 ‘A그룹 교복’으로 불리는 복장이다. ‘교복’은 재킷, 셔츠, 바지, 구두, 넥타이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B회장이 동행하는 자리에 임원들은 의례 이 교복을 입는다.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심지어 직원에게까지 이 복장을 구매할 것을 종용한다고 한다. 물론 B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이 회사 내부관계자는 “임원들의 무분별한 충성에 B회장이 직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선 이런 기업문화에 적응하거나 회사를 떠나는 두 가지 방법 밖에 없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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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