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說說) 피어나는 ‘김두관 대망론’ 실체 대해부

문재인 ‘바람몰이’ 안철수 ‘킹메이커’ 김두관 ‘대권후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리틀 노무현’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친정’ 민주통합당에 돌아왔다. 지난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지 꼭 4년만이다. 친노의 부활과 동시에 김 지사의 귀환으로 ‘김두관 대망론’이 본격 꿈틀거리기 시작한 양상이다. 여권에서조차 단단한 내공을 갖춘 김 지사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야권에서는 본격 김두관-문재인-안철수 ‘삼각편대설’이 떠오르며 대선판도 변화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이제 김 지사의 의지가 관건인 모양새다. ‘김두관의 입’은 초미의 관심사임에 틀림없다. 
 
4년 만에 친정 복귀한 김두관…여권도 긴장하며 예의주시 
야권 일각서 김두관-문재인-안철수 ‘삼각편대설’ 목소리 나와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지난 16일 민주통합당(이하 민주당)에 전격 입당했다. 김 지사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맞이해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 위해 입당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또 “민주당이 출범했지만 시대적 과제인 혁신과 통합은 미완의 목표다”며 “오직 야권연대와 정당혁신만이 총·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고 성공하는 서민정부를 만들어내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4년만에 친정 복당
김두관에 관심집중
 

한명숙 대표는 “그의 입당은 부산·경남 지역에 변화와 승리를 희망하는 도민들의 민심과 함께 들어오는 것이다. 총선승리를 위한 정략적 요충지여서 더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입당으로 민주당은 더 큰 통합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고 김 지사의 입당을 반겼다.
 
민주당에 복당하자 김 지사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친노의 부활 속에 김 지사는 이제 단순한 ‘변수’가 아닌 ‘상수’로 야권의 대선 지형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김 지사는 동네 이장·군수부터 장관·도지사까지 구석구석을 경험한 ‘행정의 달인’이다. 여기에 그는 열린우리당 최고위원과 경남도당위원장이라는 정치경험이 더해져 공공연히 대선판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유력 잠룡으로 꼽혀왔던 터였다. 이런 그가 민주당에 입당하며 중앙정치인으로 보폭을 넓힌 것. 
 
때문에 정계 안팎에서는 그의 입당 등 최근 행보로 미루어 차차기가 아닌 차기 대선 레이스로 직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통합진보당 쪽의 거센 반발에도 입당을 감행함으로써 대선직행설에 힘을 싣고 있다. 
 
김 지사도 입당 기자회견에서 대권 도전 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경남의) 현안을 잘 챙기는 것도 총선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교과서적으로 말하면 도정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도정에 전념하겠다"고 빠져나가는 화법을 사용했다. 
 
특히 기자회견 당시 ‘야권연대’를 첫 번째로 강조한 것도 본인의 입지확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공천과정에서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이후 총선 결과에서도 야권이 PK지역에서 약진할 경우 야권 잠룡으로서의 그의 위상은 한층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삼자연대 가동하고

노무현 향수 자극하고 
 
게다가 김 지사는 같은 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민주당이라든지 시민사회 동지들이 총선 이후에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나름대로 준비를 하라는 요청들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달 11일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대선 출마에 대해) 주변에서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말한다.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근래 사석에서도 “한국의 룰라(전 브라질 대통령)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지사의 측근인사도 “대선 출마(여부)는 국민적 요구가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무등산 산행을 포함한 최근의 행보와 야권연대를 강조하는 모습 등을 볼 때 12월 대선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김 지사 지지그룹이 여의도에 사무실을 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김 지사는 특히 여권에서조차 경계하는 대상이다. 사실상 김 지사는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로 경남 지역에서 당선되었다. 김 지사는 한나라당의 텃밭에서 승리를 일궈내며 여권의 경계를 받는 유력 차기 주자로 발돋움했다. 
 
그래서일까. 여권은 문재인 상임고문이 상승세를 잇지 못하고 지지율 정체에 빠진다면 김 지사가 ‘대체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김 지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눈치다.
 
일각에서는 김 지사가 전격 입당하자 이른바 ‘김두관-문재인-안철수 삼각편대설’까지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문 고문이 김 지사에게 바람을 몰아다 주고,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지지를 이끌어 낸다는 시나리오다. 
 
일면 터무니없는 시나리오처럼 보이지만 대선을 10개월여 앞둔 현 정치지형도를 놓고 볼 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 혹독한 검증과정과 문재인 4·11 결과에 대권 판도변화
먼지 없는 ‘행정의 달인’ 김두관… 대권 도전 여부에 관심집중
 
김 지사는 산전수전 다 겪으며 정치·행정의 막강한 내공을 쌓아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게다가 김 지사는 친서민 이미지와 경남도지사 당선으로 PK경쟁력까지 검증된 상태다. 
 
이는 문 고문과도 크게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문 고문은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어떠한 결실을 맺느냐에 따라 위상이 재정립될 전망이어서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 지사는 또 ‘우직하게 한 길만 간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계승자를 자처하고 있다. 실제로도 걸어온 길이 비슷해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고 있다. 때문에 김 지사가 유권자들에게 노무현 향수를 강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경남 남해 이장 출신인 김 지사는 참여정부 출범 이후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했다.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정당으로 돌아와 2004년 총선 때 경남 남해ㆍ하동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06년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셨다. ‘참여정부 심판론’이 제기되며 궁지에 몰렸던 2008년, 김 지사는 탈당 후 4월 총선에서 무소속 출마했지만 또다시 낙선했다. 수차례 실패에도 결코 영남을 포기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행보와 닮은 것.  
 
안 원장의 경우도 정치경험이 전무하고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무소속의 강용석 의원이 지속적으로 ‘안철수 저격수’를 자임하며 ‘먼지털이’에 나선 상태다. 
 
강 의원은 지난 13일‘안철수연구소’가 1999년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안 원장이 헐값에 인수해 수백억원대의 이득을 취하고,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세금을 탈루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강 의원에 따르면 안 원장은 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안철수연구소 BW 186만주를 2000년 10월 주당 1710원에 인수했다. 당시 이 주식의 장외 거래가는 3만∼5만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5분의 1 가격에 주식을 취득한 셈이다. 
 

문재인, 총선이 분수령 
안철수 먼지털기 본격화 
 
이 주식은 1년 뒤인 2001년 10월 상장가 4만6000원에서 출발해 주당 8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결국 안 원장은 BW 저가인수로 최소 400억, 최대 700억원의 이득을 얻었고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에 해당한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강 의원은 안 원장 고발 배경에 대해 “1위 대선후보에 대한 검증 차원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이유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뿐만 아니라 강 의원은 지속적으로 안 원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해왔고, 앞으로도 폭로할 것이 많다고 벼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조사부(박규은 부장검사)에 배당하며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특히 안 원장이 정치무대에 전면 등장할 경우 검증이라는 미명하에 여기저기서 난도질이 자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때문에 ‘김두관-문재인-안철수 삼자연대’에서 김 지사를 킹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 
 
김 지사는 아직까지 대권에 대해 “도정에 전념해야 할 때”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이장 출신 대통령의 신화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김 지사의 정치적 결단에 쏠리는 양상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