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거물’ 노리는 심상찮은 ‘검풍’ 막전막후

  • 이해경 lovehk@ilyosisa.co.kr
  • 등록 2012.01.19 10:4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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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선의 거목도 ‘검풍낙엽’…12월 대선까지 ‘검풍한설’

[일요시사 = 이해경 기자] 과거 특정 정당과 계파를 겨냥한 북풍(北風 안보위협), 안풍(安風 안기부예산 전용) 등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던 거대 쓰나미가 또 다시 정치판을 덮치고 있다. 노란 돈봉투 다발이 몰고 온 ‘검풍(檢風)’이 그것. 여·야는 물론 국회의장과 여권의 최대 잠룡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야말로 초메가톤급 강풍이 불어 닥친 셈이다. 기성정치권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고승덕발 검풍’이 총선과 대선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국회는 지금 폭풍전야 상태다.
 

임진년 새해가 밝자 여·야는 각각 쇄신과 통합 카드를 꺼내들고 총선과 대선의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새해벽두부터 청천벽력 같은 폭로에 정치권은 패닉상태에 빠졌다.

친이계를 겨냥한 돈봉투 사건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와 비례대표 인선, 2010년 전당대회를 거쳐 2007 대선경선까지 거슬러 올라가더니만 이젠 야당으로 그 불똥이 옮겨 붙었다.

고승덕  의원의 연이은 폭로로 295명의 현역 국회의원들은 그 누구도 예외가 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는 올 4월 총선과 12월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고승덕발 ‘검풍’
파장은 어디까지?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한나라당 비대위는 고 의원의 폭로가 있자마자 신속하게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거듭되는 폭로로 돈봉투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진흙탕싸움이 되고 말았다.


한나라당에 가려졌긴 하지만 검찰이 야권으로까지 수사를 확대하면서 여야모두 사태의 조기 수습을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총선이 코앞에 닥쳤기 때문이다.

특히 궁지에 몰린 여야는 향후 전개될 검찰수사의 방향과 강도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총선은 물론 대선의 승패가 검찰의 칼끝에 맡겨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칼자루를 쥔 검찰의 수사가 특정정당의 전당대회 돈봉투 수사에 그칠 지, 한국정치의 오랜 악습이자 관행인 금권선거 전반을 수사대상으로 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또한 ‘계파자금이냐 대선잔금이냐를 놓고 말이 많은 자금출처 문제까지 파고들지 여부에 정치권뿐만 아니라 여론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노란 돈봉투 다발 몰고 온 ‘검풍’ 여야 동시 강타
칼자루 쥔 검, 정치권과 여론의 비상한 관심 모아

검찰로서도 최근 ‘벤츠여검사’와 ‘디도스 사건’,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가 민심의 뭇매를 맞고 있어 명예회복이 필요한 시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말로 접어들며 극심한 레임덕에 빠져들자 검찰로서도 더 이상 권력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명분도 생겼다.


이러한 시점에서 검찰수사는 돈봉투 살포 대상 명단으로 의심되는 리스트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들의 거듭되는 부인으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던 검찰이었지만 이 명단이 확인되면서 수사가 급진전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자금의 출처와 윗선 수사에 본격적으로 칼을 들이댈 태세여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명단에 오른 이들은 자동적으로 검찰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메가톤급 파장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특히 국회의장이 소환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목전에 두고,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는 원내외 인사는 총선 공천에서 배제시킨다는 ‘살생부론’까지 나돌고 있다.

물론 수사 결과에 따라 사실이 입증되면 정당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돼 피선거권이 박탈되기 때문에 출마자체가 어렵게 된다.

김재원 한나라당 법률지원단장은 “검찰의 판단에 따라 과거의 모든 부정에 대해서 수사해달라는 것이 우리 당의 취지라고 검찰에 설명했다”면서 “검찰에서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수사해서 우리 당에 조금이라도 잘못한 것이 있다면 모든 수사를 진행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너도나도 폭로
진흙탕 싸움터

고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2010년 ‘7·14 전대’, 2007년 ‘8·20 대통령 후보 경선’으로 옮겨가더니 2006년과 2003년 전대에서도 돈 선거가 치러졌다는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서로 경쟁하듯 폭로를 일삼고 있어 당내 혼란을 부추김은 물론 제 얼굴에 침 뱉는 형국이다.

주요원인으로 한나라당내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손꼽히고 있다. 고 의원의 폭로로 친이계가 어려움에 직면하자 친박을 겨냥한 친이계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고, 홍준표 전 대표까지 가세했다 자신들의 계파를 지키기 위해 당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고 의원 폭로에 이어진 의혹은 2008년 총선에 앞서 비례대표 공천에 돈이 오갔다는 의혹이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도 지난 6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비례대표 의원(공천)도 돈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며 “옛날에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주 은근하게 4년 내내 돌아다니지만 증명할 길은 없다”고 밝혔다.

같은 날 조전혁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2010년 전대 돈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조 의원은 “2010년 전대 당시 1000만원이 담긴 돈 봉투를 뿌린 후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내가 지도부에 출마했던 당시 전대에서 한 원외 당협위원장이 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며 확실한 물증은 밝히지 않았다.


이어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왔던 후보 2명이 동시에 돈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홍전 대표와 원희룡 전 최고위원은 지난 10일 2007년 대통령 후보 경선도 돈으로 조직을 동원한 선거였다고 폭로했다.

원 전 최고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대의원 동원비용은 후보에게 전가되기 마련”이라며 “지난 대선 후보 경선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도  “당시 대선후보 경선은 조직 동원 선거였다”고 폭로했다.

‘3당2락’(30억을 쓰면 당선되고, 20억을 쓰면 최고위원 된다)라는 말이 떠돌고 있는 국회에서 이들의 폭로는 당내에서 대표와 최고위원 직책을 달기 위해서는 금전 살포가 만연돼 왔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증명하고 있다.

‘차떼기당’ 악몽 되살아나는 한나라당, 곤혹스런 박근혜
비난의 대상이 되어 버린 검찰, 명예회복의 절호의 찬스!

한편 이번 돈 봉투 사건은 흡사 지난 2003년 ‘차떼기사건’을 다시금 떠오르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7대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터진 차떼기사건으로 존폐위기 상황을 맞았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측근을 통해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트럭 째 받은 사건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검찰은 9개월 동안의 수사를 통해 한나라당이 대선 당시 일부 대기업들로부터 823억원에 이르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수법은 국민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기가 막힌 방법이었다. 50억과 150억원씩 실은 2톤 트럭을 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지하 주차장 등에서 트럭 째로 넘겼다. 사과박스에 돈을 넣어 주고받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당시로서는 스케일이 다른 사건이었다.

이 사건으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다. 이후 ‘차떼기’는 한나라당의 부패 이미지를 상징하는 별칭이 되었고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인 사건으로 회자 되고 있다,

당시 박근혜 대표가 총선을 20여일 앞두고 당 전면에 등장해 천막당사를 구현하며 총선에서 예상 밖의 선전을 했다.

하지만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차떼기 악몽이 되살아났다. 공천헌금 파문으로 당이 흔들린 것이다.

5선의 김덕룡 의원과 재선의 박성범 의원이 각각 서울 서초구청과 중구청장 공천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각각 4억여원과 21만 달러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 된데다 한 달 뒤 고조흥 의원이 3억 원의 공천헌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휘청거렸다.

 5·31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남겨놓은 시점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 오명을 불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 공천비리 의혹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것 역시 박근혜 대표체제 하에서였다. 이처럼 박 위원장이 당 전면에 나설 때마다 금품수수 관련 사건이 터져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한나라당이다.

‘인위적 물갈’이 아닌
‘여론 물갈이’에 기대

일각에서는 이번 파문을 계기로 당 차원의 ‘인위적 물갈이’가 아닌 ‘여론 물갈이’가 대폭 이뤄져 정치신인들이 대거 등장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물론 그 칼날은 검찰이 쥐고 있다.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로 ‘보좌관만 잡아들이는 검찰’의 이미지를 벗어나 실세를 정조준 하는 수사를 한다면 자연스런 물갈이는 물론 대대적인 개혁과 혁신에 한걸음 다가 설 것으로 여겨진다.

‘북풍’과 ‘안풍’에 이어 선거의 거대한 바람으로 작용할 ‘검풍’의 강도가 얼마나 될지 사뭇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또 선거 승패를 떠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원들의 ‘돈 놓고 자리 사는’ 형태의 나쁜 악습이 완전히 뿌리 뽑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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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