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이상득‧최시중 측근 비리’에 흔들리는 내막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더니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새해 벽두부터 ‘비리폭탄’이 또 터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대국민 사과가 있은지 불과 하루만이다. 바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양아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 비리가 터진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충격은 배가된 양상이다. 현 정권에서 두 사람은 각각 ‘방통대군’ ‘영일대군’으로 불리며 양대 실세로 통했기에 비리의 종착지로 의심받는 실정이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던 MB정부는 임기 말 갖가지 꼼수와 반칙이 드러나며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란 오명을 안고 추락하는 모양새다.

횡령‧탈세로 구속된 김학인 ‘최시중 양아들’에 로비 의혹
이상득 보좌관 10억 문어발식 금품수수혐의로 구속 돼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친인척 측근비리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저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지 않을 수 없다"면서 "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보고 잘못된 점은 바로잡고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다소 우회적인 표현이었지만 잇따라 터졌던 측근비리들에 대해 직접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권력형 비리가 또다시 터지며 이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수백억원대의 횡령 혐의로 구속된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이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의 측근에 거액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

새해부터 MB 얼굴
먹칠한 권력형 비리

지난 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김 이사장이 각종 청탁 명목으로 최 위원장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정모씨에게 2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이사장이 EBS 이사 선임 로비 명목으로 정씨에게 돈을 건넸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이사장이 정씨에게 돈을 건넸다면 방통위 고위층이나 여권 실세 등 정관계 로비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씨는 20년 전부터 최 위원장을 줄곧 보좌해오며 ‘양아들’로까지 불리는 최측근 인사다. 정씨는 앞서 의정보고서를 제작하는 인쇄업을 하다 이명박 캠프에서 최 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2008년부터 방통위원장 정책보좌역으로 일했다. 최 위원장 취임과 함께 이전에 없던 정책보좌관이라는 자리를 만들어 정씨를 방통위에 들여오자 ‘낙하산’이라는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씨는 방통위 실세로 성장하며 방송통신정책에 대한 각종 민원은 대부분 정씨를 거쳐 최 위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전해진다. 특히 정씨는 정치권과 통신업계, 언론계에 인맥이 두터워 주요 현안을 막후에서 조율하는 역할도 담당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현 상태에서 수사를 통해 확인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시중에 떠도는 소문들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우선 김 이사장과 정씨가 수백 차례 통화한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검찰은 김 이사장이 정씨에게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건넸는지 추궁하고, 최 위원장에게도 돈이 전달됐는지를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정씨는 방통위 측에 “말도 안 된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방통위는 최 위원장 측근 뇌물의혹과 관련해 “최시중 위원장과는 무관한 일이다”며 “(현재) 퇴직한 정 보좌역의 금품수수 여부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다”고 해명했다.

김 이사장의 EBS 이사 선임 의혹에 대해서도 “김씨는 공모절차를 통해 교육계 추천으로 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9명의 이사 중 1명으로 선임됐고,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는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버시바우 “최시중
이상득, MB의 두뇌”

하지만 정씨는 김 이사장에 이어 모 기업과 케이블업체 등으로부터도 계속해서 금품 수수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씨는 각종 비위 첩보로 앞서 청와대로부터 수차례 구두 경고를 받았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의혹은 한층 더 깊어진 상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보좌관이 비리혐의로 구속되며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터져 나온 최 위원장 측근비리는 현 정권에 충격을 배가시키는 양상이다.

이 의원의 보좌관 박모씨는 각종 청탁 명목으로 10억원 이상을 받아 챙긴 혐의가 밝혀지며 구속된 상태다. 15년지기 보좌관의 부당거래 혐의에 이 의원은 ‘억지 춘향격’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등 떠밀려 퇴진하게 됐다.

최 위원장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 위원장도 측근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퇴진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현재 그는 모든 일정을 취소한 상태다.

이 의원과 최 위원장은 현 정부의 ‘양대 실세’로 꼽힌다. 지난해 9월 폭로 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된 미 외교전문에 조차도 최 위원장과 이 의원을 이 대통령의 ‘양대 브레인’이라고 평하고 있다.

폭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당시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이 대통령의 당선 직후 올린 대외비 정보 보고에서 “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최시중 전 갤럽연구소 회장이 이명박의 정치적 두뇌로 생각된다”며 “강한 기질을 지닌 이명박 당선자는 오직 이 두 사람에 의해서만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접촉한 많은 사람들은 전했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현 정부에서 ‘방통대군’ ‘영일대군’ 으로 불리며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최고 실세’로 통했다. 하지만 잇단 권력형 비리가 두 사람의 지근거리에서 터진 것. 때문에 최측근이 엄청난 비리 혐의에 연루된데 이어 비리의 종착지로 실세인 두 사람의 이름이 거론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퍼지는 상황이다.

방통위는 “사실무근”이라고 잘랐고, 이 의원도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MB정부에서 두 사람이 휘둘러온 권력으로 미루어 의혹은 점차 증폭되고 비난 여론은 가열되는 양상이다.


측근비리 의혹에 ‘실세’ 이상득‧최시중이 종착지로 지목
방어막 뚫리고 정치 기반 무너진 MB정부…검찰 칼 뽑아
 

 

안 그래도 임기 말 레임덕에 허덕이는 MB정부는 지탱하던 ‘양대산맥’마저 흔들리자 급락하는 모양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형님정치 폐막’과 동시에 이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인 친이계까지 와해된 상태에서 MB정부를 지킬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이 뚫린 셈이다.

이어진 ‘쇄신 쓰나미’가 여당인 한나라당을 덮치며 주도권도 ‘미래권력’ 쪽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미래권력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다가오는 총‧대선을 겨냥해 현 정부와 선긋기에 나섰다. 여기에 이 대통령 본인 역시 ‘내곡동 사저’와 ‘BBK’라는 뇌관이 도사리며 턱밑까지 물이 찬 상태다.

이에 검찰은 새해 벽두부터 칼을 빼들어 MB정부의 숨통을 조이는 상황이다. 그간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썼던 검찰이었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그만큼 정권의 힘이 빠질 때로 빠졌다는 얘기이다.

이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기존에 진행 중이던 수사를 일시 보류하고 담당검사 3명을 투입해 김씨, 정씨와 관련된 각종 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각종 첩보도 대검에서 넘겨받아 이번 수사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지난달 태국으로 출국해 해외에 머물고 있는 정씨에 대해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 깃털만 뽑을까
몸통까지 겨냥할까?

야권은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제 마를 때도 되었건만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부’임을 증명하는 최측근비리는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인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홍 원내대변인은 “언론에 따르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방통위원장과 그의 양아들이 용의선상에 있다고 한다”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노회찬 진보통합당 대변인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의원에 대한 비리의혹이 날로 커져가는 마당에 터져 나온 최시중 방통위원장 측근비리 의혹 사건은 그 자체로서 충격이 아닐 수 없다”고 일갈했다.

앞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등이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줄줄이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사촌처남 김재홍 KT&G 복지재단 이사장도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로비청탁과 함께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2월29일 구속 기소된 상태다.

여기에 최측근인 최 위원장과 이 의원의 측근들까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가는 상황을 지켜봐야만 하는 이 대통령으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다. 무엇보다 한예진 김 이사장은 여권 유력 인사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에 따라 폭발 위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내리막길을 걷는 MB정부에 검찰의 칼끝이 과연 어디까지 겨눌 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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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