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김정은 ‘남북정상회담’ 시나리오 <밀착해부>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 둘이 ‘손’ 잡고 위기를 기회로?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남북관계가 ‘김정일 급사’라는 돌발변수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각종 악재들이 봇물처럼 터진 상황에서 대북이슈의 부각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천재일우’가 되었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마지막 국면전환을 위해 여론의 관심도가 높은 ‘남북정상회담’을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통성이 취약한 김정은 역시 체제 안정이 급선무인 점과 ‘나 홀로 강성대국’을 이룩할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재로선 정상회담을 속단하긴 어렵다. 무엇보다 북측이 극구 손사래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을 낳는다고 했던가? 정부가 유연한 자세로 대북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경우 얼어붙은 남북의 분위기가 해빙모드로 급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두 정상의 ‘입’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MB 살릴 최고의 ‘히든카드’…김정은에 손 내밀까?
MB정부 단절되고 경색된 남북관계 결자해지 요구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현 정부의 대북 강경책과 계속된 북한의 도발로 남북관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던 것. 애초 이명박 정부는 출범부터 비핵·개방·3000(북한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개방하면 10년 안에 국민소득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를 내걸며 갈등으로 시작했다.

게다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에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 측의 사과와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을 중단,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후 북한은 2008년 8월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김정은 후계구도 정착이라는 시급한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안팎으로 긴장을 촉발시켰다. 지난 2009년 1월부터 연달아 남북정치·군사 합의사항 무효화선언, 대포동2호 발사, 2차 핵실험, 우라늄 농축을 발표한 것.

MB-김정일
평행선 그려

정부는 미국과 정보공조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파악한 후 김정일 사망 시 급변사태가 올 수 있다며 이른바 ‘북한 붕괴론’을 확산시켰다. 자극받은 북한은 도발의 수위를 점점 높였고,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졌다. 북한의 도발에 정부는 ‘5ㆍ24 조치’로 남북관계에 빗장을 걸며 최악의 경색 국면을 맞았다.

꽉 막힌 남북관계에 우려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지난해 9월 류우익 전 주중대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면서 다소 유연성 있는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북측은 이를 기만전술로 치부하며 전혀 호응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난 4년 동안 이명박 정부와 김정일 정권은 마치 서로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평행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이라는 돌발변수에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김정은 체제’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메시지 또한 급속도로 유연해진 분위기다.

정상회담 성사 시
레임덕 MB 힘 실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정당대표를 만나 “(며칠 동안 정부가) 취한 조치들은 북한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에 보이기 위함이고 북한도 이 정도까지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며 “북한 사회가 안정되면 이후 남북관계는 얼마든지 유연하게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 역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책임을 김 위원장에게 귀속시키며 향후 대화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밝혔다. 다시 말해 천안함?연평도 사건의 주범인 김 위원장이 사망함으로써 사과 문제에서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일 사망이 남북관계의 전환점이 될 좋은 시기라고 전망한다.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최악의 상황을 맞은 남북관계를 이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어떻게든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갖가지 악재가 겹치며 레임덕에 허덕이는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북한이슈를 선점하면 마지막 국정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그간 현 정권은 ‘내곡동 사저’부터 ‘디도스 파문’ ‘대통령 친인척‧측근비리’ 등 악재가 쏟아질 대로 쏟아진 상황이다. 무엇보다 핵이슈들은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형임을 감안하면 또다시 어떤 결과로 파장을 불러올지 예측할 수조차 없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역사적 사명과 동시에 갖가지 악재에 대한 위기탈출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한반도 주변정세를 적극 관리하기 위해 내년 총선 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 상태다.

남북정상회담은 여론의 주목도가 높은 사안이자 국면 전환에도 효과적이란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북 체제 안정과 강성대국 목표 위해 회담 배제 못해 
남북정상회담 제안, 남북관계 획기적 개선될 가능성


전현준 통일연구원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언론에 보도된 대로) 정부가 천안함과 연평도의 사과문제에 대한 유연한 입장을 공식화시킬 경우 정상회담 제안도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그는 “내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대북정책의 유연성이 강조되는 만큼 인도적 지원과 경협이 재개되고 경제제재도 풀릴 것이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상회담까지는 시간이 촉박해 이뤄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면서도 정부 태도에 따라 남북대화는 진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북미 대화에서 긍정적 성과를 도출할 경우 6자회담 가능성이 높다”면서 “신년 들어 우리 정부가 관광재개와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 북한이 적십자 회담으로 응답할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북 강경정책을 내세웠던 이명박 정부도 물밑에서는 줄기차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왔다.

지난 2009년 10월 싱가포르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다. 이 같은 사실은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김양건 북한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 부장의 싱가포르 비밀접촉이 언론에 노출되며 알려졌다. 하지만 11월 개성회담에서 불발됐다.

이어 지난 2010년 1월 이 대통령은 영국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며 연내 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혔다. 다음 날 미국 CNN 인터뷰에선 “북핵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의 당사자인 대통령이 직접 개최 시기와 의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셈이다.

물밑에서 치열하게
정상회담 추진해와 

당시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도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 “남북관계는 이제 복합적이고 전면적으로 진행된다. 모노톤이 아니다”라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18일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문제에 대한 남측 정부의 진의가 북측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북측은 남측이 돈봉투를 미끼로 천안함과 연평도에 대한 사과와 정상회담을 요구했다고 폭로하면서 비밀접촉 사실이 낱낱이 공개됐다.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은 2011년 6월1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2011년 5월9일부터 통일부 정책실장 김천식, 국정원 국장 홍창화,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 김태효 등이 중국 베이징 비밀접촉에 나와 정상회담을 위한 장관급회담을 5월 하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면서 “6월 하순 판문점, 8월 평양, 내년 3월 서울에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러시아-북한-한국을 연결하는 가스관 프로젝트 구상과 연관하여 남북정상회담과 남-북-러 3국간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실제로 류우익 통일부장관이 취임한 이후 유연한 대북정책이 추진됨에 따라 남북정상회담까지 기대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강성대국’ 선포한 북한
정상회담 배제 못할 것

북한의 국방위원회는 지난해 12월30일 “이미 선포한대로 리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는 취약한 정통성 문제와 후계체제 조기 안착이 급선무다. 때문에 우리 정부가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할 경우 배격할 수만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특히 북한은 올해가 ‘강성대국 건설’을 선포한 원년이다. 식량난과 경제난 해결이 관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강성대국 건설은 고립된 경제체제로는 목표달성이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후계체제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 북미회담과 6자회담에 이어 남북정상회담으로 ‘정면돌파’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남북의 경직된 현실을 타파하고 화해모드의 새 기류를 만드는 적극적인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옛 속담에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는 말이 있듯 임기 말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이나 출범 초 체제안정이란 지상명제를 안고 있는 김정은 모두 내부적인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제 세간의 이목은 두 남북정상이 손을 맞잡고 함께 위기 탈출을 할 수 있을지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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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