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급사 10대 긴급기획]③예측불가 북한 권력구도

김정은 체제 ‘순항’할까? 권력쟁탈전 ‘피바람’ 불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독재자도 결국 죽음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하며 그의 시대도 막을 내린 것. 곧바로 북한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하며 3대 세습 유지로 가닥을 잡은 모양새다. 하지만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야심을 품은 당과 군부의 ‘궁중암투’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사는 새파란 김정은이 자신의 권력을 지켜낼지, 피비린내 진동하는 권력쟁탈전으로 번질지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정은 체제 걸림돌 이미 축출…‘3대 세습’ 순항?
‘김정일 급사’ 불안한 정치 ‘궁중암투’ 가능성 제기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북한 당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전 8시30분경 김 위원장은 룡성역을 지나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해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죽음에 대해서는 갖가지 미스터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의 죽음은 준비되지 않은 ‘급사’였다는 점이다. 때문에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발한 ‘김정은 체제’ 속에서 야심가들의 권력투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한반도 평화에 큰 영향을 미칠 북한의 권력구도 변화는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요시사>는 향후 북한의 행보를 4가지로 전망해봤다.

시나리오 ① - 김정은 체제 ‘순항’ 

먼저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아버지의 자리를 완전히 장악하고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부상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09년 1월 김정은을 후계자로 내정했고, 2010년 9월 공식화했다. 김 위원장 사후 즉각 북한 당국은 김정은 영도체제를 공식 선언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도 김정은 체제를 빠르게 인정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3대 세습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통일연구원의 전현준 박사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군부 등을 장악한 상태다”면서 “북한처럼 권력 일원체제하에서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며 전임자와 똑같은 무게감을 갖는다”고 전했다.

게다가 김정은은 지난 10월부터 실질적으로 국정운영을 맡아 시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북한연구소의 소식지는 지난 10월10일 당 창건일부터 비공개적이지만 정식으로 국정운영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친(親) 김정은 라인 구축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지난 2009년부터 중앙당 조직지도부 내부를 시작으로 2010년에는 지방당과 검찰·법원 등의 법기관을, 올해는 최고위직 성원과 지방당 세력까지 모두 정리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장남 김정남과 차남 김정철의 사람뿐만 아니라 김정은의 세대교체에 걸림돌이 될 만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모두 제거됐다. 

무엇보다 김일성 주석이 1994년에 사망했을 당시 김 위원장 역시 아버지의 카리스마와 권위를 갖지 못해 국가지도자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의혹을 말끔히 떨쳐버리며 권력을 수중에 넣었다. 이어 명실상부한 국가통치자로 군림했다.

전 박사는 “북한의 중앙집권화 된 권력의 공고함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과 보좌진들이 빠른 체제정비를 구축해 김정은 체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 ② - 엘리트 간의 ‘파워게임’

‘김정일 급사’로 인해 불안전하게 출발한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면서 계파 간 권력투쟁이 시작되는 경우다.

새파랗게 어린 김정은의 나이와 김 위원장 생전에 공식적 후계자 계승기간이 짧다는 점이 약점이다. 국정운영 경험이 크게 부족한 김정은이 권력을 넘보는 정적들에 둘러싸여 있는 점도 치명적이다. 때문에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세종연구원의 오경섭 연구원은 논평을 통해 “김정은 체제의 위기는 김정은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점에서 기인한다”며 “2009년 1월 당내에서 후계자로 내정된 후 3년 남짓 후계자 수업을 받았지만 안정적으로 권력기반을 장악하고 지배엘리트들을 완전하게 장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때문에 어떤 경우든 한 세력이 먼저 김정은에 도전장을 던지면 나머지 세력들도 곧바로 권력투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먼저 실세로 통하는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을 비롯한 보좌진 그룹이 권력 장악을 위한 파워게임을 시작하는 경우다. 특히 장성택은 2004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치게 권력을 탐한다는 ‘괘씸죄’에 걸려 2년간 실권했을 정도로 권력욕이 강하다.

게다가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 내부의 반감이 크거나, 경제사정이 열악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기미가 있을 경우 장성택 입장에서도 더 이상 김정은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문에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현대판 수양대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장성택과 각을 세운 김정남의 지지세력도 주목의 대상이다. 특히 군부 핵심인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은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되며 당대표자회에서 당정치국과 당중앙군사위원회 어느 곳에도 진입하지 못하며 원한을 쌓았다.

리제강 조직지도부 1부부장(2010년 사망)의 사람들 역시 김정남 지지세력으로 분류된다. 이들 역시 김정은 체제가 공식화된 작년에 해임됐고, 김정일 장의위원 명단에서도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장성택계가 김정은 후계체제 확립을 위해 이미 손을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그러나 리 전 1부부장 라인으로 꼽히는 백세봉 국방위 제2경제위원장 등은 아직 건재해 언제든 김정은에 반기를 들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현재 실현 가능성 낮지만 향후 ‘평양의 봄’ 올 수도
북한 입맛대로 움직일 중국의 병기는 ‘김정남 카드’


시나리오 ③ - 민주화 바람 ‘평양의 봄’ 

그간 경제난과 기아에 시달린 북한 주민들이 중동 발(發) 민주화 바람을 일으켜 세습체제를 무너뜨리고 개방과 개혁의 길로 나가는 경우다.

이 경우 전문가들은 당장 ‘민주화 운동’의 실현가능성은 낮게 평가하고 있다. ‘평양의 봄’이 오려면 통신의 발달로 정보가 빠르게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 때문이다. 북한에 휴대전화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지만 아직 정보 전달과 확산의 도구, 소위 SNS 등이 이용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북한 주민이 외부세계에 눈을 뜨고 개혁과 개방, 민주화를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외신들은 김 위원장이 급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를 지칭하는 ‘아랍의 봄’처럼 북한에도 평양의 봄이 올지 주시하고 있다.

CNN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올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바람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뒤늦게 북한에도 상륙하지 않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은 아랍 국가들과는 달리 그동안 반체제 인사가 거의 없었지만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전보다 불안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내부가 극도의 불안정성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온 주민들이 들고 일어설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외신들은 평양의 봄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인정하면서도 정보 전달의 속도를 최대 관건으로 보고 있다.

시나리오 ④ - 중국의 ‘김정남 카드’

중국이 김 위원장 사후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최대 관건이다. 중국은 북한 체제를 훨씬 더 중국에 종속되는 방향으로 개편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 상황이다.

이때 중국이 가지고 있기만 해도 북한을 최고로 압박할 수 있는 부분이 바로 ‘김정남 카드’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은 지난 2001년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된 것을 계기로 눈 밖에 났다. 여기에 김정은을 후계체제로 굳히는 과정에서 김정남 암살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중국첩보부에서 극렬히 막아냈고, 현재까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혹시 모를 북한의 내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상태다. 김정은의 통치능력 부족에 경제난, 기아, 외부압력 등이 겹쳐져 쿠데타 및 인민투쟁이 벌어질 경우 먼저 중국으로 난민이 유입되면서 중국 정부가 북한 사태에 개입하기 시작할 것이다.

중국은 북한과의 국경지역에 혼란이 빚어질 경우 원치는 않지만 북한 사태에 개입해야만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혀왔다.

중국이 북한 내 핵무기 폐기를 약속할 경우 미국도 중국의 개입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중국은 북한 내전을 계기로 김정남을 지도자로 내세워 북한에 친(親) 중국 정부를 세울 가능성도 이채롭게 제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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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