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전·현직 대통령 권력형 친인척 비리 집중해부

물보다 진한 피에 수혈하려다 ‘동맥경화’에 끙끙

[일요시사=이해경 기자]검찰이 최근 이명박 대통령 주변 및 관련 인물들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고 강도 높은 압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임기 중 측근비리는 없다”고 공언했지만 역대 정권과 마찬가지로 권력형 비리가 속출하고 있다.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며 정권의 안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친인척 비리가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역대 정권의 측근 비리를 재조명 해봤다.

전두환 정권 때부터 예외 없이 친인척 비리 발생
‘절대 권력은 절대부패를 낳는다’ 줄줄이 구속 수감

권력형 측근 비리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전두환 정권 이후 모든 대통령들이 친인척 비리에 연루됐고 그로인해 국정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인척비리로 인한 자책감과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타계하고야 말았다. 이렇듯 친인척 비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지고 온다.


친척에 자녀까지
줄줄이 비리연루


역대 대통령들의 친척형 비리사건을 살펴보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경환씨는 지난 1988년 3월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을 지내면서 공금 76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형 기환씨는 같은 해 8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다. 사촌 형 순환씨와 사촌동생 우환씨, 처남 이창석씨도 각종 이권 개입이나 탈세 및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고종사촌 처남인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김영삼 정권 출범 이후 슬롯머신 사건으로 구속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 손성훈씨는 덕산그룹 관계자로부터 광주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인 건평씨는 세종증권(현 NH증권) 인수 과정에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집권 초기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가 30억대 비례대표 공천 장사 파문을 일으켜 구속됐고, 사돈 황모씨가 지난달 20일 사기혐의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 8일 사촌처남의 저축은행 4억 로비에 따른 출국금지 등으로 측근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자녀 연루 비리사건을 살펴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소영씨는 지난 1994년 외화 밀반출 혐의로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불구속 처리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으로 ‘소통령’으로까지 불리던 현철씨는 1997년 기업인들에게서 66억여원을 받고, 12억여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고 2004년에도 17대 총선을 앞두고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0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세 아들 중 2명이 수감생활을 겪었다.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은 2003년 5월 기업체로부터 이권청탁 명목으로 25억여원, 정치자금 명목으로 22억여원을 받고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삼남 홍걸씨도 2001년 3월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 로비와 공사 수주 로비 대가 등으로 36억9000여만원을 받고 2억2000여만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내곡동 사저 문제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며, 시형씨가 다니는 자동차부품회사 ‘다스’가 최근 본사를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113호실’에 얽힌
정·재계 고위인사


그렇다면 대통령 친인척들에 대한 검찰 대우는 어떠할까? 노건평씨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1120호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곳은 기존에 ‘VIP룸’으로 불리던 1113호 조사실을 그 당시 개조한 것으로 51㎡의 면적에 수면실과 샤워시설, 세면대, 침대, 영상녹화시설 등을 갖췄다. 건평씨는 리모델링된 조사실에서 처음 조사를 받은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1113호 조사실에서는 김홍업 전 의원,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신승남 전 검찰총장 등 정·재계 고위 인사들이 조사를 받았었고 노 전 대통령도 이 방에서 조사를 받아 특실에서 형제가 조사를 받은 흔치않은 기록을 남겼다.

과거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왔던 비리 연루 당사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살펴보면 먼저 김현철씨는 2008년 10월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으로 정계에 복귀하였다. 내년 19대 총선 거제 출마를 준비하며 거제포럼 대표를 역임하며 지역구 관리에 한창이다.

김홍업 전 의원은 18대 총선 때 통합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이에 불복,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낙선했고 아버지의 서거 이후 활발한 대외활동은 꺼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5·18 관련자로 인정받아 보상받게 됐고 최근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의 북콘서트에 참여했다.

전경환씨는 지난해 5월 투자사기혐의로 징역5년의 대법원 판결을 받았고 두 달 뒤에 뇌경색으로 3개월 형집행정치 처분을 받아 치료를 받고 수감 중이다.

노소영씨는 아트센터나비의 관장이자 서울예술대학 디지털아트학부 조교수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아버지 노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와 남편 최태원 회장이 비자금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악재를 맞고 있다.

박철언 전 장관은 “1999년부터 차명계좌로 관리하던 돈에 대한 은행관련 일처리를 모 대학 여교수 강모씨에게 부탁했는데, 강씨가 맡긴 돈 178억여원을 횡령했다”며 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내면서 이목을 끌었고, 지난해 11월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종결됐다.

그는 지난 8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화제가 되자 “육성테이프를 공개하겠다”고 밝혀 다시 한 번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노건평씨는 지난해 8·15특사로 풀려난 후 동생 노 전 대통령을 욕되게 한 조현오 경찰청장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지만 근자에는 자숙하며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다.

친인척 구속시킨 검사들 출세가도 달리며 유명세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

한편 친인척 인사들을 구속시킨 검사들은 대부분 출세가도를 달리거나 유명세를 타고 있고,이를 바탕으로 정치권을 노크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 인물이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다. 홍 대표는 지난 1988년 서울지검 특수부 검사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의 큰형 기환씨를 구속시켰고, 1992년 서울지검 강력부에서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슬롯머신업계 비호세력 사건’ 수사로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시켰다.

김현철씨 사건 수사 초반에 관여했던 최병국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3선에 성공해 활발한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현철씨를 구속시켰던 이훈규 전 인천지검장은 18대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로 충남 아산에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 2009년 8월부터 한나라당 아산시 당원협의회 위원장과 지난해 10월 한나라당 전국위원회 부의장에 선출됐고 지난 7일에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친인척 측근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친인척관리팀’을 구성하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측근비리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가 지목돼 왔다.

여당은 물론 사법부마저 사실상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운영되는 권력집중 현상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이 행정, 입법,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주의의 주요 메커니즘인 ‘견제’가 이뤄지지 않음으로 인해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와 관련된다. ‘절대 권력이 절대 비리를 낳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 ‘정치적 후원구조’의 영향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선거 시 활동했던 주요 후원자 등의 구조가 당선 후에도 대통령을 대상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얘기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의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으며 실제 각종 게이트사건 때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또한 가족을 중시하는 특유의 가정문화가 꼽히기도 한다. 대통령과 심정적으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측근 및 친인척들에게 온갖 유혹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치적 후원구조’와
‘가정문화’도 이유로


그간 대선과정을 거치며 모든 후보자들은 친인척 비리 방지를 약속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개선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전직 대통령들은 예외 없이 친인척과 측근들이 구속되는 것을 두 눈 뜨고 지켜봐야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과 경찰이 ‘살아 있는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야 하고 퇴임 후 비리를 적발하기보다 재임 중 부패 및 비리를 억제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하는 것이 본질적 과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친인척 비리 근절이야말로 선진 정치문화로 가는 첩경이다. 이를 근절해 선진 정치문화국으로의 도약은 물론이고, 전직 대통령을 잃는 비극을 또 다시 겪지 않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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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