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잠룡 ‘9인9색’ 대권 잰걸음 밀찰취재

잠룡 ‘다산시대’ 돌입…본격 ‘대권본색’ 발산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본격 선거철이 도래하면서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잠룡 ‘다산시대’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 잠룡들은 전열을 재정비하며 본격 대선 준비에 나선 모양새다. ‘대권’이라는 여의주를 물기 위해 슬슬 시동을 거는 잠룡들. 벌써부터 세간의 시선은 잠룡들이 토해낼 용트림에 집중하는 눈치다.

안철수 에세이집 출간…정치권 ‘대선출사표’로 해석
박근혜 ‘조기등판론’ 고심, 손학규 총선 출마 불투명

요즘 정치권엔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 현상’ ‘디도스 파문’으로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상태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인 법. 위기 상황에서 두드러진 리더십을 펼치면 국민들 뇌리 속에 각인되기 안성맞춤이다.

특히 2012년은 20년 만에 돌아오는 총대선이 함께 열리는 해로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때문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발걸음도 빨라지는 양상이다.

MB와 선긋기 나선 박근혜
“공존은 자살행위?” 

‘안풍’에 의해 대세론이 무너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최근 대학생들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종편-보도채널 개국 인터뷰 등에 적극 나서며 보폭을 늘려왔다.

하지만 ‘디도스 파문’으로 당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하자 박 전 대표는 일단 공식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의 위기는 곧 박 전 대표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만약 박 전 대표가 현재 당의 위기상황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한다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대로 가다 총선에서 참패하면 대선도 물 건너 간다’는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표의 전면 등판에 힘이 실린 상황이다. 이한구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절대 다수 한나라당 의원들의 견해다”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MB와의 차별화’ 여부도 관건이다. 박 전 대표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창당 수준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이명박 대통령과 선긋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지방선거부터 서울시장 보선까지 잇따라 참패한 원인에 대해 박 전 대표는 ‘MB 심판’으로 보고 있다. 최근 MB 친인척·측근 비리가 봇물 터지기 시작한 만큼 더 이상 MB와의 공존은 ‘자살행위’라는 시각이 우세해 향후 박 전 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월,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친박계를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 상당수가 “유력한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지역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선을 건너뛰고 대권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 상태다.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설’

여권의 유력 잠룡으로 꼽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임기 때까지 지사직을 유지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김 지사는 그간 도정과 대권행보를 저울질하며 ‘때’가 되면 역할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 지사의 경우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90일 전인 내년 9월 중순까지 사퇴하면 되지만 먼저 당내 경선을 거쳐야 하는 만큼 총선 직후 또는 경선 시점에 맞춰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총선 결과와 이후 정치권 동향에 따른 정치판도 변화가 어떻게 작용할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지사의 최대 약점은 당내 기반이다. 따라서 오는 411총선에서 자신의 측근들이 대거 약진해야만 김 지사도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몽준 전 대표(서울 동작을)와 특임장관을 지낸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을)도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다는 방침이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은 “울산 지역에서 5선을 하고 18대에 서울로 지역구를 옮겼는데 또다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은 이번 한나라당의 내홍을 계기로 삼각연대를 통해 전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은 ‘박근혜 조기등판론’이 힘을 얻어 새로운 지도체제가 구성될 경우 대선을 앞둔 주도권 싸움에서 영영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때문에 세 사람은 새로운 정당에서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 상태다. 재창당을 주장하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이 대체로 김 지사와 정 전 대표, 이 의원 등과 가깝다는 점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 향후 파란이 예상된다.

야권통합에 사활을 걸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야권통합 전당대회 이후 정치행보 구상에 들어갔다. 손 대표는 일단 내년 총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하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내년 11월 당내 경선을 치러야 하는데, 그 경우 오히려 총선 출마가 지역구민들에게 누를 끼친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19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손 대표는 당내 경선을 앞두고 향후 국정운영과 주요 정책에 대한 책을 집필 하는 등 지지율 제고를 위한 속도 조절 및 포지션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는 그간 야권통합의 고리로 ‘반(反)이명박 전선’을 구축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내년 총대선에서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PK지역 출마 가능성…검찰개혁 선봉장 나서    
김문수‧정몽준‧이재오 ‘삼각연대’ 재창당 연계 시 파장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정책과 현안 중심의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범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좌클릭’ 행보를 통해 진보권을 아우르는 대표주자 이미지를 각인하겠다는 의도다.

구체적으로 그는 당분간 한미FTA 비준동의안 무효화 투쟁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미FTA 문제야말로 가치 중심의 통합을 위해 절실한 과제인 만큼 총ㆍ대선에서 여권과 확실한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총선에서 그는 현 지역구인 전주 덕진 출마 쪽으로 생각을 굳혔다는 전언이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도 당권 지원과 총선 승리를 넘어 대선으로 향하는 일정표를 짜고 있다. 그는 특히 4선을 했던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로 통하는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3년 전쯤 서울 출마를 결심했다”면서 “정권교체를 위해 내년 총선의 승리는 절대적이며 특히 수도권의 승리는 무척이나 중요하다. 수도권에서 전개될 치열한 싸움을 그냥 바라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종로 출마이유를 피력했다.

정 최고위원은 또 통합정당의 지도부 경선이 시작되면 대표 후보로 나설 한명숙 전 총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정치적으로 광폭행보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야권통합이란 옥동자가 탄생 일보직전까지 왔기에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단 문 이사장은 내년 4월 총선에서 부산ㆍ경남(PK) 지역에 출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이 정권교체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임은 물론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도 직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문 이사장 측에서는 출마를 결심할 경우 지역구 출마와 비례대표 출마를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문 이사장은 최근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개인의 ‘상품성’을 키우고 있다. 그는 지난 6~7일 잇따라 부산과 서울에서 검찰개혁 북콘서트를 열어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공론화 시켜나가고 있다.

문재인 ‘광폭행보’
안철수 행보 ‘오리무중’

민심을 삽시간에 빨아들여 철옹성 같던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는 초미의 관심사다. 현재 그는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선두주자지만 극도로 말을 아끼는 까닭에 정치적 행보는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안 원장의 주식 기부를 두고 정치출사표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때 ‘총선 출마’와 ‘신당 창당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지만 안 원장이 직접 나서 강하게 부인해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 때문에 총선을 건너 뛴 채 ‘대선직행’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안 원장은 내년 초 신작 에세이집을 출간할 계획이다. 출판사 측은 올 상반기 ‘청춘콘서트’를 진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은 그가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서, 그것도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것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출마예정자들이 저서를 내는 점 등에 미루어 사실상 ‘대선출사표’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다.

에세이를 통해 어떤 형식으로든 현안에 대해 다양한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직접 대선에 출마하지 않더라도 직ㆍ간접적으로 야권을 측면 지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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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