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DDoS 파문’ 총공세 나선 민주당 전략

“공씨 ‘단독범행’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주의의 꽃’이 짓밟혔다. 독재시대에나 나올 법한 선거방해 행위가 드러나면서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일 선관위 사이트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녹다운 됐다. 주범은 바로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비서 공모씨로 밝혀졌다. 이에 한나라당은 초토화 상태이고, 국민적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한나라당은 모르쇠로 발뺌하지만 풍기는 냄새는 심상찮다. 뜻하지 않은 최상의 호재를 만난 민주당은 배후세력으로 한나라당 윗선을 지목하며 숨통을 죄는 모양새다. 일단 경찰은 공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짓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윗선 지령 의혹 냄새 심상치 않아 민주 배후 캐기 나서
규탄대회·국정조사 등 압박수위 높여가며 연일 파상공세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북한소행’ 공식이 깨졌다. 지난 10‧26 재보선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의 디도스 공격을 지시한 혐의자가 다름 아닌 여당 중진의원의 비서로 밝혀지면서다. 경찰은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의 9급 수행비서인 공모(27)씨를 구속, 속전속결로 수사를 마치고 공씨 단독범행으로 마무리지었다. 

국민의 주권인 선거 방해 공작에 여당의원의 비서가 연루되며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되는 양상이다. 그간 궁지에 몰려있던 민주당은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기사회생을 노리는 분위기다.

이승만ㆍ박정희 독재
능가하는 사이버테러
 
경찰에 따르면 경남 진주 출신인 공씨는 지난 10월25일 밤 고향 후배인 IT업체 G사 대표 강모(25)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을 요구했다. 강씨는 직원인 황모(25)씨와 김모(26)씨를 시켜 지난 10월26일 오전 1시쯤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으로 다운되는지 실험한 뒤 오전 5시50분~11시쯤에 공격을 실시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오전 6시15분부터 8시32분까지 다운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G사 사무실에서 강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후 강씨 등은 “공씨가 범행을 사주했다”고 진술했고, 경찰은 지난 1일 공씨를 검거했다.

여당 비서가 체포되며 당장 디도스 파문의 최대 관심사는 한나라당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는지의 여부가 됐다. 10‧26 재보선 당일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투표장 위치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투표소가 많이 바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투표율이 낮으면 여당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무엇보다 최 의원은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으로 10·26 재보선 선거기획단에서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지원했던 전력이 있어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최 의원의 경우 공씨의 우발적인 단독범행이라며 선을 그었다. 최 의원은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사건 내용을 전혀 모른다”며 “제가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사전제의와 협상 통해
디도스 공격 이뤄진 것”

하지만 비용과 목적 등을 추론할 때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실행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일개 9급 비서인 공씨가 단독으로 사비를 들여가며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를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 일명 ‘윗선 지령’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오죽했으면 원희룡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도 “디도스 공격이 9급 비서의 단독 범행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민주당은 즉각 한나라당을 배후세력으로 지목했다. 이어 당내에 백원우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 3일 ‘한나라당 부정선거 사이버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배후세력 캐기에 발 벗고 나섰다. 여기에는 민주당 의원 10명과 당내의 IT전문가들이 합류한 상태다.

진상조사위 소속의 문용식 인터넷소통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윗선 개입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는 “공씨와 공모한 업체가 본래 하던 일이 해외 사이버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곳”이라면서 “겉은 IT업체로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 이들은 해킹 등으로 상대방 영업 사이트를 공격하며 돈을 번다”고 주장했다.

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공범인 강씨 회사의 경우 주된 업무를 예로 들면 작은 쇼핑몰 등을 공격해 경쟁업체를 망가뜨리며 돈을 벌었던 회사였다는 설명이다.

그는 “작은 업체 공격은 최소 500-100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것이 그쪽 바닥의 생리다”며 “특히 국가기관 공격은 리스크(위험)가 훨씬 크다. 최소 징역 1년의 구형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민주당은 비용이나 계획면에서 배후세력과 사전협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나라당 집중난타로 민주당 ‘정국 주도권’까지 잡을까?
호재 맞은 민주, 반(反)한나라 정서 주도 총선 진두지휘


이에 백 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 5일에도 경찰청을 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백 위원장은 “꼬리 자르기식 수사는 절대 안 된다”며 경찰 수사를 압박했다.

일각에서는 ‘선관위 내부 소행설’도 제기된 상태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은 지난 5일 라디오에 출연해 “선관위 홈페이지 전체가 다운된 것이 아니라 ‘투표소 찾기’ 기능만 먹통이 됐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선관위 내부자 소행 가능성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같은 날 라디오에 출연한 선관위 관계자는 “(재보선) 당일 홈페이지에선 투표소 정보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고 모든 정보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했다”며 내부 소행설을 부정했다. 그는 이어 “합리적 근거 없이 선관위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공정한 선거관리를 저해, 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하는 행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위원장은 “이것은 실질적 피해자인 선관위가 의혹을 자초한 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로그기록만 공개해도 내부소행 의혹을 씻어낼 수 있음에도 그 최소한의 것마저 하지 않아 의혹에 불을 질렀다는 주장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일 선관위 사이트와 함께 디도스 공격을 당했던 ‘원순닷컴’에 대한 IP 로그 파일 분석 시연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문 위원장은 “보통 기업이면 공격을 받더라도 10∼20분 내에 정상화되는데 이번에는 초보적 수준의 공격임에도 2시간20분간 무방비 상태로 당했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러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의심과 내부 음모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고 선관위를 몰아세웠다.

경찰은 “선관위 내부에서 문을 열어준 흔적이 없다”며 내부 소행설을 일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지난 9일 디도스 공격을 공씨 단독범행으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자신이 모시는 최 의원을 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공씨의 자백을 받아 냈다고 전했다. 

이제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의 수사결과에 검찰마저 "처음부터 다시 봐야 한다"며 "재수사에 가깝게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검찰은 오는 28일까지 수사를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경찰 수사결과에
더욱 미궁 속으로

경찰이 이번 수사에서 용의자로 여당의원의 비서를 지목한 것은 나름의 성과였다.

하지만 범행 전날 공씨와 함께 술을 마셨던 박희태 국회의장의 비서 김모(31)씨, 한나라당 공성진 전 의원의 비서 박모씨 등을 줄줄이 조사하고도 혐의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경찰 수사력에 의구심과 함께 또 다시 ‘꼬리 자르기’식 수사라는 오명이 따라붙을 전망이다.

국가기관인 선관위의 사이트를 마비시킨 헌정사상 초유의 사이버 테러를 두고 ‘국가 반란급 사건’ 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때문에 디도스 파문의 후폭풍은 이제 시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일이 터지면 희생양을 정해 대충 어느 선까지 정리하고 몸통은 빠지는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더 큰 후폭풍을 부르게 될 것이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9급 비서관이 혼자 결심하고 주도했다는 경찰의 수사결과에 이슈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디도스 사태=북한 소행’
공식 깨지며 ‘불신’ 심화

그간 디도스 사건이 몇 차례에 걸쳐 발생했지만 결론은 모두 북한소행이었다. 하지만 이번 디도스 파문의 범인이 밝혀지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더욱더 심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향후 대응책과 관련해 “수순대로 국정조사를 고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진상조사위에 수사권은 없지만 계속해서 자료와 정황들을 조사하며 배후를 밝히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디도스 공격에 가담한 업체와 한나라당의 관계 및 협상대가를 밝혀 반드시 몸통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가뜩이나 ‘한미FTA 날치기’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는 한나라당으로선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반(反)한나라당 정서를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몰아간다는 분위기다.

내친김에 민주당은 디도스 파문의 국조ㆍ특검을 고리로 한나라당과 그간 쟁점사안이던 한미FTA 재협상 및 사과를 비롯해 미디어렙법,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 정개특위 관련법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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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