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결정판 ‘MB 의혹’ 총망라

임기 말까지 연기 모락모락 “정권 끝나면 일 나겠네”

[일요시사=홍정순 기자] MB정부는 처음부터 의혹 속에 출발했다. 임기 이전부터 도곡동 땅 및 BBK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던 것. 이러한 의혹들은 임기 말까지 따라붙으며 사그러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의혹들을 몰고 오는 양상이다. 급기야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 사건과 연관 있다는 ‘빅딜설’까지 제기된 상태다. 현 정권에 불어 닥치며 소문이 무성했던 의혹들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한미 FTA-BBK 빅딜설에 불거져 의심받는 MB 속내
MB의 무한 땅사랑에 집권 내내 따라붙는 투기 의혹 

최근 한미FTA가 한나라당에 의해 강행 처리되며 정국이 혼란스러운 모양새다. 특히 내년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 혐오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날치기 처리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시선은 자연스레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 사건과 연관 있다는 ‘빅딜설’에 쏠려 있는 상태다.

이미 오래 전에 한 언론사와 SNS를 중심으로 MB정권이 한미FTA 비준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것은 BBK 때문이란 의혹이 제기된 상태였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 논란은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며 이명박 당시 후보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이어 사건은 미국 검찰의 손에 넘어갔고 수사 결과는 지난 7월8일 발표키로 예정돼 있었다.

4대강 사업은
재벌 배불리기?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미국 검찰의 결과 발표가 무기한 연기되며 유야무야 됐다. 이에 의혹만 더 짙어졌고, BBK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 붙었다. 때문에 MB정부가 수사 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재빨리 저자세의 한미FTA로 급선회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그리고 짜여진 각본처럼 한미FTA가 통과되자 미 연방법원에서 (주)다스가 김경준-에리카 김에게 제기한 BBK 투자금 140억원 반환소송 취하를 최종 승인했다. 이는 한인신문 <선데이저널>에 의해 뒤늦게 보도됐으며, 이로 인해 의혹은 한층더 깊어진 상태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문제 역시 ‘의혹백화점’이다. 퇴임 후 입주할 계획이던 ‘내곡동 사저’를 두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다. 먼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인사저 구입에 혈세투입 의혹은 가장 공격받는 사안이다.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반값에 매입했지만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며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혈세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이게 끝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 역시 땅값 상승의 기대감으로 값이 폭등하게 되는데,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도 의혹의 대상의 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땅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늘 땅과 관련된 의혹을 달고 다녔다. 특히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도곡동’과 ‘꽃마을’이 도마 위에 올랐다.

말은 화려한데
실속은 텅텅 비어

특히 도곡동 땅 실소유자 논란은 가장 큰 잡음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의 처남과 형 명의로 돼 있는 도곡동 땅의 실소유주가 이 대통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도곡동 땅은 명의자가 아닌 제3자의 것”이라고 발표했고, 특검의 재수사에서도 “이 대통령 것은 아니다”라고 마무리됐다.

또 서초동 법조타운에 위치한 옛 꽃마을 부지도 의혹이 증폭되는 부분이다. 매입시점(1977년)을 전후해 법원·검찰청사 건설계획과 도시설계구역이 확정된 곳이다. 이에 현대건설 사장과 서울시장 경력을 이용해 사전개발정보로 땅값 상승이 예상되는 곳에 투기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대통령후보였던 이 대통령은 “회사가 보너스로 준 땅”이라고 했지만 “그런 관행은 없었다”는 전직 직원의 반대 증언이 나오며 의심 받았다. 또 1993년 국회의원 재산공개를 앞두고 공시지가의 절반에 이 땅 일부를 급매한 배경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처남 소유의 충북 옥천 땅과 서울 양재동 빌딩도 직전 소유주가 이 대통령이었다는 점에서 차명보유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여기에 현재 내곡동 사저 논란까지 더해진 것. 때문에 공직생활에서 얻은 정보를 개인재산을 불리는데 이용했다는 꼼수에 갈수록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현 정부 측근인사들의 비리의혹에 대통령마저 의혹의 중심에 서며 도덕불감증에 걸린 정부라는 비판이 거센 상태다.
무려 22조원을 쏟아 부은 4대강개발사업도 의혹투성이다. 4대강사업의 목적은 물 부족 국가인 대한민국이 강의 담수능력을 현재보다 2배 이상 증가시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물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을 한 번 판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파야 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즉 상류에서 토사는 항상 지속적으로 하상에 침전되기 때문에 해마다 파내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욱이 절대다수 국민이 반대하는 그 공사를 강행한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특히 22조원의 돈으로 재벌 건설회사 배만 불려줬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2조 4대강 사업은 대기업 건설사 배불리기 위해서?
종편 4대사 특혜에도 선거 앞두고 정치적 고려 의혹

이에 민주당은 내년 4월 총선 이후 4대강사업 청문회를 열겠다며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민주당 ‘4대강 사업 국민심판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애 의원)를 중심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운하 공약이 4대강 사업으로 변경된 과정 ▲업체 담합 및 정보 사전 유출 의혹 ▲준설토 헐값 매각 등 의혹 ▲왜관철교 붕괴, 구미 단수 등 사고 원인 ▲역행침식, 재퇴적 등 피해 ▲수질 오염, 조류 발생 등 식수 피해 등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직접 아랍에미리트까지 달려가서 이룬 원전수주 역시 ‘제2의 중동 붐’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현 정부가 국민 세금을 들여가며 남의 나라에 원전을 지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올해 초 UAE 원전수주를 둘러싼 이면계약 내용이 뒤늦게 공개됐다. 내용인즉 총 공사비의 절반가량인 100억 달러를 한국수출입은행이 해외에서 빌려 UAE에 대출해줄 경우,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 싼 이자로 대출해주는 역마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때문에 MB정부에 대해 말만 거창하고 결과는 없다는 비판이 가해졌다.

야당 측에서는 “이명박 정권이 요란 법석을 떨면서 홍보했던 UAE 원전수주는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 내기 위해 국민의 세금을 들여 외국에 원전을 지어주는 것이 되고 말았다”고 꼬집고 “날치기까지 해서 군대를 파병하더니 이제는 국민의 세금으로 돈까지 빌려줘야 한다는 사실에 과연 UAE 원전수주가 누구를 위한 수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MB정권의 종편 4개사 선정을 두고도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편은 선정부터 개국까지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애물단지였다. 특히 하나같이 보수성향의 재벌언론사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여당 내 미디어 전문가들까지 나서서 “모두 다 죽는 길”이라고 경고했음에도 정부는 지상파 방송에 필적하는 종편 선정을 밀어붙였다. 종편 강행을 두고 이 대통령이 친정부 성향으로 청와대를 대변하는 방송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의 목소리가 나온다.

꼬리를 무는 의혹
진실규명이 시급해

여당 관계자는 “야당 때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등을 겪으며 지상파 방송에 대한 피해의식이 커졌고, 현 정권 들어서도 광우병 쇠고기 파동을 겪으며 방송의 영향력에 대한 두려움도 커졌다”고 전했다. 특히 종편 선정 이후 케이블 방송 의무 재전송, 중간광고 및 24시간 방송 허용, 채널 안배 등 특혜성 지원이 잇따른 것 역시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이처럼 MB정권은 임기 전부터 각종 의혹으로 시작해 임기 말까지 따라붙는 ‘의혹의 산실’이 되고 있다. 각종 의혹은 시간이 지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며 더욱 짙어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사저문제로 야당이 검찰의 수사를 촉구하며 ‘재임 중 형사처벌이 예약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모를 당할 처지에 놓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의혹 하나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이유나 명분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임기 말 갖가지 의혹들이 더해지며 비난 여론과 민심이반 속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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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