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정동영의 불안한 ‘오월동주’ 행보

‘앙숙’마저 손잡게 한 ‘안풍’ 위력 “그대도 대권은 포기 못해”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쳤다. 특히 ‘한지붕 맞수’라 불리는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공동전선을 구축한 모양새다. ‘안풍’의 폭발력과 당 안팎의 공격에 두 사람 모두 입지가 좁아지자 급기야 손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모두 대권을 노리기에 그 연대가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안풍’ 파급력에 직격탄 맞은 손정 대권행 안개 속 국면
공방 일삼던 두 정적 뭉쳐…통합 올인해 위기 탈출 모색

현재 민주당에 위기감이 팽배하다. 날로 더해지는 ‘안풍’의 파급력이 민주당을 위협하면서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안풍을 등에 업은 무소속 박원순 시장에 밀리며 불임정당이라는 오명을 썼다.

재보선에서 야권단일후보의 승리를 위해 최전방에서 도왔음에도 “죽 쒀서 개줬다”는 비아냥이 돌아왔다. 게다가 당 내부에서 야권통합과 한미 FTA 처리에 따른 불협화음도 심각하다.

충돌 일삼던 손‧정
이제는 의기투합!

팽배해진 위기 속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뭉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상 그간 두 사람은 앙숙으로 불리며 요소요소마다 정면충돌하여 파열음을 빚어온 사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대북정책 기조를 놓고 ‘종북진보’라는 설전을 펼친 바 있다. 한 EU FTA 비준안 처리 과정에서 책임 공방을 벌였고, 대북정책과 ‘희망버스’ 탑승 문제를 놓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선방식을 놓고 충돌했다.

하지만 장외에서 안풍이 정치권을 강타하자 민주당의 입지가 좁아졌음은 물론 두 사람의 존재감도 상실됐다. 그야말로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것. 지난 427 재보선을 통해 손 대표의 지지율은 15%대까지 치솟으며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곧 ‘안풍’과 ‘문풍’의 파급력에 직격탄을 맞으며 손 대표의 지지율은 순식간에 반토막 났다.

지난 15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손 대표는 3.6%까지 폭락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도 밀려 5~7위권에 불과한 것. 정 최고위원 역시 지난 대선 후보였음을 무색케 할만큼 존재감이 상실되며 지지율 열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대권을 꿈꾸는 두 사람 모두 동반추락하며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연대를 구축해 위기상황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 이에 두 사람은 공동보조를 취하며 야권통합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두 사람의 본격적인 공조는 여야 원내대표 사이에 합의된 한미FTA 절충안에 대한 결사저지 태세에서 시작됐다. 손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에 FTA를 내걸고 국민의 뜻을 묻겠다”며 비준안 처리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 최고위원 역시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라는 독소조항을 걷어내야 한다”며 뜻을 같이 했다.

맞장구 친 손‧정
한목소리 나와 

이어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한미FTA 저지를 위한 야5당 대표 결의대회에 함께 참석하면서 연대를 과시했다. 민주당 온건파 의원들이 지난 8일 ISD 조항에 대한 새로운 절충안을 마련하고 당 전체 의원 87명 가운데 45명의 동의를 받았다.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두 사람의 ‘찰떡궁합’은 야권통합 논의에서 빛을 발했다. 손 대표는 지난 3일 연내 ‘민주진보 통합정당’ 건설 플랜을 발표한 데 이어 4일에는 12월18일 이전에 ‘원샷’ 통합 전당대회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일찍이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해 오던 정 최고위원도 이에  적극 동조했다.


당권 도전에 나서려는 김부겸박지원이종걸 의원 등이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주장하며 지도부를 비판했다. 게다가 지도부가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기득권 유지의 방편이라는 불만도 끊임없이 터져 나왔다.

이에 손 대표는 주초 ‘국회의원-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통합 전대와 관계없이 당헌 규정대로 다음달 18일 이전에 당 대표를 사임하고 그 이후 어떤 경우라도 당직을 맡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반발 진화에 나섰다.

이어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통합 전당대회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오는 20일 야권통합 연석회의 개최를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 이해찬 전 총리, 문(재인) 이사장,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 등이 모인 ‘혁신과 통합’은 이미 연석회의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등에도 손을 뻗은 상태이고, 야권통합 합류 여부를 기다리는 상태다. 때문에 야권통합 연석회의가 가동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손-정 연대’를 두고 현 상태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상승세를 꺾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두 사람의 의기투합을 불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1026 서울시장 선거 후 야권통합이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을 두 사람 모두 확인했다. 이에 통합이라는 당면과제를 양자 간의 협력을 통해 향후 재편될 정치지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국노총 100만 당원과 진보세력 연합하면 대권 탄력?
대권행은 단 한자리…두 잠룡의 의기투합은 연말까지만?

자신들이 주도해 야권통합에 나서지 않을 경우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 원장과 문 이사장 등 이른바 시민세력에게 ‘제3신당’ 창당의 빌미를 주거나 통합과정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은 최근 진보정당 및 새로운 세력들을 대통합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앞장서는 분위기다. 특히 FTA 투쟁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과 공조를 강화한 상태라 진보진영까지 포함하는 대통합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 최고위원은 일찍이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동현안에 발 벗고 나서는 등 민주당의 진보성을 보다 강력히 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며 진보정당과 양대 노총에서 진정성을 인정받아 왔다. 여기에 최근 손 대표도 정 최고위원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손 대표 역시 거리로 향해 FTA 반대투쟁에 나선 것.

손 대표는 아울러 정당 외로 눈길을 돌리며 한국노총에 적극 구애중이다. 특히 통합정당이 들어서면 한국노총 등 노동세력에 20명 이상의 공천을 검토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노총의 이용득 위원장 역시 야당 성향에 가깝고 통합정당 참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노총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과 정책연합을 했지만, 지난해 1월 한국노총 내부의 반발을 산 노동법 개정안 문제로 정책연대가 파기된 상태다. 이에 책임론으로 전 지도부가 물러나고 올해 1월 이 위원장이 당선됐다.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가 파기되면서 손 대표는 이 위원장 등 한국노총 지도부와 자주 만난 것으로 전해진다. 공식적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만 4~5차례라는 것.

게다가 손 대표와 한국노총의 인연은 각별하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이던 시절, 한국노총 경기지방본부는 손 당시 지사와 함께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를 뛰어 다녔다. 한국노총은 지난 4·27 분당 보궐선거 때도 손 대표를 공개적으로 지원했다. 한국노총은 특히 조합원이 100만명에 육박하는 거대조직이다. 손 대표에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단체인 셈이다.

정, 진보세력 껴안기
손, 한국노총 구애

그래서일까. 손 대표는 지난 7일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이 위원장과 오찬자리를 갖고 야권통합에 한국노총의 참여를 제안했다. 이 위원장은 “요청에 감사하다”며 “한국노총은 조직적 방침이 결정되고 100만 조합원들의 총의가 담긴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조심스러우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풍’의 직격탄에 이어 당 안팎의 풍랑을 만나 현재 한 배를 탄 손 대표와 정 최고위원. 두 사람의 행보에 당 내부에서는 비판이 거센 상태다. 두 사람의 연대가 통합에만 매몰돼 당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는 것. 게다가 손 대표의 본래 성향과 다르게 FTA 투쟁을 계기로 좌측으로의 이동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정권교체라는 통합의 총론은 같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두 사람의 최종 종착역이 ‘대권’으로 같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연대가 연말 통합정당이 들어설 때까지만 이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본격 내년 선거정국에 들어서면 숙명의 대결을 피할 길이 없다. 때문에 두 사람의 불안한 오월동주 행보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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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