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1500억 ‘통큰 기부’의 비밀 대해부

안철수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뭔가 있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무려 1500억을 쾌척했다. ‘통큰 기부’의 감동은 ‘안풍’의 파급력을 배가시키며 정치권을 다시 한 번 요동치게 만들었다. 그는 “오래 전부터 생각해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은 ‘안철수식 화법’으로 정치 출사표를 던진 것이라며 긴장하고 있다. 민심의 원동력인 ‘안철수 파워’에 정치권의 고민이 깊어지는 눈치다.

‘안철수 파워’ 원동력, 민심 다시 한 번 열렬한 환호
정치권의 ‘안철수 먼지털기’에 장외에서 선방 날렸나?

정치권 인사가 아니면서 요즘 정치권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현재 그가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가히 메가톤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의 영향력은 당초 4~5%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입증된 상태다. 이처럼 ‘안풍’의 파급력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그의 향후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모양새다.

안철수의 나눔문화
확산 기폭제 될까? 
 
그런 그가 최근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결정하며 정치권을 다시 뒤흔들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연구소 지분 37%의 절반(약 1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

안 원장은 이메일에서 ‘건강한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고 있고 꿈과 비전을 갖고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꿔야 할 젊은 세대들이 좌절하고 실의에 빠져 있다’며 ‘나눔의 실천이 절실한 때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양극화 현상으로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 서민층 자녀들의 교육 사업에 써 달라는 뜻을 전했다. 이어 안 원장은 ‘오늘의 제 작은 생각이 마중물이 되어 많은 분들의 동참이 있었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안 원장은 지난 1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순수한 기부임을 주장했다. 그는 정치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일절 함구했다.

안 원장의 기부는 열렬한 국민적 환호를 받고 있다. ‘가진 자의 것을 가지지 못한 자에게 나누어 준다’는 정치적 역할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자신의 것을 나누어 가지지 못한 자에게 베풂’으로써 진정한 지도자의 책임을 다한 것. ‘안철수 바람’이 거셀수록 기성 정치권은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 원장은 그간 ‘시골의사’로 불리는 박경철씨와 함께 전국 25개 지역을 돌며 ‘청춘콘서트’를 통해 대중과의 스킨십을 꾸준히 이어왔다. 안 원장의 이런 ‘소통’ ‘공감’ 행보와 박 서울시장에 대한 ‘아름다운 양보’ 등으로 ‘배려’의 이미지가 부각되며 민심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이번의 ‘통큰 기부’로 ‘헌신’ ‘나눔’이라는 기성 정치권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이미지를 구축하며 안 원장의 자산으로 형성됐다. 안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자연스럽게 지지율도 상승하고 있다.

<뉴시스>와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공동으로 시행한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와 관련한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은 33.7%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함께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양자대결에서는 안 교수가 47.9%, 박 전 대표가 42.0%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처럼 안 원장의 정치적 존재감은 더욱더 커진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은 안 원장의 기부를 반색하면서도 향후 그의 행보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치권의 ‘추석이 지나면 안풍이 끝날 것’이라는 예측과 다르게 이제 2012년 총·대선의 변수가 돼버린 상황에서 또 어떤 정치적 파장을 낳을지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특히 ‘제3당 창당설’ 등의 논의가 오가는 미묘한 시점에서 거액의 기부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존재감 부쩍 커진 안철수
촉각 곤두세운 정치권

안 원장이 극도로 경계했음에도 그의 사재출연이 정치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그의 이메일에서 ‘국가와 공적 영역의 고민’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기회를 보장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청소년’ 등의 표현에서 정치적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다. 정치활동의 준비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박 시장 지지선언 당시 ‘편지정치’를 구사한 점과 이번의 기부 역시 편지 형식을 빌렸다는 점에서 ‘안철수식 정치’ 행보라고 보고 있다. 또 안 원장의 통큰 기부로 국민적 기대감이 더욱 높아져 그의 정치적 행보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관측도 제기됐다.

정치권의 ‘안철수 먼지털기’에 대한 안 원장의 선제공격이라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대선에 뛰어들려면 정치권에 들어와서 검증을 받으라"는 식의 공세에 대한 선방이라는 것.

실제 이미 한나라당 강용석 의원은 ‘안철수 때리기’의 선봉장을 자처한 상태이다. 강 의원은 지난 15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그는 안철수연구소의 주가가 급등한 점을 지적하며 작전주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주식이 급등현상을 보일 때 연구소의 모든 임원들이 너도 나도 서둘러 주식을 판 것은 도덕적 논란거리라고 공격했다. 게다가 강 의원은 이번 주식급등의 수혜자는 몇 달 사이에 300억 이상의 차익을 올린 안철수연구소와 안 원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1500억 가량을 쾌척하며 오해와 불신을 씻어내고, 정치권의 공세를 장외에서 미리 차단했다는 얘기다.

안 원장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으로 MB정부를 겨냥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 정권 측근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가 봇물처럼 터지며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가 날로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차원 높은 지도자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함으로써 암묵적인 정권 심판 의도를 드러냈다는 견해다. 특히 지난 10·26 재보선에서 젊은층의 투표를 유도하며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했던 의도의 연장선상으로 보고 있다.

MB정권 권력형 비리 봇물…차원 높은 도덕성 선보여
정치권 ‘대선 출사표’로 해석…향후 행보 예의주시 

안 원장의 예상치 못한 통큰 기부를 지켜보는 여야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공식 논평조차 내지 못하는 등 적잖이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민주당은 “안 원장은 앞으로 정치를 하든 안하든 이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고 환영했다.

안 원장의 주가가 폭등하자 여야를 막론하고 ‘안철수 모시기’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15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안철수 원장이 꼭 민주당에 가야 할 고정적 이유는 없다. 한나라당이 노력을 안 해서 정치할 사람을 저쪽에 다 뺏기는 것은 안 된다”며 안 원장 영입을 적극 주장했다.

제3신당을 추진하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역시 안 원장의 합류를 기대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일부를 포함한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 이사장은 안 원장 측과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도 만나 창당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 역시 안 원장의 야권 통합 정당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문재인 혁신과 통합 상임대표는 “안철수 원장이 지금과 같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우리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적극 러브콜을 보냈다.


지지율 껑충 뛰며
안철수 모시기 경쟁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도 사저를 제외한 전 재산인 331억원을 내놓아 대통령의 기부라는 좋은 선례를 남겼다. 또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사재 2000억원을 출연해 아름다운 기부문화에 동참했다. 이 밖에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무려 5000억원이라는 기부를 해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보다 안 원장의 기부가 열렬하게 환영받는 이유는 그간의 쌓아온 행적과 맞물려 진실성이 묻어나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백신을 개발하여 무료로 나눠주는 등 사회에 헌신하는 공적 삶을 살았다.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과 도전정신, 게다가 높은 도덕성까지 겸비하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는 또 그동안 지속적인 강연을 통해 젊은이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희망을 심어주며 남다른 배려와 존중의 소통 방식으로 젊은 계층의 지지를 받아왔다.

이러한 안 원장의 행보는 기존 정당정치가 하지 못한 부분을 비정치권 인사인 그가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게다가 이번 기부로 안 원장은 기성 정치판을 더 세게 뒤흔들고 있는 것.

그간 사회지도층은 자신들 배불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었다. 정치권도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틀어지면 싸움판으로 몰고 갔고,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 폭탄은 부도덕성의 정점을 찍었다. 때문에 안 원장에게서 새로운 리더십을 맛본 국민들은 ‘안철수 파워’를 생산해냈다.

안 원장의 기부에 대한 해석이 어찌 됐든 간에 정치권이 쇄신에 힘을 쏟아야 할 이유다. 정치권에서 뼈를 깎는 반성과 변화로 희망의 싹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년 총‧대선에서 더 기대할 게 없게 된다. 본격 선거정국을 앞두고 정치권은 성난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절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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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