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갑질공방’ 신화의 더한 갑질 내막

당했다더니 뒤로는 더 하네

[일요시사 취재팀] 장지선 기자 = 갑을관계서 을은 약자로 인식된다. 그런 약자가 또 다른 을에게는 갑이 될 수 있다. 갑질 피해자가 동시에 가해자인 경우도 많다. 먹이사슬 가장 밑에 위치한 최약자들은 ‘을의 갑질’을 견뎌야 밥벌이가 가능하다. 상사의 횡포서 벗어나려면 직장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이들이 입을 열었다.
 

“대표님은 본인이 갑질을 당했다고 주장하는데, 왜 자기가 직원들한테 한 갑질은 생각 못하죠?” “직원을 본인 개인비서 정도로 생각했어요.” “TV에 나와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대표님을 보면서 어이가 없었어요.”(신화 전 직원들)

전북 전주 소재 육가공업체 신화의 전 직원들은 작심한 듯 이전 상사에 대해 성토했다. 신화를 그만둔 지 7∼8년이 넘은 직원들도 당시 일을 대부분 정확하게 기억했다.

롯데마트 납품
삽겹살 공방중

신화는 롯데마트의 이른바 ‘삼겹살 갑질’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업체다. 2012년 7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전국 롯데마트 매장에 돼지고기 등 육가공품을 납품했다. 롯데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호소 중이다. 2016년 1월 시사 프로그램서 이 문제를 다루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신화는 삼겹살 1㎏을 1만4500원에 납품할 때 롯데마트에는 ‘삼겹살데이’ 행사에 맞춰 9100원에 납품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졌다고 했다. 물류비와 판촉비, 삼겹살 절단 비용 등의 명목을 빼고 나면 1㎏당 6970원에 불과했다는 게 신화의 주장이다. 또 롯데마트가 각종 비용을 신화에 떠넘겼다고 했다.


2016년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간 신화는 롯데마트와 거래 과정서 출혈이 생겼고 그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윤모 신화 대표는 2016년 법원 지시로 외부 회계법인의 정밀감사를 받은 결과 롯데마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109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롯데마트는 신화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신화로부터 납품받은 돼지고기 부위별 1㎏당 평균 매입금액은 동종업체의 제조원가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신화의 ‘물류대행 수수료 떠넘기기’ 주장에 대해서는 계약 체결 시 규정됐고, 롯데마트가 파트너사 대신 각 점포까지 배송을 대행하기 때문에 운송수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삼겹살 갑질’ 피해 주장
직원들에 갑질 의혹 제기

2015년부터 현재까지 3년여간 공방을 벌인 롯데마트와 신화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2015년 11월 신화의 주장을 인정, 롯데마트에 48억1700만원 지급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롯데마트가 불복하면서 공정위 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공정위 전원회의서 재조사가 결정됐다. 롯데마트와 신화는 공정위 재조사 결과가 오는 10∼11월경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표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갑질 피해자가 가장 피해자 대접을 못 받는다. 대기업이 워낙 힘이 세고 절대적인 갑이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은 법무팀도 있고 대형로펌을 쓰는데 중소기업은 대표가 무너지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나는 투명하게 경영해 잘 입증했지만 아픈 사람들, 무너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갑질당한 중소기업 대표들에게 힘이 돼달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언론, 시민단체, 정당 등에 갑질 피해를 호소해온 윤 대표가 갑질 가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가 여직원들을 성추행하고, 직원들에게 아픈 그의 어머니 병수발을 들게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가해자?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전 직원 A씨는 “2010년 5∼6월경에 있던 일”이라고 운을 뗐다. A씨는 그 시기에 윤 대표가 불러 회의실에 갔다가 피곤하다며 다리와 팔을 주물러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씨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대표였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입장도 되지 않아 수치심을 참고 (다리와 팔을)주물러줬다”며 “그런 일이 몇 차례나 더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일을 겪은 건 A씨만이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다른 여직원들도 윤 대표에게 불려가 그의 다리와 팔을 주물렀다.

A씨는 2011년 7월경에도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윤 대표가 전화로 실험실에 오라고 해서 갔더니 ‘혹시 힘들지는 않은지, 애들은 학교에 잘 다니고 있는지’ 등의 개인적인 얘기를 물어 ‘어려운 일은 없다’고 답했다”며 “그 과정서 윤 대표가 손으로 허벅지를 더듬고 어깨에 손을 올리는 등 신체접촉을 해왔다. 몸을 비틀며 반항했더니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움켜쥐고 주무르기까지 했다”고 토로했다.

당시 A씨는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 그런 A씨에게 윤 대표는 ‘내가 보살펴주겠다’ ‘어려운 일 있으면 나에게 얘기해라’ ‘내가 회사의 오너다’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동료 여직원이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한 직후 회사를 그만두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직원이 자신도 윤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지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해온 것도 계기가 됐다.

A씨는 “당시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그렇고 이런 얘기(성추행 피해)를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여직원들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윤 대표를 용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화의 전 직원 B씨도 윤 대표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 경험을 폭로했다. B씨는 2011년 8월경 업무 관계로 매달 1회씩 출장을 가게 됐다. 윤 대표의 차로 ○○○ 이사, B씨 등 세 명이 함께 이동했다. 


일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할 때는 ○○○ 이사가 먼저 내리고 윤 대표와 B씨만 남았다.

B씨는 “○○○ 이사가 내리면 윤 대표가 운전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았는데, 운전을 하면서 손으로 허벅지를 계속 더듬었다”며 “‘나와 어머니에게 잘하면 더 좋은 자리를 주겠다’ ‘나는 이 회사의 오너다’ 등의 말을 하곤 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실험실로 불러 ‘좋아한다, 자고 싶다, 만나자’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신체접촉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회사를 그만둔 이후 윤 대표가 TV에 나와 본인이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말하는 모습을 봤다”며 “(윤 대표가)무릎을 꿇고 눈물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그에게 성추행을 당한 내 모습이 떠올라 화가 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화의 전 직원 C씨는 몇 차례에 걸쳐 윤 대표에게 여직원들에 대한 성추행을 그만두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직원들에게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C씨는 “윤 대표가 여직원들을 만지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며 “회사를 그만둔 이후에도 몇몇 여직원들이 울면서(성추행 피해를)호소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내가 오너”
상습적으로?

신화 전 직원들이 폭로한 윤 대표의 갑질 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윤 대표가 몸이 좋지 않은 모친의 병수발을 직원들에게 맡겼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오후에는 윤 대표 모친 집으로 출근해 병수발을 든 일종의 전담 직원도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신화서 일했던 복수의 직원들은 “D씨가 점심을 먹고 늘 윤 대표 모친의 집으로 갔다. 그러다 저녁 시간 쯤에 다시 회사로 돌아와 업무를 마무리하곤 했다”며 “그런 일이 1년 넘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D씨는 윤 대표 모친 집에 있던 간병인을 도와 병원에 가거나 잔심부름 등의 일을 했다. 윤 대표 모친의 말동무가 돼주기도 했다.

D씨는 “(윤 대표의)부탁일 수도 있고 지시일 수도 있다”며 “내가 벌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좋다 싫다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처음에는 한 두 달 정도로 생각했는데 1년 넘게 지속돼 힘들었다”며 “직장을 그만두게 된 이유에 그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여직원들도 윤 대표 모친의 집에 드나들었다. 

여직원 E씨는 “윤 대표는 ‘어머니가 적적해 하신다, 보고 싶어 하신다’라고 말하곤 했다”며 “그래도 대표의 말인데 안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퇴근 후에 가서 밤 10시 정도까지 말동무를 해드렸다”며 “1~2주에 한 번 정도 그렇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 정도로 그쳤지만 다른 여직원은 1주일에 2∼3번씩 방문한 걸로 안다”고 귀띔했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성추행에 어머니 병수발 의혹

윤 대표는 전 직원들이 제기한 갑질 의혹 제기에 펄쩍 뛰었다. 전 직원인 B씨와 법정공방을 치르는 과정서 해당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를 받았다는 주장이다. 윤 대표는 “B씨와 법적 다툼을 하는 동안 성추행 의혹과 어머니 병수발에 관련해 말이 나왔다”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거듭 말했다.

또 “자료도 다 가지고 있다. 이미 법원 판결이 나온 내용을 가지고 또 다시 문제를 제기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롯데마트와 3년여 간 다투고 있는 상황서, 내게 흠결이 있었다면 오히려 롯데서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으로도 나를 음해하는 말이 전해졌지만 다 소명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신화 전 직원 가운데 한 사람은 정의당을 찾아 윤 대표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의 반박에 대해 그와 소송을 벌인 B씨의 말을 들어봤다. B씨는 “그 소송은 투자금 회수 문제로 내가 윤 대표에 제기했던 것”이라며 “(윤 대표의) 성추행이나 그 외 갑질 의혹에 대해 소송을 건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표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몇몇 여직원들이 그를 고소하려 했으나 시간이 많이 지나 접수가 안됐다고 덧붙였다.

“당했다”
“무혐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민사 사건이든 형사 사건이든 법원은 소가 제기된 부분만 따진다”며 “고소인이나 피고소인이 법정서 진술한 내용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소당한 부분서 무혐의를 받았다고 해서 법정 진술한 내용까지 무혐의를 받았다고 보는 건 가당치 않고 면죄부 또한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화 대표 법인카드 남용 의혹 ‘회사 어려운데 카드 펑펑?’

롯데마트의 갑질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신화의 윤모 대표가 법인카드를 남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가 사적인 용도로 회사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신화 전 직원들에 따르면 윤 대표가 소유하고 있던 회사 법인카드는 전북체크카드 등 9개에 달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윤 대표는 회사 법인카드를 영화 관람비, 자녀의 휴대폰 요금, 안경 구입비, 약값 등에 사용했다.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는 회사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을 들키지 않기 위해 같은 날짜에 같은 물건을 2개 이상의 카드로 쪼개 결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회사가 경영상 어려운 상황서도 윤 대표의 돈 씀씀이는 상상을 초월했다”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이 같은 의혹 제기에 대해 “이 부분도 검찰에서 조사가 진행된 부분”이라며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신화 전 직원들은 윤 대표의 횡령·배임 등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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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