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선 막판 변수 ‘안철수 바람’

근혜가 뛰니 철수도 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불꽃 튀는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대첩’의 승리를 위해 유력 잠룡들까지 선거전에 뛰어들며 ‘대선 전초전’으로까지 여겨질 정도이다. 초반에 ‘안풍’이 불어 닥치며 여권에 위기감이 감돌자 ‘구원투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등 떠밀려 선거판에 뛰어들었고 판세는 역전됐다. 야권 역시 ‘박풍’의 효과가 반대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선거판으로 불러들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와 기싸움 이미 시작…장외대결 점화
안 “박원순 요청해 오면 지원 생각해 보겠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관심이 ‘박풍’과 ‘안풍’의 파괴력으로 옮겨 붙은 양상이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지원사격에 나선 박근혜 전 대표와 박원순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광효과가 얼마만큼 발휘될 것인지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 소식에 힘입어 나 후보가 부동의 1위를 지키던 박 후보를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 13일 10·26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선거 지원에 나섰다.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 지원유세 이후 처음으로 나 후보의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선거의 여왕’ 납시자
일거에 판세 역전?

그간 정치권은 ‘안철수 신드롬’이 불어 닥치며 크게 출렁거렸다. 이는 지난 4년 동안 줄곧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박근혜 대세론’을 순식간에 무너뜨리기까지 했다. 이러한 안 원장의 지지를 받은 야권의 박 후보는 삽시간에 10·26 서울시장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1위로 비약했고, 급기야 여권에 위기감을 안겼다. 이번 서울시장 재보선이 내년 총·대선의 바로미터라는 분석 때문이다.

가장 다급해진 건 박 전 대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수수방관할 경우 보수층의 이탈과 당 안팎의 비판에 직면하게 돼 이번 재보선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을 시작으로 재보선 ‘제2의 격돌지’인 부산을 찾아 동구청장 재선거 지원 유세 등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그간 친박계 인사들의 말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지원 의사를 알렸을 당시만 해도 나 후보에 대한 지원은 흉내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서울시장 보선 자체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박 전 대표이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봤던 것.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원유세 첫날부터 서울 금천·구로구 일대의 산업공단 등을 돌며 나 후보와 공동유세로 7시간 가까이 강행군을 펼쳤다. 금천·구로구는 서울 지역 중 한나라당 지지율이 가장 낮은 곳으로, 홍준표 대표 역시 이 일대에서 첫 유세를 벌이는 등 지지층 끌어안기에 주력했다.

지원유세 틈틈이
정책발언 쏟아내

박 전 대표는 유권자들 앞에서 나 후보를 일컬어 ‘우리 나경원 후보’라고 표현하며 적극적인 유세를 펼쳤다. 박 전 대표는 특히 나 후보의 경쟁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장애아동에 대해 힘썼던 따뜻한 마음이 있다”며 “서울시정도 따뜻한 마음으로 이끌 것이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특히 선거 지원유세 첫날 박 전 대표는 각종 정책발언들을 쏟아내며 집중조명을 받았다. 구직자와의 간담회에서 박 전 대표는 “일자리 문제는 공동체 전체의 행·불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라며 “복지의 핵심이 되는 것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자립과 자활을 위해 애쓰시는 분들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벤처기업인 간담회에선 “젊은 벤처인들이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는 또 “우선 집 구하기 어려운 분을 위해 다양한 공공주택을 지어 보급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집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금융권에서 목돈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학생 안철수 존경해…젊은층 폭발적 지지
막판 ‘박’ 지원 유세로 박빙의 판세 뒤집을까? 


중소기업과 대기업 상생 문제에 대해서도 “시급한 게 양극화와 중소기업·대기업,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라며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고 노력한 만큼 성과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성과공유제가 더 활성화되도록 하는 게 중소기업 돕는 길”이라며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적극적 지원유세와 맞물려 공개된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나 후보가 박 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나며 의미 있는 성적을 거뒀다. 지난 13일 ‘서울신문-엠브레인’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나 후보는 47.6%를 얻어 44.5%의 박 후보를 3.1%p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지난 3일 박 후보가 야권후보로 선출된 뒤 나 후보는 많게는 10%p 가량 뒤처져 왔지만 점차 격차를 줄여왔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지지율을 뒤집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박 전 대표의 지지 의사로 보수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여론조사에서 ‘이번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를 묻는 질문에는 박 후보가 44.1%로 37.5%의 나 후보를 6.6%p 앞섰다. 또 박 전 대표의 나 후보 지지선언 이후 지지후보를 바꾸었다는 응답자는 2.5%에 그쳤지만, 안 원장이 박 후보 지원에 나서면 지지후보를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6.6%나 됐다.

안철수 지원 여부에
세간의 관심 쏠려

게다가 ‘헤럴드경제-케이엠조사연구소’가 지난 11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박 전 대표와 안 원장이 지원에 나설 경우 나 후보 40.5%, 박 후보 49.9%로 격차가 9.4%p로 격차가 벌어진 바 있다.

이는 안 원장의 행보가 향후 나 후보 지지층의 표심을 흔들어 놓을 잠재력이 그만큼 더 높음을 의미한다. 때문에 시선은 자연스레 안 원장이 박 후보의 구원투수로 등판할지에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안 원장은 지원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에서 한국연구재단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 서울시장 보선 지원 여부에 대해 “제가 인문학은 아는데 정치 쪽은 잘 모른다”며 애매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앞서 안 원장은 박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다음날인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참 잘된 것 같다”며 간접적인 지지의사를 밝힌 바 있다.

안 원장은 지난 9일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의 저자사인회에서도 박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박 후보를 찍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당연하죠”라며 지금까지 한 발언 중 가장 강한 어조로 박 후보 지지 의사를 전달한 것. 이어 “박 후보가 도와달라고 요청하면 도울 의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언급해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여권은 병역문제와 대기업 기부금 등을 놓고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집중 공세를 가한데 이어 박 전 대표까지 적극 나서 지원하며 조직적으로 야권에 대응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전이 계속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박빙과 혼전 양상으로 진행되거나 박 후보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다면 안 원장 측에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 송호창 공동대변인은 “지금은 계획이 없지만 때가 되면 도움을 청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박풍 vs 안풍
정면 힘겨루기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지난 12일 저녁 한 언론사 주최의 특강에서 “무슨 일을 할 때 권유로 끌려나올 수 있지만 일단 끌려나오면 자기 뜻이 확고해져야 한다”며 “나라를 책임지고 싶으면 그것을 내놓고 보여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요구함과 동시에 코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 보선에서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박 후보로서도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아 보인다. 조만간 안 원장이 지원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다. 결국 이번 선거전은 중도층과 대학생들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꼽히며 젊은 층의 폭발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안 원장의 지원유세가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안 원장까지 나서서 박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를 펼친다면 서울시장 보선은 이른바 ‘안풍’과 ‘박풍’의 힘겨루기 대결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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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