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관설’ 북한 석탄 미스터리

분위기 좋은데…산통 깨지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국내에 수차례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논쟁은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정부로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은 유엔 결의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청와대와 정부 대응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일요시사>가 북한 석탄 반입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해빙기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일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전쟁 공포로 떨게 했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시작이었다. 이후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뒤늦게 드러난
몰래 반입 의혹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그 사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고 북한 내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를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처럼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진 않는다.

북한산(産)이라고 의심받는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은 이런 미묘한 정세 상황에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등 야당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유엔 결의안과도 관련된 사안이라 자칫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을 신경 쓰는 모양새다.

북한 석탄 의혹은 지난달 17일 처음 불거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환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6월 공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인용, “러시아 홀름스크항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 포항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

수정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와 토고 깃발을 달았던 유위안호는 지난 7월과 9월 사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과 청진항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향했다.

이후 홀름스크항에 하역된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 등에 옮겨 제3국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을 거친 석탄은 지난해 10월2일 스카이엔젤호가 인천에, 10월11일 리치 글로리호가 포항에 정박해 국내로 반입됐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반입 석탄
러시아산이냐 북한산이냐

문제는 북한산 석탄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오른 금지 품목이라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2371호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24일 대북 제재조치를 내놨다. 당시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산 석탄 역시 국내 반입이 금지됐다. 국내외 대북제재 조치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당초 스카이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 등 두 선박을 한국에 억류하지 않은 채 운항을 지속하게 한 것을 두고 ‘제재 위반 관여 선박이 입항할 시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 2397호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됐다.
 

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 포항, 평택 등 국내 항구에 입항한 선박은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호 등 총 8척, 반입 석탄량은 2만4000t에 달한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넘게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석연찮은 정부 대처가 꼽힌다. 먼저 정부가 국내로 반입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일 수 있다는 점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석탄을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남동발전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총 9700t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대북제재 결의안
우리 정부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소속 윤한홍 의원은 남동발전 제출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를 두고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에게 H사와 체결한 계약 관련 서류에 대한 제출 요구를 받았고 올해 6월 대구세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지난 3월 같은 회사에서 석탄을 들여왔다”며 “이를 볼 때 정부 차원의 방조 내지는 묵인 여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들여온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연탄 구매 입찰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는 주장이다. 또 석탄 반입이 국제입찰로 진행됐고 국제관행에 따라 산적돼 세관을 통과하는 등 정상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남동발전은 입찰 당시 석탄을 실제로 태워 ㎏당 약 6300㎉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낮아 발열량이 5000㎉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원산지를 굳이 의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석탄의 성분을 분석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8일 ‘북한산 의심 석탄 관련’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석탄을 분석해 발열량, 수분량 및 성분 등으로 유·무연탄 여부는 알 수 있지만 같은 산지나 탄광서도 분석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원산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에 대한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선박을)억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VOA 보도 이후 의혹이 커지자 당시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스카이엔젤호,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 9개월 동안 16차례 국내 항구로 입항했음에도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선박들을 억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외압설 제기
관세청 부인

지난 7일 북한 석탄 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벨리즈 선적 진룽호와 관련해 “북한산이 아닌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포항서 하역작업을 완료한 후 예정대로 8일에 나간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당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인 9월1일부터 현재까지 (진룽호가)국내 항구에 25회 자유롭게 입출항하는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안 조치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지난해 석탄 반입뿐만 아니라 이번의 석탄반입까지 합쳐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또 진룽호를 포함한 석탄 운반선 등 관계 선박들에 대한 압류, 검색, 나포 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치를 지체 없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의 제3국 경유 국내 입항 사례를 인지했다”며 “사건 인지 직후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해당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시작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검찰에 사건은 송치하는 시점에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정부 묵인했다”
정부 “미국과 문제없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바미당의 정부의 묵인설, 관세청 외압설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정부와 청와대가 남북대화에 목매는 상황서 북한산 석탄 반입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북한 정권 눈치 보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신보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10월경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도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는 등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10개월간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북한 석탄 수입 문제는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쉬쉬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묵인설, 관세청에 대한 함구령 등의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진실을 은폐할 목적이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관세청은 “외압 사실은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총 9건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혐의가 있는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무역 관련 서류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은 중요 피의자들이 그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어려운 조사 여건 속에서 다수의 피의자, 참고인 등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고 담당 검사의 보강수사 지시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며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로 검찰 송치에 앞서 그간의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나 대북제재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미 국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
이상 무?

앞서 미국 국무부는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를 신뢰하고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서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해상 이행에 있어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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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