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①말 많고 탈 많은 MB 사저 의혹 ‘넷’

앞에선 위풍당당 ‘도덕정부’ 뒤에선 은근슬쩍 ‘비리정부’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 자화자찬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퇴임 후 거처할 내곡동 사저부지 구입을 두고 갖가지 의문점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실명제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위반 등의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 지금껏 현 정권 실세들의 측근비리에 이어 이 대통령 본인마저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MB정부의 도덕성이 바닥을 치고 있다.

MB 퇴임 후 사저에 혈세투입 논란 ‘일파만파’
그린벨트 해제로 강남 노른자 땅…반값 구매


조용한 전원마을이던 내곡동은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후 전입이 예고되며 시끌시끌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 측의 내곡동 부지 매입과정에서 각종 위법논란이 불거져 후폭풍이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는 상태다. 내곡동 사저건립에 혈세투입 논란, 다운계약서 작성, 불법증여,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갖은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것. 이처럼 대통령 본인이 위법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며 현 정부의 ‘부도덕성의 결정판’이란 비판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구입에 혈세가 투입됐다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대통령 이 퇴임 후 거처할 내곡동 사저를 아들 시형씨의 명의로 매입하고, 대통령실은 경호시설 부지를 대량 매입했다. 현행법상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는 대통령 개인이 부담하고, 경호시설 부분에 대해서는 국가가 예산을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

내곡동 부지의
이상한 땅거래

하지만 사저 부지의 지분을 따져봤을 때, 시형씨는 토지를 공시지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대통령실은 공시지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드러난다. 결과적으로 사저 부지를 매입할 때 국민의 세금이 사용됐다는 주장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1일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공시시지가 보다 1억6697만원 싸게 사면서 대통령실은 31억8615만원이나 더 주고 샀다”며 “아들이 부담해야할 취득비용을 국민의 세금으로 대통령실이 부담해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형씨는 사저부지를 공시지가 12억8697만원보다 1억6697만원 싼 11억2000만원에 산 반면 대통령실이 매입한 총 9필지 토지의 실매입가는 42억8000만원으로 공시지가 10억9385만원의 4배에 가깝다.

이에 이 대변인은 “시형씨가 부담해야 할 사저 구입비용을 대통령실이 국가예산으로 일부 부담한 담합의 의혹이 짙다”며 “이는 국가예산에 손해를 끼친 것으로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결국 땅을 약간 더 싸게 사기 위해 엄연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질타했다.

게다가 공시지가보다 싼 거래로 ‘취득세’를 덜 내기 위해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즉 시형씨와 대통령실의 공동 명의로 되어 있는 20-30번지의 경우 시형씨는 공시지가 5364만원의 토지를 2200만원에, 20-36번지의 경우에도 시형씨는 공시지가 1억2513만원의 토지를 8025만원에 매입했다. 대통령실이 돈을 더 주고 구입한데 반해 시형씨는 땅을 ‘반값 구매’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사저를 당사자가 아닌 아들 명의로 거래가 이루어진 부분에서 ‘부동산실명제법 위반’과 ‘편법증여’ 논란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안전상의 문제로 아들 명의로 계약했으며, 이후 이 대통령 본인의 명의로 바꿀 계획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굳이 부동산실명제 위반소지 및 복잡한 세금 납부절차를 감수하면서 차명으로 산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내곡동 사랑
MB‧SD 형제

또 청와대는 시형씨가 산 땅값이 더 싼 점에 대해 그린벨트가 많이 포함돼 싸졌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시형씨와 대통령실이 공동 구입한 사저터 3필지 중에 1필지만 그린벨트”라며 “오히려 경호실 부지 6필지 중 5필지가 그린벨트여서 대통령실이 구입한 땅에 그린벨트가 더 많다”고 밝혀 청와대의 해명엔 의혹만 짙어졌다.

여기에 특혜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 대변인은 지난 10일 C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내곡동 땅에 대해 “(해당 부지는)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그린벨트가 해제된 곳”이라며 “땅값이 올라갈 가능성, 개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지역 부동산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지구단위 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을 앞두고 있어 땅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 역시 그린벨트가 해제됐다고 해서 순식간에 땅값이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땅값이 오른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다.

게다가 내곡동 인근 지역에 보금자리 개발 바람을 타려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더해져 대통령의 도덕성이 의심받고 있다. 또 전직 대통령의 사저가 들어설 경우 인근지역은 상당한 개발이익이 기대된다는 면에서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이 대통령 내곡동 사저 인근에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역시 약441평 정도의 땅을 소유하고 있는 점이 조명되고 있다.

이 의원이 올해 공개한 재산등록 내역을 보면, 이 의원은 내곡동 62-18번지부터 20번지까지 3필지 166㎡와 62-36번지부터 38번지까지의 3필지 1292㎡ 등 모두 1458㎡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재산등록 내역에는 이곳 땅의 지목은 모두 전(밭)으로 표기돼 있다. 등기부 등본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이 의원은 1979년 5월 이 일대 땅들을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 주인은 왜 개발 앞둔 황금땅 싸게 넘겼나?
선거가 코앞인데 도덕적 만신창이로 ‘민폐 MB’

또 개발을 앞두고 상황에서 황금땅을 매매한 전 주인의 정체에도 자연스레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전 주인이 단순한 건물 매도인이 아니라 현 정부와 친분 관계가 있는 주인으로 보는 시각이 제기된 것. 전 주인이 1984년부터 20년 넘게 소유한 땅이 개발을 앞두고 땅값이 천정부지로 솟을 수 있는 상황에서 쉽게 매매했다는 점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 의원 역시 이곳에 오래 전부터 땅을 갖고 있어 쉽게 친분관계를 다졌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건물은 전 주인이 정부 고위층 등을 상대로 영업을 하던 고급 한정식집 ‘수양’으로 알려져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 마을의 한 주민은 그곳에 대해 “이전에는 고급 한정식당이라 일반인들이 이용하기는 부담스러운 곳이다”며 “예약제로 운영된 것 같고, 주인이 마을사람들과 평소 친분이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내곡동 부지 구입을 위해 전 주인을 압박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현재 전 주인은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내곡동 사저에 대해 갖가지 논란이 확산 되자 집권 여당인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나서 지난 12일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경호동을 대폭 축소하도록 청와대에 요청했다”며 “사저 자체는 대통령 사비로 짓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경호동 문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질타하며 청와대와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경호용지를 다른 용도로 물색하거나 매각할 것임을 알렸고, 장남 명의로 산 내곡동 사저 땅에 대해 매수절차를 거쳐 즉시 대통령 명의로 옮기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혔다.

궁색한 변명에
비난여론 들끓어


이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므로 조그마한 허점도 남기면 안 된다”며 자신의 정권을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으로 규정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때만 되면 ‘공직기강을 바로 잡겠다’고 외쳤다. 게다가 지금껏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어 다른 정권과는 다르다고 자부해 왔다.

하지만 그간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비리 폭탄을 터뜨렸다. 여기에 이 대통령 본인마저 내곡동 사저구입을 두고 온갖 위법 의혹에 연루되며 현 정권의 도덕성이 만신창이가 됐다. 때문에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본격화하면서 ‘정권심판론’이 다시금 불거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내년 총‧대선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 정부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전망이며 국정 운영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때문에 청와대는 모든 의혹들에 대해 한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명쾌한 해명과 철저한 수습을 해야 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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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