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오락가락 행보’에 좌초 위기 민주당

갈 길 멀고 날 어두워지는데 선장은 꾸벅~꾸벅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문풍’ ‘안풍’에 이어 ‘박풍’까지 불어 닥치며 제1야당 민주당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장 재보선에서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가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민주당 후보 박영선 의원을 누른 것. 여기에 손학규 대표의 ‘사퇴 철회 파동’까지 더해져 민주당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 민주당은 “변해야 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향후 거센 변화와 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풍‧문풍‧박풍’에 제1야당 민주당 존재감 상실
젊은 계층 민주당 거부정서로 체질개선 불가피 

‘박원순 바람’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거셌다. 지난 3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후보 선출 투표에서 시민운동가 출신 박원순 후보가 당선된 것. 이에 당원들의 탄탄한 조직표를 앞세워 ‘박영선의 대역전극’을 기대했던 민주당은 맥없이 무너졌다.

책임론에 휩싸인 손학규 대표는 고심 끝에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고, 민주당은 요동쳤다. 그는 “경선에서 박 후보가 축복 속에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됐지만 60년 전통의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라며 “당 대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민주당의 혁신과 국민의 신뢰 회복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5일 의원총회에 참석한 65명의 의원들이 만장일치로 손 대표의 사퇴를 극구 만류하자 손 대표는 사퇴를 전격 철회했다. 이렇게 손 대표의 사퇴 파동은 단 하루 만의 해프닝으로 마감했지만 민주당은 만신창이가 된 모양새다.

탄탄한 조직력
‘민심’에 와르르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지적은 위기상황에서 대안능력이 없다는 점을 그대로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또 손 대표가 경선 패배 직후 비전제시를 하지 못한 점은 리더십 한계라는 지적이다. 사퇴 파동으로 갈지자(之)자 행보를 보인 손 대표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당이 재보선과 전당대회 등을 앞두고 정치적 임무가 막중한 상황에서 대표직을 사퇴했다 번복한 것은 책임감이 부족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이번 후보 단일화 경선을 통해 젊은 계층이 보수진영인 한나라당 못지않게 민주당에도 거부반응을 보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특히 젊은 계층이 시민후보에 열광하는 모습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필승을 장담하는 민주당에 크나큰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그간 민주당은 시민후보들에 의해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상실되었을 뿐 아니라, 당내 유력 대권주자인 손 대표에게도 치명상을 안겼기 때문이다. 얼마 전 ‘문재인안철수 돌풍’이 휘몰아치며 민주당의 유력 잠룡인 손 대표의 지지율은 한순간에 반토막 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여기에 최근 ‘박원순 쓰나미’까지 더해지며 민주당은 ‘제1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하는 불임정당’이라는 비아냥거림까지 듣게 된 상황이다.

그간 정치권은 시대착오적인 좌우 이념논쟁과 지역갈등을 부추기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끊이지 않는 권력형 비리는 정치 혐오증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들이 기존 정당정치에 혐오와 불신을 갖는 가장 큰 이유이다.

최근 부패하고 부조리한 정치판을 국민 스스로가 바꿔보자는 변화의 움직임이 일며 시대정신에 부합한 ‘제3의 인물’들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으로 받아들여진다. 

민주-진보 진영
힘 합쳐야 ‘필승’

비정치권 인사이지만 신선하다고 평가받는 시민후보들이 정계에서 거론될 때마다 국민 신뢰를 한몸에 받으며 ‘블랙홀’처럼 민심을 빨아들여 정국을 요동치게 만들었던 것.

특히 이러한 움직임은 비교적 진보 색채를 지닌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여서 유난히 야권이 타격을 많이 입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에 점점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민주당의 입장에선 체질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긴박했던 몇날며칠을 보내고 돌아온 손 대표도 “이대론 안 된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터. 전격적으로 재신임을 받으며 지도력을 확보한 손 대표는 앞으로 2개월 동안 당의 쇄신과 1026 서울시장 보선의 승리, 야권통합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하며 가장 먼저 강조한 것도 당 쇄신과 야권통합이었다. 심상치 않은 민심의 변화에 민주-진보 진영이 힘을 합쳐 승부를 펼쳐야 서울시장 보선부터 내년 총대선까지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때문에 꺼져가던 야권통합 전당대회의 불씨도 되살아나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지난 5일 사퇴철회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시대 민주당은 당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의 민주당만 보지 말고, 더 큰 시야로 민주당이 민주진보 진영 전체를 품어야 할 것이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뱉었다.

민주-진보측 통합정당 창당론 다시 고개 내밀어
‘사퇴 파동’ 손 서울시장 당선시켜야 상처 아물듯


그는 당초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도 “작은 민주당에 갇히고자 하지 않았다. 뼈저린 자기 성찰을 통해 더 큰 민주당으로 나가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6일 손 대표는 박 후보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에 형식적으로 입당하느냐 안하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편하게 생각하셔서 입당문제에 대해 박 후보를 해방 시켜주자는 생각이다”며 “우리는 박 후보가 더 큰 민주당의 후보라 생각하고, 서울시장 선거를 위해서 나를 비롯해 온 민주당이 몸을 바쳐서 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손 대표의 발언 역시 ‘야권단일후보’란 개념을 ‘대통합의 정신’에 입각해 정치적 공간을 민주당에서 벗어나 야권 진영 전체로 확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때문에 박 후보가 설령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민주당의 후보라고 생각하고 당 차원에서 총력 지원하겠다는 의지의 일단이다.

이처럼 손 대표가 야권통합에 두 팔을 걷어붙인 만큼 급속도로 긍정적 합의가 도출될 시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아닌 ‘민주-진보 진영의 창당대회’가 될 수 있다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손 대표는 사퇴 파동을 겪으며 대권레이스와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 이에 손 대표는 야권통합과 아울러 야권 진영의 박 변호사가 서울시장에 당선되어야 상처를 어느 정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 대표는 박 후보의 당선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지원유세를 벌일 것으로 보이며,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박 후보의 선대위원장을 자임할 방침이다. 박 후보는 손 대표와 만난 뒤 “(손 대표가) 그야말로 백지수표를 줬다”며 “(선대위가) 드림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박 후보의 선대위를 야당과 시민단체를 망라한 통합형으로 꾸릴 예정이다.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은 “야권 단일화 경선 합의문에 서명한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대표자들이 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뿐만 아니라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 시민사회 정당 대표자를 총망라하는 메머드급 선대위가 구성될 예정이라는 것.

범야권 선대위
잠룡 포진 ‘드림팀’

민주당 역시 당력을 모아 박 후보에게 선대위 인력 지원 등 서울시장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정장선 민주당 사무총장은 “박 후보 당선에 ‘올인’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야권으로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야권의 대통합 가능성과 대선주자들의 선거 경쟁력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손 대표는 꽤 오래 전부터 본인이 직접 전국을 돌며 새로운 인재 영입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가 발탁한 인재들이 대거 당으로 들어오면 이른바 ‘호남 물갈이’를 비롯해 인적 쇄신이 대대적으로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급작스럽게 사퇴의사를 밝히며 당을 ‘암초’ 인근으로 끌고 간 손 대표. 이에 ‘돌아온 선장’ 손 대표의 양어깨에는 좌초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구해내야 할 더욱 막중한 책무가 지워졌다.

결의에 찬 손 대표 역시 민주당의 거센 변화의 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과연 손 대표는 제1야당인 민주당의 자존심을 다시 회복하고 무난히 대권가도를 완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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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