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돈스코이호’ 신일그룹 대표 사기 판결문

보물선 발견했다더니…교도소에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사명을 바꾸고 간담회를 열어 적극 해명했지만 석연치 않다는 반응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주장한 신일그룹 유병기 대표가 사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판사 정우혁)은 지난 6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유 대표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유 대표는 이날 법정 구속됐다.

대박이냐 
신기루냐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유 대표는 2014년 상반기 무렵 중동 지역 사업가들과의 인맥·친분과 사업·근무 경험을 이용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중동 지역 진출 또는 중동 지역 기업들과의 공동사업 등을 주선하고 일이 성사되는 경우 그로 인해 창출된 이익의 일정 비율을 나눠주겠다고 피해자 A씨를 속여 투자금 1억5000만원을 챙겼다. 

유 대표는 A씨에게 한국 중소기업 운영자들을 소개해주고 그 활동에 드는 경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수료를 분배하기로 합의했으나 경비 지원금을 마련할 수 없었다. 이에 2014년 9월 여의도에 사업 추진을 위한 사무실을 개설한 후 직원들을 채용했다. 

유 대표는 직원들에게 투자를 받거나 투자유치를 받아오게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오히려 직원들의 반발을 산 유 대표는 사무실서 축출됐다. 


이후 유 대표는 당시 동거녀의 아버지 B씨에게도 손을 뻗쳤다. 

유 대표는 “사업을 위해 법인을 설립할 예정인데 전망이 밝아서 미리 그 지분을 확보하려는 투자 희망자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법인 설립 비용을 투자하면 지분을 확보하게 해주겠다”며 B씨를 설득했다. 

그는 동업자 신모씨를 대동해 신씨가 중동에 있는 세계적인 투자회사 회장의 양자이며, C호텔 지분 49%를 갖고 있는 유력인사라고 소개하며 투자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유 대표는 B씨에게 1억50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유 대표는 B씨에게 받은 돈을 중동 지역 사업가들의 항공료, 초청행사 개최비용 등에 사용했고 일부는 주거비용 등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 

유 대표는 실제 법인 설립에 대한 아무런 계획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 대표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돈을 대부분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용했다”며 편취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동사업 미끼 투자금 챙겨
징역 10개월 선고…복역 중


하지만 법원은 “당시 사업이 과연 성공해 법인 설립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법인을 설립할 구체적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다”며 “피해자에게 ‘전망이 밝고 법인이 곧 설립될 예정이라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거짓말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여러 증거들로 인해 입증됐기 때문에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유 대표가 경찰서 같은 취지로 자인했던 사실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끼쳤다. 

재판부는 “동종범죄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특히 당시 1억원에 이르는 차용금 편취 범행으로 기소돼 재판받던 중 도주해 지명수배된 상태였다”며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동거녀의 친척을 상대로 무려 1억5000만원을 편취하는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유 대표가 반성하는 빛이 보이지 않는 점, 이런저런 변명을 하며 그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한 점, 오랫동안 피해자 측의 연락을 회피한 점,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 의도적으로 여러 차례 선고기일과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아 재판절차의 진행을 진행시킨 점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신일그룹 관계자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신일그룹은 지난 15일 1905년 울릉도 근처서 침몰한 러시아 함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신일그룹과 관련 있다고 알려진 제일제강이 ‘보물선 테마주’가 돼 주가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석연찮은 해명
회사 이름 교체

하지만 돈스코이호 진실 여부, 소유권 문제, 인양에 따른 법적 문제, 신일그룹의 실체 등에 대한 많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신일그룹은 지난 26일, 오전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부터 새로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는 최용석 대표는 “현장 탐사원이 단단한 밧줄로 고정된 여러 개의 상자 묶음을 확인했다”며 “지금까지 자체 파악한 역사자료와 그동안 많은 업체가 돈스코이호 발견을 위해 많은 자본을 투입한 것 등으로 미루어 생각할 때 재산적 가치가 충분한 무언가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대표는 “신일그룹은 그간 의혹이 제기됐던 신일광채그룹·인일유토빌건설·제이앤유글로벌·신일골드코인 등과 전혀 다른 법인”이라며 “어떤 주주권의 관련도 없고, 순수하게 돈스코이호 탐사·발견·인양을 목적으로 설립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일그룹과 돈스코이호를 둘러싼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미 신일그룹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반응이 곳곳서 나오고 있다. 신일그룹은 이날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어 사명을 ‘신일해양기술주식회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또 신일골드코인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게시된 사진에는 이날 신일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회사 관계자들의 모습도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자 “유지범 회장이 탐사를 시작한 건 맞지만, 돈스코이호 인양을 시도하는 신일그룹은 순수하게 인양만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회사”라고했다. 

보물 있나 없나?
의혹은 그대로

그러면서 “이전 류상미 대표이사와 임원들, 이사회가 구성돼있었는데 신일그룹이 ‘사기꾼 집단’이 되는 형세다 보니 기존 이사회 구성원들이 굉장히 심적 부담을 느껴 돈스코이호를 발견한 것까지만 일한 것으로 하고, ‘1기 이사회’로 끝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결국 유지범 회장과 류상미 전 대표, 싱가포르 신일그룹, 신일골드코인 등이 현재의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과 관련이 없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법인만 놓고 보면 아무 관련이 없는 별도의 회사”라는 주장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코인 관련 논란이 모두 이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일 뿐이란 주장이라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 잘 몰라서 오해가 생긴 부분들을 앞으로는 시정하겠다.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 코인과 관련해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피해 구제 노력을 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금화·금기의 존재 여부와 가치에 대해서도 결과적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답만 내놨다. 

또 그동안 150조원이라는 말을 앞세워 홍보를 해왔지만 이날 간담회에선 “그간 기사들에서 ‘돈스코이호에 200t의 금괴가 있어 150조원’이라고 게재됐는데, 현재 1㎏ 당 약 5100만원의 금 시세로 환산해도 가치는 10조원”이라고 말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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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는 ”150조원이라는 금액이 어떻게 산출됐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과거 1999∼2003년 동아건설과 한국해양과학연구원이 공동으로 돈스코이호를 탐사할 때, 그때 이미 150조원의 가치라고 했고 어떤 신문은 160조라고도 했다”고 설명했다. 

또 “저희가 탐사를 계획하기 전부터 ‘돈스코이호 150조원 보물’이란 문구가 사용됐고, 공공기관서도 보물선이란 단어를 사용하였다는 일부 언론보도 및 추측성 자료에 따라 검증 없이 내용을 인용해 사용했던 것”이라며 “무책임한 인용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150조원이란 말을 쓰긴 했지만,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았고 현재도 150조원이라고 볼 수 있는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보물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주식)이 이를 인양할 수 있는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 역시 여전히 의문이다. 

신일그룹은 당장은 돈스코이호 인양에 필요한 돈은 300억원 정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발굴 허가를 받은 후 발굴 과정 중 유물, 금화 및 금괴의 발견 시 발굴을 직시 중단하고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한 후 10% 선에서 보증금을 추가 납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서도 신일그룹은 어떻게 돈을 마련하고, 어떤 자료를 보완해 정부의 허가를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최 대표는 “투자하겠다고 연락이 오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며 “저희가 온전하게 저희 힘으로 인양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했지만, 보물의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 등의 조사도 예정된 상황서 실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는 앞서 신일그룹이 제출한 매장물 발굴 신청서에 대해 보완을 요구했고, 서울남부지검도 신일그룹과 관련한 사기 혐의 고발사건을 접수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26일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일 그룹에 대한 사기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를 발표했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서울 남부지검이 신일그룹 경영진에 대한 사기 혐의 고발 사건을 수사 지휘함에 따라 고발인 조사와 함께 관련 자료 확보 및 분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을 사기혐의로 고발한 이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신일그룹이 최근 울릉도 앞바다서 발견했다고 전한 ‘돈스코이호’를 과거 자신들이 먼저 발견했다고 주장한 업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업체 측은 “(신일그룹이) 투자 사기가 의심된다”며 신일그룹 경영진을 고발했다. 

경찰·금감원 조사
희대의 사기극?

강서경찰서가 고발인 조사를 마치는 대로 신일그룹 경영진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가능성이 높다. 신일그룹은 경찰 조사뿐만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조사에도 응해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5일 신일그룹이 150조 상당의 금화, 금괴를 싣고 침몰한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직후, 제일제강 최대 주주가 신일그룹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제일제강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신일그룹에 대해 ‘제일제강 주가조작 가능성’ ‘신일그룹 투자금 모집의 적법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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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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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