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보물선’ 신일그룹의 실체

‘대박이냐 신기루냐’ 보물 찾는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수백조원 가치의 금화와 금괴가 실린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신일그룹에 대해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주장만 있을 뿐 배나 금괴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신일그룹이 설립된 지 50일밖에 안 된 신생회사인 것을 두고 실체가 불확실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갑자기 등장한 신일그룹의 본모습은 무엇일까?
 

지난 17일, 신일그룹은 150조원 규모의 보물이 실린 러시아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를 경북 울릉도 인근 해저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소식에 관련기업인 제일제강 주가가 이날 상한가로 치솟기도 했다.

금화와 금괴
가능한 이야기?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에 참여했다가 일본군 공격을 받고 울릉도 앞바다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배에는 현재 가치로 약 150조원의 금화와 금괴 약 5500상자(200여t)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신일그룹은 수년 전부터 돈스코이호 탐색에 나선 끝에 지난 15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서 돈스코이호 선체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오는 30일 울릉도서 인양한 유물과 잔해를 일부 공개하고 9∼10월쯤 본체를 인양할 계획이다. 

돈스코이호는 지난 2000년 동아건설로 인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동아건설이 보물선 실체를 확인했다고 알려지면서 2000년 12월15일 360원이던 동아건설 주가는 17일 후 3265원까지 폭등했다.


그러나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를 인양하지 못했고 유동성 위기로 2001년 3월 상장 폐지됐다. 고점에 주식을 산 소액주주들은 큰 피해를 봤다. 1980년대에는 도진실업이 배와 보물을 인양하기 위해 일본서 잠수정을 도입했지만 실패했다. 

신일그룹은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홈페이지에 고해상도 영상카메라로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체를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했다. 영상 속 선체의 꼬리 쪽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적혀 있다. 

영상을 본 일부 네티즌은 발견된 선박이 진짜 돈스코이호가 맞는지에 의혹을 제기했다. 제정 러시아 선박임에도 선박 명칭이 러시아어가 아닌 영어로 표기돼있다는 점 때문이다. 

신일그룹 측은 돈스코이호가 러시아어로도 적혀 있지만 식별이 불가능해 선명한 영어 표기만 공개했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전문가는 선박 명칭이 시대와 나라별로 다르게 표기돼 돈스코이호에 이름이 영어로 적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명 표기와 관련해 한국선급 관계자는 “선박 명칭 표기와 관련한 별도의 국제규정이나 관례가 없어 정확히 말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돈스코이호 발견한 신일…정체성 논란
법인설립 50여일 신생기업…인양 능력?

갑작스레 불어닥친 돈스코이호 열풍의 가장 큰 의문점은 금화와 금괴의 실존 여부다. 현재까지 이 배에 실제 금이 실렸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다만 러시아 대외비 문서, 돈스코이호 침몰을 목격한 울릉도 주민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추정할 뿐이다. 


신일그룹에 따르면 돈스코이호 내부에 있는 금화는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104.4t)의 약 2배 가까운 엄청난 양이다. 러일전쟁 당시 이 배에 연료, 식수, 보급품 구매와 수병 임금 지급을 위한 군자금이 실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식량과 포탄 적재가 우선인 무장 함선에 금화 200t을 싣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총배수량이 5800t에 불과한 작은 배에 200t 가까운 금화를 싣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는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 가치가 150조원 규모의 금화를 포함, 총 160조원가량이라고 주장하며 이 배를 담보로 암호화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화 존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며 200t의 금화가 있다고 해도 그 가치가 150조원에 못미칠 가능성이 높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금 시세는 4만5080원으로 200t의 금 가격은 약 9조160억원에 불과하다. 금화가 골동품의 가치를 인정받아 금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질 수 있지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서 그 가치를 담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이란 암호화폐를 발급해 인양 후 보물 가치의 10%인 15조원을 보유자들에게 이익배당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화의 실체가 없고 코인의 백서와 기술적 처리방식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스캠코인(사기코인)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배 담보로 
암호화페 사업

신일그룹은 지난 6월1일 자본금 1억원으로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류상미 대표를 비롯해 김필현·손상대·김해래씨가 주주로 등록돼있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1979년 설립된 신일건업을 모태로 한 글로벌 건설·해운·바이오·블록체인그룹”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 공식적으로 드러난 회사는 신일그룹,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 2개 회사뿐이다. 이 둘은 모두 올해 들어 설립됐다.  

신일그룹은 홈페이지서 계열사로 신일건설산업, 신일바이오로직스, 신일국제거래소, 신일골드코인 등이 있다고 밝히고 있으나 대부분 법인 등록이 돼있지 않다. 암호화폐 거래 사업을 하는 신일그룹 돈스코이호 국제거래소만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국에 등록돼있는데 이 역시 설립된 지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신일그룹 측은 “임원들이 개인적으로 인양 준비를 하던 2년 전 해양수산부에 매장물 발굴허가에 관해 문의한 결과 개인보다는 법인으로 진행하는 것이 낫겠다는 조언을 받아 법인을 설립한 것”이라며 “법인을 좀 더 일찍 설립하려고 했지만 5월에 추모제를 진행하다 보니 설립이 늦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시장에선 제일제강의 인수계약자가 신일그룹이 아닌 개인 2명이라는 점도 의아해하고 있다. 신일그룹이 이미 제일제강을 인수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두 사람은 계약금 18억5000만원만 납부한 상태다. 오는 9월12일까지 중도금·잔금을 납부해야 한다. 

지분 17%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185억원이다. 


이와 관련해 신일그룹 관계자는 “신일그룹은 관계사로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신일건업돈스코이국제거래소를 갖고 있으며 제일제강에 대한 (주식 양수도 계약) 잔금 처리가 끝나면 제일제강이 계열사로 들어오게 된다”며 “신일건업은 싱가포르 신일그룹과 관계된 곳으로 인양사업과는 별개의 기업”이라고 말했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던 제일제강은 18일 “신일그룹과 최대주주 관계가 아니며 보물선 사업과는 일체 관계가 없다”는 공시에 다시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경에는 3560원까지 추락했다. 

발굴보증금 
15조 있나?

아울러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인양할 자금을 충분히 보유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신일그룹 측의 주장대로 매장물 추정가액이 150조원이라면 15조원을 발굴보증금으로 미리 납부해야 한다. 

논란이 되는 발굴보증금에 대해 신일그룹은 150조원으로 추정되는 금괴 값의 10%가 아니라 돈스코이호의 철근값 12억원의 10%만 납부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금괴에 대한 이야기는 뉴욕타임스(NYT)의 보도 등으로 알려졌지만 금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배에 있는 금괴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철근값 12억원의 10%인 1억2000만원을 현금 또는 서울보증증권으로 납부해 매장물 발굴허가를 받은 뒤 발굴되는 금괴의 가치에 따라 다시 10%를 현금이나 서울보증증권으로 납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신일그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지난 1년여간 150조원의 금괴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갑자기 고철값만 내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태를 주시하던 금융 당국이 결국 ‘경고 주의’ 입장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울릉도 앞바다서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신일그룹과 관련해 코스닥 기업들이 주가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투자자 피해를 경고했다. 

금감원은 “보물선 인양 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 없이 풍문에만 의존해 투자할 경우 큰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이어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 또는 과장된 풍문을 유포하는 경우 불공정거래 행위로 형사처벌이나 과징금 부과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도 보물선 인양과 관련해 주가가 급등했던 회사가 자금난으로 파산하면서 투자자들 피해가 크게 발생했던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금괴 있나 “모든 의문점 밝히겠다”
동아건설과 소유권 분쟁 가능성도 

신일그룹이 ‘최초 발견자 권리’로 보물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가운데 동아건설이 “최초 발견자는 우리”라며 보물 소유권 분쟁에 나섰다. 

동아건설은 지난 19일 “돈스코이호는 2003년 우리가 발견했고, 그 사실은 당시 기자회견으로 대외에 공표했다”며 “포항 해양청에 허가를 받아 정상적인 루트로 해당 함선을 찾아낸 우리에게 최초 발견자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초 발견자가 법적으로 어떤 권한을 갖는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최근 신일그룹이 마치 침몰 113년 만에 최초로 발견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어 이 부분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동아건설은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으로 2000년 12월15일부터 이듬해 1월4일까지 주식시장서 17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기업의 상장폐지 후에도 해양연구원과 탐사를 이어가며 2003년 6월 ‘돈스코이호 추정 물체’를 발견했다고 기자회견을 했다. 
 

하지만 채권단 반대로 인양에는 나서지 못했고, 2014년 발굴 허가기간이 종료됐다.

동아건설 측은 신일그룹이 주장하고 있는 돈스코이호의 가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동아건설 측은 “우리는 돈스코이호에 금 500kg 정도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며 현재 가치로는 220억원 수준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 주장을 하지 않는 점을 들어 국내법상 인양 후 발견된 금화의 80%를 자신들이 소유할 수 있다는 게 신일그룹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다량의 금화가 발견될 경우 러시아 정부가 소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국제법에 따라 당사국 간 협의를 통해 소유권이 결정된다. 하지만 협의가 무산될 경우 국제재판소로 넘어간다. 돈스코이호가 ‘군(軍)함’이라는 점이 소유권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제강 관계는?
증폭되는 궁금증

돈스코이호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신일그룹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와 관련된 내외신 기자회견을 오는 25∼26일 열겠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에 대한 더욱 놀랄 만한 사실과 사진, 영상 등을 추가로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어떤 내용에 대해 이야기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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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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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