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무치’ 신원 황태자 복귀 논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23 09:50:23
  • 호수 1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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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 없었다는 듯 ‘회사로’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돌아왔다. 회삿돈 75억원을 빼돌려 주식으로 탕진한 혐의로 징역형을 산 신원 박정빈 부회장. 두 달 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그리고 회사로 돌아왔다. 뒷말이 무성하다. 
 

신원 박정빈 부회장이 지난 2일, 경영 일선에 공식적으로 복귀했다. 업계에선 박 부회장의 경영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횡령 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비리 경영인’으로 낙인이 찍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부회장은 이 같은 예상을 뒤집고 가석방 이후 두 달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왔다.

가석방 
두 달 만에…

박 부회장은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다. 가석방은 형기 종료 석방이 아니다. 가석방 기간을 경과할 때 형의 집행이 종료되며, 이 때문에 보호관찰 대상이다. 

박 부회장은 올해 10월 형기가 종료되지만, 지난 4월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7월인 현재 형기가 아직 3개월가량 남았다. 이 때문에 박 부회장의 이른 복귀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에선 “박 부회장은 경영 복귀가 아닌 자숙할 때다. 사실상 아직 형기가 끝나지 않은 상태서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회삿돈 빼돌려 감방 갔는데…
박정빈 부회장 경영일선 복귀

이 같은 지적에 신원 측은 박 부회장 복귀에 대해 ‘회사 의사결정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신원 관계자는 “부회장님이 복귀한 것은 맞다. 무급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며 “오랫동안 부회장이 부재한 탓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었다. 남북경협 등 하루빨리 해결할 현안이 있어 부회장이 생각보다 일찍 복귀했다”고 답했다. 

박 부회장은 출소 후 지난 2일 신원 사내서 주최하는 예배에 참석해 석방 이후 처음으로 임직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박 부회장은 그동안에 소회를 담은 편지를 임직원들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다음은 박 부회장의 편지 일부다. 
 

‘27개월 만에 월요 예배를 통해 신원 가족 분들의 얼굴을 뵈어서 너무나 감격스럽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신원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신원 가족을 재회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년여 시간 동안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반백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의 최근 5년은 뼈아프게도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였습니다. 저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모든 신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게 하였습니다.’

박 부회장이 어떤 ‘불찰’과 ‘그릇된 판단’으로 신원 임직원에게 고통을 주었던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부회장은 신원의 설립자 박성철 회장의 차남이다. 유력한 차기 신원 후계자였지만, 2015년 11월27일 법원은 회사돈 75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경범상 횡령)로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비리 직원은 
재취업 불가능

박 부회장은 회사자금 47억원을 가져다가 주식 투자를 했고, 이후 또다시 28억원을 횡령했다. 이 과정서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허위 문서까지 만든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신원그룹 후계자 지위를 이용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회사자금 75억원을 횡령해 죄질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이어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해 구속한다”며 법정 구속했다. 

2016년 5월20일 고등법원서도 박 부회장의 유죄를 인정했다. 다만 형은 1심보다 낮춰진 2년6개월이 선고됐다. 그해 10월13일 대법원에선 박 부회장의 상고를 기각하면서 최종 유죄확정 판결이 확정됐다. 

박 부회장이 신원의 자기자본 4.06%에 달하는 금액(75억7800만원)을 개인 투자 목적으로 횡령했던 만큼 죄질이 좋지 않다는 게 재판부의 공통된 판단이었다. 박 부회장에게는 확실히 ‘잃어버린 5년’이었다. 
 

이외에도 아버지 박 회장도 같은 시기 파산·회생절차서 300억원대 재산을 숨기고 빚을 탕감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은 사기(특경범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상고심에서 징역 4년 벌금 3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은 “파산·회생 제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신뢰를 뒤흔든 행태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박 회장에 대해 징역 6년과 벌금 50억원을, 박 부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형기 끝나지도 않았는데…
뭐가 그리 급해 서둘렀나

2심은 법리 적용이 잘못됐다는 이유로 박 부회장만 징역 2년6개월로 감형했고, 대법원서 그대로 확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박 회장의 사기 회생 혐의 일부에 대한 심리가 다시 필요하다고 보고 파기환송했다. 

2006년 4월 채무자회생법 시행 전후의 행위를 포괄해서 유죄로 볼 것이 아니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는 게 이유였다. 파기환송심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했고, 5번 재판 끝에 대법원은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매듭지었다. 

현재 박 회장은 교도소 수감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신원 역시 ‘잃어버린 5년’을 보냈다. 오너 부자가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돌연히 전문경영인 체제였던 신원의 경영권이 박 회장의 삼남 박정주 대표이사에게 넘어갔다. 
 


업계에선 도의적인 논란이 일었다. 박 회장이 구속된 이후 회사를 지키기 위해 아들을 회사 대표직에 앉힌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신원은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3년간 유지하며 꾸준히 실적이 개선되던 중이었다. 

오너가 모두 비리에 연루된 상황서 또 다른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긴 셈이다.

박 대표의 경영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오너 일가 비리로 대대적인 검찰 수사를 받던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신원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현격하게 악화됐다. 특히 박 대표가 경영권을 거머쥔 2016년부터 당기순이익은 바닥을 쳤다. 

임직원에 돌린
이상한 이메일

전문경영인체제였던 2015년은 영업이익 142억원, 당기순이익 93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2016년 영업이익 139억800만원, 당기순이익 -49억5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의 실적은 더욱 처참하다. 영업이익 12억5000만원, 당기순이익 -83억9000만원으로 계속 사업 이익 등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때 이른 복귀로 신원은 족벌 경영의 굴레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 박 부회장 말대로 ‘어려운 터널’을 나올지, 더 깊이 들어갈지는 지켜볼 일이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신원 박정빈 부회장이 임직원에 보낸 메일 전문

안녕하십니까? 신원 박정빈 부회장입니다.

27개월 만에 월요 예배를 통해 신원 가족 분 들의 얼굴을 뵈서 너무나 감격스럽고 만감이 교차 했습니다. 신원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신원 가족을 재회 할 수 있는 이 시간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년여 시간 동안 묵묵히 책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반 백 년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원의 최근 5년은 뼈 아프게도 ‘잃어버린 5년’이었습니다. 이것은 모두 저의 불찰이었고 부덕의 소치였습니다. 저의 그릇된 판단과 결정으로 모든 신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고통을 주었고, 어려운 터널을 지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께서 여러 가지 비젼으로 무장케 해주셨고, 그 비젼 들이 단순한 꿈으로 그치지 않도록 여러분과 나누고 공유해서 하나씩 실행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5년을 반드시 찾도록 하겠습니다. 서두르진 않겠지만 절대 머뭇거리거나 주저하진 않겠습니다. 저부터 환골탈태 하겠습니다.

몸 안에 흐르는 피를 모두 바꾼다는 마음으로 뼈아픈 고통을 수반한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어제의 장점이 오늘의 단점이 될 수 있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바뀌지 않는다면 자멸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임직원 모두가 각자의 업무에 임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신원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힘은 신원에 속해 있는 우리 신원 가족들의 힘일 것입니다.  

우리들의 힘이 한 방향으로 모아져야만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낙오자 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응집된 힘들이 초인적인 역량을 발휘 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힘을 모아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저의 공백에도 소임을 다해주신 신원 가족 여러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며, 저 또한 부채의식을 가지고 신원을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를 만드는데 모든걸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7월 2일     

㈜신원 박정빈 부회장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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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