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도매법인 ‘빅4 대해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6.25 10:12:01
  • 호수 11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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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야채장사로 떼돈 번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서 농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5개 도매시장법인이 위탁수수료 등을 담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그런데 철퇴를 맞은 도매시장법인 4곳이 농수산 사업과 관계가 없는 대기업 계열사다. 수년 전부터 가락시장에 들어와 공공성을 흐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6년간 서울 가락농수산물시장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위탁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담합해 하역비를 농민들에게 떠넘긴 도매법인 4곳에 116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국청과·중앙청과·동화청과·서울청과·대아청과 등 가락농수산물시장 내 5개 농산물 도매법인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가락시장 
쥐락펴락 

다만, 공정위는 대아청과가 2004년 2월 1일자로 거래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약 80%) 무, 배추, 양배추 품목에 대해 위탁수수료를 달리 정해 해당 합의를 파기한 것으로 판단했다. 대아청과의 공동행위 종기일이 2004년 1월31일이며 종기일 기준 처분시효인 5년이 지나 해당법인에는 별도의 조치가 부과되지 않았다.

이들 도매법인은 하역비를 도매법인이 부담하도록 2002년 법이 개정되자, 출하자로부터 받는 위탁수수료에 하역비를 얹는 방식으로 법 개정 취지를 비켜갔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도매법인 대표들은 회의실에 모여 ‘거래 금액의 4%+정액 표준하역비’를 위탁수수료로 부과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3년마다 표준하역비를 5~7%씩 인상하면서 인상분을 위탁수수료에 반영했다. 가락시장 거래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농민들의 부담은 해마다 늘어난 반면 도매법인들의 이익은 계속 증가하는 불합리한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다.
 


서울가락 도매시장은 전국 48개 도매시장 중 국내 최대 규모의 도매시장이다. 현재 서울가락 도매시장 청과부류에는 농협가락공판장, 대아청과, 동화청과, 서울청과, 중앙청과, 한국청과 등 6개 도매시장법인이 있다. 

이들 도매법인 거래 금액은 2003년 2조1173억원서 2016년 3조7648억원으로 증가했다. 2016년 기간 동안 서울가락 도매시장서 도매법인들과 거래한 출하자 수는 26만여명이다. 

중앙청과·서울청과·한국청과·동화청과 
위탁수수료 담합해 116억원 과징금 부과 

도매법인은 농민 등 출하자를 대신해 농산물을 위탁 판매하는 유통업계의 큰손이다. 

가락농수산물시장의 한 중도매인은 “도매법인은 공영시장이기 때문에 정부 허가가 있어야 한다. 독과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대단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공공성을 띠어야 할 도매법인들이 대부분 농수산 사업과 아무 관련 없는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가락농수산물시장의 도매법인들은 20념 넘게 신규 사업자 없이 영업 중이다. 이번에 과징금을 받은 4개 도매법인은 중 3개는 대기업 계열사다. 이들은 매년 20% 안팎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다.

[중앙청과] 


중앙청과는 32억24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태평양그룹 창업주 고 서성환 회장의 장남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친형이기도 하다. 

중앙청과는 1989년 3월9일에 설립됐으며 서 회장이 지분 60%, 태평양개발이 40%를 보유 중이다. 사실상 서 회장이 100%를 가진 셈이다. 2008년 경남기업으로부터 중앙청과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자본금 82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356억원, 영업이익 7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62억원으로 이중 22억원가량이 배당금으로 쓰였다. 당기순이익의 3분의 1이 서 회장 곳간으로 들어간 셈이다. 

서 회장은 고려대 경영학과와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을 나왔으며 1982년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다. 태평양은 1970~1980년대 화장품 뿐 아니라 금융, 전자, 금속 등 기업을 인수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 1990년대 초에는 계열사가 25개에 달했다. 

1992년 폐암수술을 받고 병상에 누운 서 창업주는 장남인 서영배 회장에게 건설과 증권, 보험, 금속 등 굵직한 사업을 물려줬다. 

서 회장은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BVI)에 재산을 은닉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2016년 4월 <뉴스타파>는 파나마 법률회사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유출 문서 분석 결과 서 회장의 아들과 딸 명의의 페이퍼컴퍼니 2곳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들 남매는 차명을 통해 자금을 관리하거나 증여·상속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운영한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청과]

서울청과는 21억4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서울청과는 제철, 제강 및 합금철 제조업체인 고려제강이 100% 소유하고 있다. 

서울청과는 1977년 5월31일부터 고려제강의 지분 참여로 시작됐다. 1985년 3월 정부는 서울청과를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으로 지정했다. 당시 고려제강은 대주주로 자본금 15억원을 출자했다. 

2005년 서울청과 주식 33만주를 취득, 94억원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서울청과는 자본금 9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345억원 영업이익 60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 48억원이며, 이중 14억원을 고려제강에 배당했다. 
 

고려제강 최대주주는 홍영철 회장이다. 일찍히 창업주이자 아버지인 홍종열 명예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탄탄한 지배력을 구축했다. 홍 회장 개인 지분율은 18.48% 수준이다. 하지만 특수관계자 지분을 더하면 지배력이 68.44%까지 올라간다. 


막강한 지배력의 근간은 가족회사들이다. 2·3대 주주인 키스와이어홀딩스(17,33%)와 석천(16.1%)은 모두 홍 회장 일가 가족회사다. 여기에 또 다른 가족회사인 홍덕 (1.23%) 보유 주식까지 더하면 가족회사 보유분만 34.6%가 넘는다.

[동화청과]

동화청과는 23억57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한일시멘트 계열사인 서울랜드가 73.95%를 소유하고 있다. 한일시멘트는 서울랜드 주식 86%를 보유한 대주주다. 한일시멘트는  레미콘, 레미탈 제조, 수출, 부원료 수입 및 폐기물 처리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동화청과는 1977년 6월 25일에 농산물 수탁판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1985년 6월 서울특별시로부터 지정도매법인으로 지정받았다. 2011년 동부그룹의 계열사인 동부팜한농은 동화청과를 인수했다. 

농민 울린 가락시장 도매상 4곳
과일·채소 팔아 돈 버는 대기업

동부팜한농의 인수를 계기로 모기업의 이름을 딴 동부팜청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당시 동부팜한농은 동화청과 전체 지분 가운데 65%를 보유했다. 나머지 35%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팜한농 부장과 장녀 주원씨 등이 지분의 25%와 10%를 각각 갖고 있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2016년 경영난으로 동화청과를 서울랜드에 매각했다. 서울랜드는 인수자금 597억원으로 동화청과 지분 73.86%를 취득했다. 동화청과는 서울랜드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자본금 50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37억원, 영억이익 53억원을 달성했다. 당기순이익 41억원을 기록했지만, 배당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랜드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4억원으로 적자였다. 이런 점을 본다면 동화청과가 서울랜드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국청과]

한국청과는 38억91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기업인수 및 구조조정과 경영컨설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더코리아홀딩스가 9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더코리아홀딩스의 오너는 박상헌 한국청과 대표이사다. 
 

1979년 1월 설립돼 농산물 수탁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본금 11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 320억원, 영업이익 54억900만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42억원으로, 지난해 더코리아홀딩스에 48억원을 배당했다. 이는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고배당이다. 고스란히 박 대표가 가져가는 셈이다. 

이처럼 철강, 건설, 금융 등 농수산물과는 무관한 기업들 청과물시장서 도매사업을 벌이며 수년간 수백억원 수익을 거두고 있다. 공정위 역시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도매법인들의 시장 개설과 운영을 포함한 도매시장 제도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독과점 지위 
수익만 챙겨

이를 위해 ▲도매시장내 도매법인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을 위해 도매법인 신규 지정 및 재심사 등과 관련된 제도의 개선 ▲위탁수수료 관련 담합방지 및 출하자 보호를 위해 위탁수수료 산정방식 등에 대해 구체적(품목별) 산정기준 마련 ▲도매법인들의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도매법인들의 경영정보에 대한 시장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 등의 제도개선 등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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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