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 회장 경영능력-상인 내몰기 연관론

회장님 ‘펑크’ 낸 실적 메우려 ‘한솥밥’ 상인들 거리로?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롯데백화점의 입점상인 내몰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구리점의 상인들은 최근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고 안산점과 부천점은 이미 상점을 비웠다. 앞서 퇴점 요구를 받은 잠실점 상인들은 막 거리로 내몰릴 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그런데, 롯데가 이 같은 일을 벌이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연관성을 찾기 어려운 두 사안의 꼭짓점은 대체 뭘까.

잠실점, 구리점, 안산점, 부천점 등 전방위적 확산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

지난 19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에서 입점상인들의 비상대책회의가 열렸다. 지난 2일 롯데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가 도화선이 됐다. 롯데는 8월말까지 점포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보상금은 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권리금과 인테리어 등에 적잖은 돈을 투자한 상인들로선 황당할 수밖에 없는 얘기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상인들의 사연은 절절했다. 회전초밥집을 운영하는 김모씨가 특히 그랬다. 그는 롯데와 질긴 ‘악연’으로 엮여 있었다. 김씨는 과거 잠실 롯데 푸드코트에서 중식집을 운영하다 지난 2006년 리뉴얼을 이유로 장사를 접어야 했다. 그는 4억원을 대출받아 당시 GS백화점에 새 가게를 열었다. 인테리어에 들인 돈 3억원을 포함해 모두 5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처음엔 장밋빛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롯데가 GS백화점을 인수하면서 암운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장밋빛 미래
꿈꾸다 빚만

우선 리뉴얼 공사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 그 사이 대출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돌려막기’를 위해 또 다른 대출에 손을 댔지만 4억원의 대출이자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빚은 속수무책으로 늘어갔다. 이 가운데 롯데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이때가 장사를 시작한지 불과 3년. 김씨가 롯데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은 보증금 1억원이 전부였다. 새 점포를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결국 김씨는 잘나가는 일식집 사장에서 길거리에 내몰릴 신세가 됐다. 김씨는 “큰돈을 들여 가게를 오픈했는데 본전은커녕 쫄딱 망하게 생겼다”며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횡포”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커리집을 운영하는 이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리뉴얼 공사로 손님의 발길이 끊긴데다 퇴점 당한다는 소문이 퍼져 직원을 구할 수도 없다. 상가를 나와도 별다른 방도가 없다. 이씨 역시 빚을 안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기만 하다. 

이씨는 롯데에 항의를 했지만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싸늘한 답변만 돌아왔다.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을 자랑하듯 말하는 롯데의 태도에 이씨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참다못한 이곳 상인들은 비대위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섰다. 그제야 롯데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롯데는 우선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그러나 상인들에 따르면 이미 모든 지점에 대한 계약이 완료돼 있는 상태다. 일방 퇴출이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한 롯데의 ‘액션’이라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비대위의 반발이 거세지자 롯데는 “롯데의 콘셉트에 맞게 리뉴얼을 하면 계속 장사하게 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러나 이곳 상가의 인테리어 공사는 불과 3~4년 전에 시행됐다. 모든 상점이 한눈에 봐도 새가게처럼 깨끗하다. 인테리어를 새로 하는데 드는 비용은 어림잡아 3억원 정도. 결국 롯데의 제안은 실현 불가능하고 진정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대책회의에는 구리점 상인들 외에 잠실점 비대위의 김성협 사무총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공동으로 향후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김 총장에 따르면 사실 구리점의 사정은 잠실점보다 낫다. 잠실점의 경우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제소 전 화해란 임대인과 임차인이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법원에서 판결을 받아두는 것을 말한다. 화해조서는 대법원의 판결과 같은 강력한 효력을 가진다. 화해가 이루어지면 임대인은 계약이 끝난 후부터 임차인을 임의대로 할 수 있는 법적인 정당성을 갖게 된다.

구리점 역시 지난 5·6·7월 세 달에 걸쳐 제소 전 화해 조항에 사인을 요구 받았다. 그러나 잠실점에 자문을 구하면서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은 임대인들이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는 제도다. 상인들은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게 보통이다. 따라서 건물주가 재계약을 빌미로 화해조서를 요구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잠실점 역시 이 수법에 당했다. 지난 2009년 재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임대차계약을 중도에 해지할 수 있고, 상인들은 어떠한 금전적 청구도 하지 못한다는 내용의 제소 전 화해 조항 요구에 동의했다. 상인들은 계약서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롯데의 으름장 때문이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대해서 무지했던 점도 작용했다.

제소 전 화해
조항에 발목

무엇보다 롯데를 믿었기 때문에 서명란에 이름을 적었다. 롯데월드는 인명사고로 6개월 동안 롯데월드가 문을 닫는 등 위기 때만 되면 “곧 매출이 오를 것”이라며 “조금만 같이 힘내자”라고 다독였다. 그동안 상인들은 롯데를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여겨 왔다. 롯데가 자신들을 거리로 내몰 것이라곤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롯데는 이 같은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했다. 정해진 날짜가 되자 거침없이 철거작업을 추진했다. 가장 먼저 풍랑에 휩쓸린 건 1층과 지하를 연결하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자리에 있는 상점들이었다. 4명의 상인들은 2009년 12월까지 가게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았다. 안 나가고 버텨봤지만 소용없었다. 롯데는 지난 5월초 퇴점 요구를 거부한 식당 중 한 곳에 직원과 용역 30여명을 투입해 집기를 빼고 문을 걸어 잠갔다. 이곳 주인 안모씨가 출근하기도 전인 오전 7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인근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항의해도 “롯데는 보상해준 전례가 없다”는 말만
신 회장 경력능력 부재에 실적 하락…“메우려고?”


안씨는 지난 1995년부터 15년째 장사를 해왔다.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 대다수는 롯데월드가 완공된 1989년 7월부터 10평 내외의 매장을 분양 받아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식으로 20년 넘게 생계를 꾸려왔다. 롯데와 상인들의 20여년 ‘동거’는 롯데의 ‘과욕’에 의해 깨지게 됐다. 지하 식당가에서 쫓겨나게 될 경우 상인들은 그동안 투자한 권리금은 물론 인테리어 비용까지 수억원을 잃게 된다.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 자체를 위협받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이에 상인들은 롯데에 공사 기간 중 대체 매장을 마련해주고, 공사 이후에는 재입점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롯데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대신 제소 전 화해 조항을 얼굴 앞에 들이밀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잠실점과 구리점 상인들은 9월 중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은 절대 물러날 수 없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보상은 물론 제2, 3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걸 막겠다는 생각에서다.

이 같은 비대위의 움직임을 눈여겨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안산점과 부천점 상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이미 가게를 비운 상태다. 롯데의 협박과 기다리면 연락을 주겠다는 회유에 넘어간 것이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은 만일 비대위 활동으로 보상이 이뤄질 경우 자신들에게 같은 규모의 보상금이 주어질 것으로 기대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위에 따르면 롯데의 입장은 완강하다. 한 푼도 내줄 수 없다는 최초 입장엔 흔들림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롯데가 상인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같은 일을 벌이고 있는 건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때문이다. 세 들어 있는 점포를 정리하고 직접 관리·운영해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선 롯데의 상인 밀어내기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의 경영능력 부재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인들을 거리로 내몬다는 것이다. 다소 억지스런 이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건 그 동안 신 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심심찮게 제기돼 온 때문이다.

2006년 신 회장이 롯데쇼핑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한 이후 줄곧 1위를 지켜오던 롯데백화점이 신세계에 밀렸다. 신 회장이 주도한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은 여전히 나란히 업계 하위권을 밑도는 실적을 거뒀다. 명품 아울렛 사업도 신세계에 현저히 밀려있는 상황이다.

회장에 취임한 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롯데쇼핑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각각 5조3673억원, 4368억원, 3011억원으로 전기대비 2.4%, 2.5%, 11.9% 감소했다. 주요사업인 백화점 사업부진이 영업이익 하락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사업다각화, 시너지효과를 위해 시도했던 기업인수합병은 줄줄이 실패했다. 이 쯤 되니 신 회장의 경영능력과 상인 내몰기가 마냥 무관하지만은 않다는 지적이다.

존경 받는 기업?
질타 받는 기업!

물론 이 주장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롯데가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신 회장이 강조해 온 상생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점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다양한 상생활동을 펴고 있다. 그때마다 신 회장은 현장에 나가 상생을 약속했다. 최근 열린 ‘2011년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신 회장은 “사회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헛구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거리로 내몬 상인들은 롯데를 사랑할리도, 존경할리도 만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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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