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수> “구의역 사고가 뭐?” SH공사 회의록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6년 5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0대 수리공이 전동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흔한 지하철역 중 하나였던 사고 현장은 비정규직의 적나라한 작업 실태를 온 세상에 알렸다. 총체적 관리 부실이 앗아간 목숨에 자녀세대는 동질감을, 부모세대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죽음을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으로 치부했다. SH공사 본부장급 내부회의서 나온 발언이다.

때론 한 사람의 죽음이 사회 전체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런 죽음의 이면에는 사회의 망가진 부분이 있다. 사회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죽지 않았을 목숨이라는 뜻이다. 2016년 5월 지하철 2호선서 일어난 사망 사고 피해자도 그중 하나였다. 10대 비정규직 수리공은 부실한 작업환경의 희생양이 됐다.

10대 직원 죽음
작업 환경 민낯

2016년 5월28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 내선순환 승강장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5시57분 직장인들의 퇴근 러시가 한창이던 때였다. 9-4 승강장서 작업 중이던 19세 김모군이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다. 김군은 서울메트로의 스크린도어 유지관리 협력업체인 은성PSD 소속 비정규직 수리공이었다.

이날 사고에 전 국민은 깊은 슬픔에 잠겼다. 김군의 가방서 밥 대신 먹으려던 컵라면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은 더욱 커졌다.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 포스트잇이 빼곡하게 붙었고 사고 다음날이던 김군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로 케이크를 두고 가는 시민도 있었다.

20∼30대 젊은 세대는 ‘누구나 김군과 같은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데 동질감을 느끼고 분노했다. 자녀를 일터에 보내고 마음 졸이던 부모세대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김군의 상황에 가슴 아파했다. 실제 추모 현장에는 음식을 두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군의 모친은 장례식장을 찾은 시민들을 향해 절을 올리며 “우리 아이는 시민 안전을 위해서 먹지도 못 하고 뛰어다니다 자기가 안전하지 않은 줄은 몰랐다”며 “엄마 대신에 과자, 즉석밥에 생일 케이크까지 갖다 주신 은혜, 절대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6년 10대 수리공 사망
전 국민 깊은 슬픔 잠겨

스크린도어 수리 중 발생한 사망 사고는 구의역서 처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2013년 1월 성수역, 2015년 8월 강남역서 같은 이유로 수리공 두 사람이 죽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재발방지대책이 나왔지만 결국 세 번째 희생자가 나온 것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과정서 구의역 사고가 개인의 과실이 아닌 시스템의 문제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시민들은 10대 수리공의 죽음이 헛돼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서울시 산하 지방공기업인 SH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전임 사장의 생각은 달랐다. 당시 SH공사 사장을 맡고 있던 변창흠 전 사장은 김군의 죽음에 대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SH공사 ‘건설안전사업본부 부장회의 회의록’에 따르면 2016년 6월30일, 구의역 사고 발생 한 달 만에 열린 이날 회의에는 변 전 사장, 건설안전사업본부장, 하자관리부장 등이 참석했다. 

변 전 사장은 이날 회의 도중 구의역 사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최근 구의역 사고를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 때문에 사람이 죽은 것이고, 이게 시정 전체를 다 흔든 것이잖아요”라며 “마치 (박원순)시장이 사람을 죽인 수준으로 공격받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민들 추모 열기
음식 놓아두기도

이어 “사장이 있었으면 두세 번 잘렸을 정도로 그렇고, 그 기관은 모든 본부장이 날아간 셈”이라며 “하여튼 어마어마한 일인데 하나하나 놓고 보면 서울시 산하 메트로로부터 위탁받은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거죠”라고 전했다. 

그는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구의역 사고가 김군 개인 과실로 일어났다는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SH공사서 본부장 회의가 있던 6월말 경에는 구의역 사고의 배경이 개인보다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속속 드러나던 시기다.

‘정비기사는 고장 접수 1시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서울메트로와 은성PSD의 계약 조항 때문에 김군은 사고 당일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당시 김군은 구의역 외에도 을지로4가역의 고장 신고도 처리해야 했다. 

구의역서 을지로4가까지는 9개 구간, 시간상으로 18∼20분가량이 걸린다. 을지로4가역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가 오후 5시20분에 접수됐으니 김군은 6시20분까지 구의역 수리를 마치고 그곳에 가야 했다.

과중한 업무부담은 2인1조의 근무수칙을 유명무실로 만들었다. 서울메트로는 은성PSD가 2인 1조로 근무한 것처럼 서류가 허위로 꾸며 왔다는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사고 당시 서울메트로와 해당 역 측에서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사실도 확인됐다.

연이어 반복된 사고에도 안일한 인식을 고수하던 서울메트로의 행태는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게다가 서울메트로는 사고 당일 김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서울메트로는 사고 발생 나흘 만인 5월31일 유족과 시민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공식 사과했다.

개인 책임 말했던
서울메트로 뭇매

당시 정수영 서울메트로 사장 직무대행은 사과문을 통해 “사고 당일 경황이 없는 상황서 직원들의 진술만을 가지고 그 책임을 고인에게 전가해 유가족 분들께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더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번 사고의 원인은 고인의 잘못이 아닌 관리와 시스템의 문제가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서울시정을 총괄하는 박원순 시장의 행보 역시 도마에 올랐다. 박 시장은 사고 발생 3일 만에야 사고 현장을 찾아 늑장대응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사고 발생 다음날인 5월29일 FC서울과 전남 드래곤즈 경기의 시축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으로서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SH공사 측은 변 전 사장이 지난해 11월 퇴임한 전임 사장임에도 적극 비호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해당 발언은) 안전을 당부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라며 “마지막 부분이 변 전 사장이 하려던 말의 요지”라고 말했다.

당시 변 전 사장은 문제의 발언 말미에 “하여튼 우리도 현장이 많기 때문에 지금 이렇게 하신 것처럼 연습도 해보고 체크도 해보고 해서 조금의 실수 이런 게 없도록 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공사 홍보부 관계자는 “현 사장이 이렇게 말했다면 국민 정서에 반하는 발언으로 질책 받을 수 있지만 변 전 사장은 임기가 끝난 지 한참 된 분”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2년 전 내부 회의록을 밖으로 유출하고 이슈화하려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업체 직원이 실수로 죽은 것…
걔만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변 전 사장은 회의 때 상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변 전 사장은 지난 17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제 기억으로는 구의역 사고가 난 뒤 언론을 통해 (서울메트로가)엄청나게 비판을 받았다”며 “우리(SH공사)도 공사 현장이 40군데가 넘고 임대주택을 20만채 관리하고 있다. 그렇기에 조금만 잘못이 있어도 누구 잘못인가는 무관하게 관리 기관으로서 엄청나게 타격을 입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서(구의역 사고를) 언급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누구한테든 상처를 줬다면 죄송하다”면서도 “공기업에선 누구의 잘못과 무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책임을 져야 하니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첨언했다.


지난해 5월28일 사고 1주기에는 정치권서 일제히 추모 논평이 나왔다.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는 말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사고 1주기 당시 참사 재발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안전 당부하면서
경각심 차원 주장

그 사이 구의역 사고 2주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시스템 손질과 구조 혁신에 대한 목소리는 현저히 작아졌다. 구의역 사고 1주기 추모제에도 참석했다는 한 시민은 “(구의역 사고는)결국 개인의 책임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태면 제2, 제3의 구의역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자조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 누구? ‘박원순 시장 최측근’ 

변창흠 전 SH공사 사장은 1996년 SH공사 연구개발실 선임연구원으로 3년간 재직했다. SH공사 출범 이후 공사 출신 첫 번째 사장으로 주거복지와 도시재생 분야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 전 사장을 논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을 빼놓긴 어렵다. 그는 2011년 무소속 서울시장 후보였던 박 시장의 선거대책위원회서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했고, 2014년 선거 당시에도 정책 라인을 담당했다.

변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결국 자리서 물러났다. 내부에선 SH노조가 변 전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서 제기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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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