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귀환’ 달갑지 않은 이유

“해결하라고 불러놨더니 딴소리만…”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돌아왔다. 출장길에 오른 지 장장 54일만이다. 조 회장의 복귀에 노조는 반색을 숨기지 않았다. 사태가 해결되리란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조 회장이 마이크 앞에 서자 이내 노조의 표정이 굳었다. 허탈한 한숨소리와 자조섞인 비아냥이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웠다. 목을 빼고 기다리던 조 회장의 귀환이 반갑지 않은 이유는 대체 뭘까.

복귀 촉구하는 목소리 울리자 52일 만에 돌아와 
“정리해고 원칙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 지켜

한진중공업 사태가 악화일로로 내달리는 동안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없었다. 해외출장길에 올라 돌아오지 않았다. 조 회장이 출국 한 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 그의 출석을 결정한 날이었다. 환노위는 지난 6월17일 회의에서 그에게 닷새 뒤 출석할 것을 요구했지만, 조 회장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이미 출국 후인 20일에서야 공문을 보내 “7월2일까지 일본, 유럽 등으로 출장을 가는 바람에 국회 출석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경영 정상화 시
해고자 복직

이후 조 회장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다. 약속한 날짜에 귀국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사측도 조 회장의 동선을 파악하지 못했다. 조 회장이 당초 출장 일정을 한 달이나 넘겨 귀국하지 않자 복잡한 국내 사정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성 장기외유’가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복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던 지난 10일 조 회장이 돌아왔다. 출장길에 오른 지 54일 만이었다. 조 회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마이크 앞에 섰고,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노조의 기대와 달리 조 회장은 “정리해고 원칙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지켰다.

조 회장은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회사의 생존에 필수적인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포기하고 경쟁력 없는 상태로 돌아가라는 것은 기업과 직원이 다 같이 생존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대신 조 회장은 노사문제 해결을 위해 ‘경영 정상화를 전제로 한 해고자 복직’ 카드를 내밀었다. 조 회장은 “3년 이내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나야 했던 가족을 다시 모셔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리해고 대상자 400명 중에서 희망퇴직을 선택한 306명에겐 경영 정상화 후 재고용과 자녀에 대한 총 100억원 규모의 학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노동세력 간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된 한진중공업 사태를 제 자리에 돌려놔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조 회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노사합의에도 불구하고 외부인들이 개입해 회사 생존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변질됐다”며 “노사 문제는 우리에게 맡겨 달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또 희망버스 행사 등에 대해 “불법적 압력에 의해 정당하고 합법적인 경영활동이 힘들어진다면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본원칙을 저버리는 결과일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조 회장은 “인적 구조조정이 기업의 회생을 위한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경영진으로서 기업이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적극 활용할 방침을 제시했다. 조 회장은 “협소한 영도 조선소의 한계와 선박 건조 비용의 차이로 선주들이 수빅 조선소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 영도조선소 폐쇄 논란에 대해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이 영도를 떠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영도 조선소의 핵심 설계 능력은 그대로 유지되면 중·소형 특수선 제조에 주력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부산 영도조선소
떠나는 일 없을 것"

조 회장의 호소 이후 각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우선 지역 상공계는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조 회장이 직접 나선 데 대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이날 “조속한 회사 정상화를 바라는 부산 상공계의 입장에서 조 회장이 사태 해결에 직접 나선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이번 사태로 한진중공업 노사 모두 큰 상처를 입은 만큼 더 이상의 힘겨루기식 소모전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상공회의소는 “한진중공업이 부산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노사가 하루빨리 사태 해결을 통한 회사정상화에 나서 지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힘써 줄 것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지역 상공계, 정상화 위해 조 회장 나선 것 대환영
야당, 노조 “근본적인 해결책 내놓지 못했다” 실망


부산 경영자총협회도 “한진중공업 사태가 더 장기화될 경우 조선소 폐업은 물론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대량해고로 이어지면서 지역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회사의 책임 있는 오너인 조남호 회장이 전면에 나선 만큼 사태의 당사자가 아닌 정치권이나 제3자가 이제는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지역 야당과 민주노총의 입장은 달랐다.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서울에서 개최키로 한 시민단체와 민주노총의 ‘4차 희망버스’ 시위도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호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정리해고 철회라는 핵심 내용이 빠졌다”면서 “경영을 정상화해 회사를 떠났던 직원을 다시 데려오겠다는 것은 최고 경영자의 책임 있는 답변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동윤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대변인도 “정리해고 문제 해결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해법 없이 대책을 내놓는 것은 당장 곤란한 처지를 모면하기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윤택근 본부장은 “조 회장이 귀국해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대국민 호소문은 내용도, 진정성도 없는 것으로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윤 본부장은 “3년 안에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선언적인 말만 있을 뿐 로드맵도 없다”며 “희망퇴직자 22개월치 임금 지급은 이미 기존에 발표된 내용과 같으며 자녀 학자금 지원 역시 희망 퇴직한 사람 대부분이 30~40대가 주축임을 볼 때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도 “조남호 회장은 해외 출장과 청문회 불참에 대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또 조 회장이 ‘회사와 임직원들의 회생을 위해 모든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진정으로 의지가 있다면 94명의 정리 해고자에 대한 해고를 철회하는 것이 순서”라고 주장했다.

한편, 17일로 예정됐던 국회의 한진중공업 청문회는 당초 무산됐었다. 올 1월부터 영도 조선소 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정리해고의 원인과 해법에 대해 묻겠다며 엄포를 놓았던 국회가 스스로 칼을 거둔 셈이다.

김 지도위원의 청문회 출석은 조 회장과 여권 고위 관계자 사이에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해외 출장 중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등 여권과 연락을 유지하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다가 자신의 청문회 출석 조건으로 김 지도위원의 동반 출석을 내걸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중공업 청문회
이견으로 무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 문제를 놓고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은 김 지도위원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강한 반대가 이어지자 김 지도위원을 참고인으로 채택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청문회는 당초보다 하루 연기된 18일 열기로 결정됐다.

그러나 김 지도위원이 트위터를 통해 출석 거부 입장을 밝혀 오면서 한진중공업 사태 청문회는 사실상 ‘조남호 청문회’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조 회장에 대한 집중적인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날 청문회에서 노사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솔로몬 해법’이 나올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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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