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윤종규 KB 회장 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윤 회장이 공들인 보람이 있다고 입 모았다.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해 발에 땀나도록 뛰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치권과 현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사와 물밑접촉을 시도했다는 풍문도 나돈다. 또 지난 6월 확대지배구조위원회(이하 확대위) 이사들과 제주도 1박2일 골프 회동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KB 이사회는 제2차 확대위를 열고 윤종규 현 회장을 단독 후보자로 선정했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이날 KB금융 이사회는 차기 KB 회장 후보 7명 가운데 윤 회장, 김옥찬 KB금융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 3명으로 후보를 압축했다. 하지만 김 사장과 양 사장이 고사 의사를 밝힘에 따라 윤 회장을 단독 후보자로 확정했다.
차기 회장 가시권
연임 기정사실
이에 따라 확대위는 오는 26일 윤 회장에 대한 심층 평가를 실시한 후 관련 규정에 따라 이사회에 차기 회장 후보자를 정식 추천할 계획이다.
그동안 KB는 ‘관치 금융’이라는 오명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과거 최고경영자들의 선임 과정과 중도 낙마의 배경을 보면 관치로 점철된 KB ‘흑역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 2008년 9월 KB금융지주체제 출범 이후 최고경영자들은 하나같이 금융당국, 이사회와 갈등을 빚으면서 자진사퇴, 해임 등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그런데 이번 KB 회장 인선은 여느 때와 달랐다. 그동안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른 사례가 빈번했지만 확대위는 차기 회장 후보자군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회장 인선 진행 과정은 철저히 비밀리에 이루어졌다.
확대위를 지원하는 이사회 사무국에도 함구령이 떨어졌다.
이런 점에서 KB노조협의회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노조협의회는 KB의 7개 계열사인 국민은행, KB손보, KB증권, KB국민카드, KB캐피탈, KB신용정보, KB부동산신탁이 결성한 협의체다.
KB노조협의회 측은 “확대위 일정, 회장 선임 방식, 후보군 등 모든 과정이 미공개다. 이번 회장 인선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윤 회장 연임을 위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며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비공개로 진행 차기 수장 선출
윤종규 회장 사실상 연임 성공
금융권에선 이 같은 인선 절차가 단 한 사람에게만 유리하다고 꼬집었다. 바로 윤 회장이다. 실제로 이번 연임이 확실시되면서 노조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윤 회장은 이번 회장 후보군들 중 가장 유리한 고지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확대위가 현직 회장에 편향적인 멤버들로 구성돼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확대위는 예전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역할을 한다.
KB사태 수습을 위한 이사회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회추위가 확대위로 개편됐다. 확대위 이사 7인은 윤 회장이 취임 때 선임한 인사들이다. 이들 모두 윤 회장 체제서 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윤 회장 사람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내부에선 이들 이사가 이사회 때마다 안건들을 형식적으로 통과시켜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또 확대위 이사들은 매년 평가보상위원이 되는데, 윤 회장의 장기 및 단기 성과급과 연봉을 책정한다. 그 다음은 윤 회장이 이사들의 연봉을 정한다.
회장 후보군들 중 확대위와 가장 긴밀한 관계인 사람이 윤 회장이었던 셈이다.
이 외에도 회장 인선을 앞두고 윤 회장과 확대위 이사들이 골프회동도 가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30일 금요일 오후, KB이사회가 끝나자마자 윤 회장은 확대위 이사들과 전 지주사 임원을 데리고 제주도로 1박2일 골프를 치러갔다.
내부에선 연임 의지가 있는 윤 회장이 차기 회장 인선을 앞두고 부적절한 행보를 보인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1박2일 제주행
부적절한 행보?
윤 회장이 이번 연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의지가 누구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회장은 그동안 연임을 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올 2분기 실적서 신한금융을 제치고, KB가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며 “윤 회장은 연임하려고 실적 끌어올리기에 무던히 애썼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윤 회장이 정치권과 현 정부 경제정책 핵심인사들과 물밑접촉을 시도했다고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윤 회장은 복수의 여당 실세 의원과 대통령 직속기구 고위관계자, 경제정책 핵심인사의 사촌형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통해 현 정부 경제 금융 라인과 정무 및 경제수석을 만나려고 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윤 회장과 대통령 직속기구 고위 관계자는 같은 호남 출신이며 지난 6월 KB가 주최하는 행사에 얼굴을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윤 회장의 접촉 시도는 무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현 정부의 경제 금융의 핵심 관계자들이 윤 회장을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현 정부에선 민간 금융회사의 CEO 인선에 대해서는 개입 불가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28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KB금융지주 CEO선임과 관련해서)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외에도 KB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 당시 주요 일간지에 취임 축하 전면광고를 실었다. 이는 내부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로 윤 회장의 의지와 무관치 않다는 전언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어쨌든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해 발에 땀이 나도록 뛰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조 반발…그동안 잡음 끊이지 않아
확대위 이사들과 골프회동…물밑작업?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 이르다. 오는 11월20일 주총 통과 전까지 많은 변수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먼저 가장 큰 변수는 노사 관계다. KB노조는 지난 7일 ‘KB금융 지배구조 개선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윤 회장의 연임 반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성과연봉제 도입 추진이나 노조 선거 개입 의혹 등으로 관계가 틀어진 데다 이번 회장 선출 과정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또 KB서 회장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투명성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윤 회장이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 달리 민간기업 인사에 크게 관여하지 않은 틈을 타 9월1일부터 발 빠르게 확대위를 개최하고, 최종 후보군을 선정하는 데 질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2일 윤 회장이 연임을 위해 사측이 조합원 설문조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KB노조는 이달 5∼6일 조합원을 상대로 윤 회장 연임 찬반 설문조사를 벌였다. 마감 직전인 6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17개의 단말기를 통해 4282건에 달하는 중복 응답이 이뤄졌고, 이들 답변의 99.7%가 '연임 찬성' 의사를 담았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는 본인 인증을 절차가 없지만 같은 단말기로 중복답변을 하지 못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인터넷 방문 기록을 담은 임시 파일인 ‘쿠키’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동일 IP를 통한 중복 답변이 이뤄졌다고 KB노조는 설명했다.
KB노조는 윤 회장 연임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을 만들기 위해 사측이 본점의 특정 부서 직원을 동원해 사내 익명 게시판에 윤 회장을 옹호하고 노조를 깎아내리는 글을 반복해 올렸다는 의혹도 있다며 윤 회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실세 접촉 시도
안 만나줘 무산
한편 KB 측은 이 같은 금융권서 떠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KB 관계자는 “(제주도 골프회동은) 당시 공식행사로 윤 회장을 비롯해 지주사 이사들과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했던 워크샵이었다. (정권 실세 물밑접촉은) 연임 관련해서는 확대위서 정해진 규정과 절차가 있기 때문에 물밑작업을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