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으로 얼룩진’ 프로리그 실상

선수·심판 돈놀음 “썩을 대로 썩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프로리그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산다. 경기장을 찾거나 매체를 통한 팬들의 응원은 리그 성장의 자양분이 된다. 그렇기에 선수는 물론 스태프와 심판, 구단 등 모든 리그 관계자들은 팬들의 지지에 보답할 의무가 있다. 승리만이 아니다. 스포츠맨십에 따라 정당하고 공정한 경기를 보여주는 것 역시 팬들을 만족시키는 방법이다.
 

프로야구 KBO리그가 대형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 관중 수는 833만명에 달했다. 1982년 출범 이후 사상 처음 800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최근에는 1위부터 5위까지 어느 한 자리도 예상이 어려울 만큼 불붙은 순위 경쟁에 팬들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상황서 터진 심판 금품 스캔들은 프로야구 판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흥행에 찬물

지난달 29일 엠스플 뉴스를 통해 기아 타이거즈 구단 직원이 최규순 전 심판에게 두 차례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났다. 

언론 보도가 이어지자 기아는 “구단 직원 2명이 금전을 빌려달라는 KBO 심판의 부탁에 2012년과 2013년 100만원씩 각 1회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사안에 대해 기아 타이거즈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해당 직원을 상대로 징계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엠스플 뉴스는 최 전 심판이 돈을 받을 때 사용한 차명계좌를 추적한 결과 기아 구단이 연루된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같은 의혹으로 두산 베어스 김승영 사장이 사임한 지 채 두 달도 안 돼 일어났다는 점이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최 전 심판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야구 선후배는 물론 구단에까지 돈이 필요하다며 금전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구 규약 155조 ‘금전 거래 등 금지’ 조항에 보면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야구위원회(이하 KBO)는 10개 구단을 상대로 자체 조사에 나섰다. 당시 두산을 제외한 9개 구단은 ‘확인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번에 적발된 기아 역시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다. 그럼에도 기아가 최 전 심판에게 돈을 송금한 사실이 드러나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폐 논란까지 불거졌다. 또 자체 조사를 진행했던 KBO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BO는 두산과 최 전 심판 간의 돈 거래가 밝혀졌을 때 “추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 주기 바란다”며 최소한의 경고 조치만 내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최 전 심판과 사임한 두산 김 전 사장이 주고받은 메시지를 공개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메시지에는 ‘사장님 최규순 팀장인데 제가 다급한 일이 생겨 통화가 가능하신지요’ ‘네 걱정 마시고 일 잘 처리하세요. 지금 300만원 보낼게요’ ‘사장님 최팀장인데 한 번 더 도와주십쇼. 시리즈 들어가야 하는데 상황이 넘 급하네요’ ‘이번은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하구요. 김 단장한테 함 얘기해 보세요’ 등 금전을 요구하고 보낸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두산·기아·삼성…승부조작에 금품스캔들
축구서도 매수…농구는 감독이 말썽

여기에 지난달 30일 기준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가 추가로 최 전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태는 게이트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넥센 구단주인 이장석 서울 히어로즈 대표는 지난달 29일 검찰 조사 당시 돈 전달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300만원을 입금한 사실이 있다며 말을 바꿨다.

삼성 라이온즈는 전 직원이 최 전 심판에게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에 대해 지난달 30일 사과했다. 

삼성 측은 “삼성 직원이 지난 2013년 10월 폭행사건 합의금을 위해 금전을 빌려달라는 최 전 심판의 요청을 받고 400만원을 송금한 사실이 검찰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며 “깊은 책임을 통감하며 팬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최규순 게이트’에 거론되자 리그 전체는 충격에 빠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달 30일 최 전 심판에게 상습 사기와 상습 도박 혐의를 적용,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 전 심판은 프로야구 관계자나 주변 인물들에게 급전이 필요하다며 각각 수백만원씩 총 3000여만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최 전 심판은 이 돈을 도박에 탕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를 통해 최규순 게이트의 베일이 조금씩 벗겨지면서 일각에선 승부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검찰은 최 전 심판이 금품의 대가로 승부조작을 하는 등 배임수재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에 있지만 아직까지는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 관계자 역시 일각에서 거론되는 승부조작 등 의혹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아니라고 한 상태다.

사건의 규모가 실시간으로 커지면서 그와 비례해 팬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승부조작 논란으로 이미 여러 차례 실망을 안긴 상황이라 팬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대구지검 포항지청은 프로야구 선수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에 나선 혐의로 포항과 대구 조폭 2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4년 4월부터 불법 스포츠 도박서 거액의 이득을 챙기기 위해 승부조작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이들이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승부조작을 도와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제안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미 프로야구는 2012년 LG 트윈스 투수 박현준과 김성현이 1회 첫 타자 볼넷의 대가로 브로커에게서 금품을 챙기거나 지난해 넥센 외야수 문우람과 NC 투수 이태양이 1회에 점수를 내주는 조작에 가담해 거액을 챙긴 사실이 드러나는 등 승부조작의 그림자가 짙은 상태였다.

타종목도 예외는 아니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프로축구 K리그서 심판 매수 사건이 발생해 판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렸다. 2013년 전북 현대 소속 스카우트인 A씨가 심판 2명에게 각각 2차례와 3차례에 걸쳐 100만원씩 총 500만원의 현금을 준 사실이 지난해 5월 발각된 것.

전북 측은 “스카우트가 구단에 알리지 않고 진행한 개인적인 행위”라고 해명했다. 전북 구단의 심판 매수 사건은 2015년 경남FC에 이어 두 번째였다. 프로축구연맹은 전북에 승점 9점 삭감과 함께 벌금 1억원을 부과했다. 당시에도 축구 팬들은 연맹이 전북에 내린 징계 수위가 낮다며 반발했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팬들은 멘붕

프로농구도 승부조작 사건으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선수 시절 ‘레전드’로 불렸던 강동희 전 감독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충격은 더욱 컸다. 강 전 감독은 현직 감독이던 2011년 3월 불법 스포츠 토토 브로커들로부터 총 4700여만원을 받고 4경기서 주전 대신 후보 선수를 기용하는 방식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를 받았다. 모든 혐의를 인정한 강 전 감독은 결국 KBL서 영구제명 처분을 받아 농구판서 퇴출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