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스캔들’ K사-대기업 수상한 거래 추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18:55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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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들 집만…어떻게 알고 뚫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시공업체 K사가 세금 탈루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이 경찰 측에 넘어갔다. 사실상 고객 장부가 넘어간 셈이다. 여기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주요 일간지 오너 이름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가 떨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경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에 회삿돈이 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대한항공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 7일, 수사관 13명을 투입해 서울 강서구 하늘길 대한항공 본사와 칼호텔네트워크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해 공사 관련 자료와 세무자료, 계약서 등을 확보했다.

발주한 기업
발목 잡히나           

경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2013년 5월부터 2014년 8월 조 회장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를 충당하기 위해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의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를 전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를 받고 있다. 그룹 회장의 집을 꾸미는 공사에 회사 공금이 투입됐다는 것이다.

경찰은 대한항공이 조 회장 자택 공사와 호텔 신축 공사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일을 저질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호텔 공사비 중 최소 10억 원이 조 회장 자택 공사비로 쓰였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평창동 자택은 지하 3층, 지상 2층으로 연면적은 1403.7m²(약 420평)에 이른다. 올 1월 기준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산정한 개별주택가격은 33억6000만원이다. 공사가 한창이던 2013년 말에는 ‘공사비와 땅값을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경찰은 대기업 회장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주로 맡아 하던 K사 대표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서 이 같은 비리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모 K사 회장은 5월 경찰 조사에서 “대한항공 측이 먼저 조 회장 자택 인테리어 비용을 영종도 호텔 공사 대금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 오너 자택 인테리어 공사
회삿돈 들어간 정황 포착 수사

K사는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건설업계나 재계에선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시공사다. 지난해 시공능력순위 국내 9위에 올랐으며, 건설업계 지망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회사’ 순위서도 1위를 기록했다. 
 

K사는 호텔 및 상업·사무·주거공간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회사다. 1965년 반도조선 아케이드에 L사로 처음 문을 열었다. 외국 항공사의 티켓 부스 인테리어를 시작으로 국내 유수의 호텔과 외국계 기업의 디자인을 맡으며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의 전문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1975년 부천공장을 준공, 1979년에는 K사로 법인 전환해 사세를 확장했다. 

1980∼90년대 상공부장관상인 수출의 날 100만불 수출의 탑을, 건설부장관상인 전문건설공사 유공자 표창을 수상했다. 현재까지 그랜드하얏트서울, 신라호텔, 웨스틴조선서울, 반야트리, W서울워커힐을 비롯해 국내 유명 호텔의 인테리어와 분더숍, 10코르소코모, 랄프로렌 플래그쉽 스토어, 벤츠 등 상업 공간, 골프 클럽, 크루즈 등의 수많은 프로젝트를 도맡아 했다.

재계서 사랑받던 인테리어 회사가 어쩌다 고객 등에 칼을 꽂은 ‘키맨’이 된 걸까. 시작은 K사 오너 형제간의 갈등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 공사 맡기고
덤으로 회장 집도

K사는 설립 초기부터 가족기업이었다. 형인 장모 회장과 동생인 장모 부회장이 회사를 경영했다. 장 회장은 1939년생으로 한양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다 K사를 세웠다. 네 살 아래인 장 부회장은 경기대 건축공학과를 나와 형의 회사 경영을 도왔다. 


두 사람 간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초창기만 해도 형제간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 2008년까지만 해도 장 회장이 61.00%, 장 부회장이 27.83%, 그리고 장 회장 아들인 장모 사장이 1.7%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2011년 장 회장은 다른 지분들을 대거 인수해 지분율을 71.0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다가 2015년부터 아들 장 사장이 37.83%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장 회장 지분은 34.33%로 줄었다. 후계경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나머지 27.84%는 K사가 보유하는 형식을 취했다.

그런데 돌연 장 부회장이 지분 매각을 하면서 경영에 손을 뗐다. 업계에서는 형과 동생이 K사 경영권 승계 관련해서 다툼이 있었다고 입 모았다. 이에 장 부회장은 회사 경영서 손을 떼면서 장 부회장 쪽 인사들이 회사 내부 비리(대기업 오너 간의 커넥션)를 폭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관계자가 참여연대를 찾아가 관련 내용을 제보했으며, 참여연대가 경찰에 자료를 넘기면서 수사는 시작됐다. 

초창기 경찰 수사의 표면적인 이유는 K사의 무자료 거래에 의한 세금 탈루 혐의였다. 하지만 경찰의 칼끝은 재계로 향했다는 것. K사 수사 과정서 “이건희·이재용씨 자택 공사비용을 삼성물산이 수표로 줬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사건은 특수수사과에 배정됐다. 

경찰은 이런 증언을 토대로 K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공사 계약서나 공사비 입금 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지난 5월30일 경찰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대기업 회장 개인 주택 공사 비용으로 회삿돈이 사용되거나 불법 조성된 비자금이 활용됐다고 볼 정황과 증언이 확보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너 형제 불화
세금 탈루 조사

K사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서울 용산구 한남동 자택의 보수와 각종 인테리어 공사를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맡았으며, 삼성물산 한 직원이 비용 결제를 전담했다. 이들 부자의 집은 화장실 보수, 정원 조성 및 상주 직원들의 숙소 개선 등을 이유로 수시로 공사가 이뤄졌다. 경찰은 공사비용의 규모가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했다.  

 

대부분 삼성물산과 삼성증권으로 출처가 추정되는 수표가 사용됐다. 이같은 내용의 언론보도가 보도가 나가자, 삼성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서도 일부 언론을 통해 “공사는 이 회장 개인이 삼성물산에 의뢰하고 삼성물산이 다시 업체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이며, 공사대금은 회장 개인 돈에서 나간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K사는 그동안 수많은 재벌 기업 공사를 해왔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신세계·대림·아모레퍼시픽·LG·현대자동차그룹·미래에셋대우 등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한항공만 해도 인천 영종도 하얏트호텔 외에 서울 서소문빌딩 임원실 공사 등을 이 업체에 맡겼다. 

특히 범삼성가 쪽 공사가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서울 서초타운 실내인테리어 공사부터 삼성전자 서천연수원·홍보관, 삼성SDS VIP존, 삼성서울병원, 안양베네스트 클럽하우스 등 계열사 공사 여러 개를 이 업체에 맡겼다. 


신세계그룹으로부터는 신세계백화점 본점·강남점, 이마트 일부 매장, 트리니티CC 클럽하우스 공사를 따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에서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일부 시설 공사를 이 회사에 발주했다. 

호화 주택·대형 빌딩 전문
의심스런 공사비…알고도?

이 뿐만 아니라 재벌기업 오너 소유로 추정되는 자택 공사도 많이 했다. 감사보고서에는 유엔빌리지 23호 주택, 한남동 65호 주택, 한남동 22호 주택, 판교 대장동 주택(경기도 판교신도시), 한남동 5호 주택, 평창동 주택, H주택 등이 공사 내역으로 적혀 있다. 하나같이 재계인사들이 모여 사는 부촌으로 정평이 나있는 곳들이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재계에서 K사에 일감을 맡기는 이유가 법인 공사비를 부풀려, 이중 일부를 오너 일가의 자택 공사하는 수법에 능통하기 때문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재계 관계자와 사정 기관 관계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K사가 유력 일간지 오너 자택도 공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결과 K사는 2013년 해당 일간지 본관 임원실 인테리어 공사를 수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뿐만 아니라 해당 일간지 오너와 장 회장은 친분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테리어 업계 관계자는 “2000년도 초반 해당 일간지 오너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K사 회장이 조문객으로 오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경찰에서도 관련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사까지 진행될지 미지수다. 


일각에선 경찰이 해당 일간지까지 수사하는 것은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K사에 답변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부 자료 확보
재벌가로 불똥 

다만 경찰이 확보한 K사 자료를 토대로 재계를 향한 수사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노심초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걸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회사도 K사에 일감을 맡겼는데 경찰 수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터진 오너 리스크

한진그룹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떨고 있다. 그룹 총수가 공사비 횡령 의혹에 휩싸이면서 그룹 재무개선의 한 축인 진에어 기업공개(IPO)는 물론 한진 회사채 발행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당장 진에어과 한진은 최종 수사결과가 나온 상황이 아닌 만큼 예정대로 조달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반복적 행태의 한진그룹에 대한 싸늘한 시선이 신정부의 재벌개혁 기조와 맞물리면서 부정적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거듭된 오너 리스크로 청약 참여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선 최악의 경우 IPO가 심사과정서 철퇴를 맞을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7일 조양호 한진 회장이 자택공사 인테리어 공사비 중 상당액을 인천 영종도 호텔 신축공사비(약 10억 원)에서 빼돌려 쓴 혐의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의 압수수색 대상은 한진칼 자회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자재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재부각되면서 자연스레 초점은 진에어 IPO와 한진 회사채로 쏠리고 있다. 당장 진에어와 한진 측은 노심초사하면서도 진행 중인 딜엔 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대로 2017년 연말 상장, 이달 말 회사채 발행을 강행할 예정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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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