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되는’ 국정원 IO의 세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6.12 10:24:36
  • 호수 1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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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에 붙어 앞잡이 노릇 ‘그만?’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앞으로 국정원 직원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훈 신임 국가정보원장이 국내 정보 담당관(IO)을 폐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폐지되는 국정원 IO의 세계를 돌아봤다. 
 

“취임하면 바로 첫 번째 조치로 국내 정보관의 기관 출입을 전면 폐지하겠다.”

서훈 신임 국가정보원 원장은 지난 1일 취임식 후 국내 정보 담당관 제도를 완전하고 즉각적으로 폐지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했다. 서 원장은 “통상 IO(Intelligence Officer)라고 부르는 부처·기관·단체·언론 등에 출입하는 정보관들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역대 정권서 
실패했는데…

국정원 IO는 ‘정보관’ ‘담당관’ ‘연락관’ 등으로 불리며 사회 각 분야를 출입해왔다. 국회·정당·언론사 출입 IO 외에도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 등 경제 분야를 담당하는 IO도 활동해왔다. 국내 파트 IO는 국정원 2차장이 담당하고 있다.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 의혹에 자주 연루돼왔다.

국정원 국내 IO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인 중앙정보부(이하 중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신정권이 들어서고 중정은 특무부대 요원 3000명을 중심으로 결성됐다. 그 후 급격히 요원수를 확대, 3년 뒤인 1964년에는 무려 37만명에 이른다. 


당시 중정 IO는 무소불위 권력이었다. 학생운동권, 친북한세력 외에 반(反) 유신세력 및 재야시민단체, 여성주의, 해방신학, 통일운동 등 반정부 또는 체제 비판 세력을 적발, 단속했다. 또 암암리에 정부시책을 홍보하고 여론을 정부에 유리하게 조성하는 등 권력의 말초신경 역할을 수행했다. 

실제로 중정 IO는 국회, 언론, 정부 부처 등에 상주하며 이들 동향을 살폈다. 특히 언론사에 상주하며 정권에 불리한 기사 삭제를 지시하는 등 언론 탄압도 서슴지 않았다. 이 외에도 검찰의 배후에서 수사권뿐만 아니라 기소권까지 실질적으로 행사했다. 

정보담당관 기관·단체 출입 폐지
사실상 정보수집·생산 중지 결단

중정의 정치 공작 사례로는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 사건’(5·16이후 군사정권이 사유재산과 언론기관을 강제로 탈취, 중정의 주도적 개입 의혹), ‘인민혁명당 및 민청학련 사건’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과 사실 왜곡, 조작 의혹) 등이 있다.
 

이외에도 ‘동백림 사건’(1967년 선거 당시 중정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자 사건의 실체를 조작했다는 의혹), ‘김대중 납치사건’(유신체제에 반대하며 일본에 체류 중이던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납치한 사건으로 이후락 전 중정부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중정은 유신정권이 무너지고 전두환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안전기획부(이하 안기부)로 확대·개편됐다. 기존의 대공, 대북, 방첩업무와 정보수집 업무는 여전했다. 오히려 더 강화됐다고 한다. 안기부는 남산(국내 파트)과 이문동(해외 파트)에 안기부 청사가 있었다. 보통 안기부 IO들은 “남산서 나왔다”는 표현을 쓰며 공포의 대상으로 군림했다. 

이 때문에 남산과 이문동 출신 간 반목도 심했다. 남산 IO는 당시 조직서도 실세 중 실세였다. 정치공작과 민주화운동 탄압을 하며, 정권 유지의 첨병이었다. 남산 출신들은 정권의 총애를 받아 출세길이 훤했다. 


반면 이문동 청사는 말 그대로 해외서 북한 공작원들과 맞서면서 온갖 정보를 수집하며, 정보기관 본연의 임무를 수행했다. 아무리 일을 잘해도 남산 출신들에 비해 표도 안 났다. 

수사기관 
IO는 필수? 

안기부의 정치 공작 사례로는 ‘KAL 858기 폭파사건’(1987년 대통령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안기부가 KAL858기 폭파를 자작했다는 설), ‘남한조선노동당 사건’(1992년 안기부가 대선을 앞두고 고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조작, 과장했다는 의혹) 등이 있다. 국정원 IO가 이런 사건들을 주도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런 만행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안기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편하고 기능을 축소했다. 하지만 국정원 국내 파트의 정치 개입과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명박·박근혜정권 10년 동안 국내 IO를 적극 활용해 정치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40년 전 중앙정보부 시절로 퇴행했다는 비판도 나올 정도였다. 실제로 이 시기 국정원의 미행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 2013년 1월 국정원 직원이 신분을 속이고 진보단체서 활동하는 간부를 미행하다가 발각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언론인 등 정치권서 국정원 사찰을 받았다는 주장이 늘었다.  
 

이들 정권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 사건으로 ‘국정원 해킹 사건’(2015년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해 불법 감청을 했다는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 문건’(원세훈 국정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선거를 방해했다는 의혹), ‘국정원 최순실 라인’(‘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과정에 국정원 IO가 연루됐다는 의혹) 등이 꼽힌다. 

중정→안기부→국정원 
정치공작 수단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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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 때문에 역대 정부에선 국정원의 국내 파트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노무현정부 때인 2003년 5월 국정원은 조직 개편을 통해 국내정보 담당인 2차장 산하의 대공정책실을 폐지하고 국가 안보와 관련 없는 부처나 언론 등의 IO 상시 출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05년 8월 노 전 대통령과 언론사 정치부장단 간담회서 IO 출입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4년에도 국정원 IO들의 국회와 정당, 언론사 상시 출입을 금지하고 관련 조직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에는 대통령과 국정원장의 의지가 명확한 만큼 해당 업무를 관장해 온 조직에 대한 재배치가 뒤따라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정원이 IO를 전면 폐지한다면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지속돼온 국정원의 정보 수집 행태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국정원은 각 부처와 기관 등에 상시 출입 담당관을 두고 정보를 수집해왔다. 국정원 정보는 장차관 등 고위 공무원과 기관장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공작의 달인?
또 흐지부지?


이 때문에 IO 업계에선 국정원 정보 파트가 완전히 폐지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 사정기관 IO 관계자는 “국정원은 정부의 각종 인사를 위해 신원 조회를 해야 하고 부처나 기관의 보안 점검도 한다”며 “사전 정보 없이 이런 업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사정기관 관계자는 “국내 파트 기능이 많이 축소되겠지만,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정원 대수술 예고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국내 정보파트 폐지 등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을 시사했다. 김병기 국정기획위 외교·안보 분과위원은 이날 국정원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개혁 과제는 100가지도 넘을 것”이라며 “예산부터 조직, 인사, 업무 등 할 게 널려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하루만 보고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고 계속해서 이행 과정을 점검할 것”이라며 “국정원 개혁에 대해 강한 주문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에 급히 추진할 내용과 올해 안에 해야 할 개혁, 중장기적 과제 등을 나눠서 모두 챙기겠다. 그동안 야당이라는 이유로 국정원 개혁을 못 한다고 했었는데, 이제 안 통한다. 반드시 개혁에 성공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은 또 자신이 국정원 출신이라 과감한 국정원 개혁에 나서지 못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 “어림없는 소리”라며 “국정원 개혁은 국정원 직원과 역량 강화를 위한 개혁이지, 국정원을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테러방지법에 독소조항은 당연히 빼야 한다”며 “오남용 방지 방안으로 강력한 제재 방안을 둔다면, 테러방지법도 국회서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이 충분히 테러방지법의 부작용에 대한 걱정이 없도록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내정보 분야를 폐지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도 이행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 공약인데 (당연하다)”며 “다만, 어떤 식으로 이행하느냐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전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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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